요즘 정치권 기사를 보노라면, 이낙연ㆍ이재명 판세 대결이 꽤나 흥미진진하다. 두 분 다 유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캐릭터나 이미지가 서로 다른 만큼 두 사람의 대결은 용호상박을 이루면서 전개되리라 보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치가 생물인지라 특히 대한민국 국민의 표심이 워낙 절묘해서 20개월이나 남아 있는 이 시점에서는 그 누구도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쉽게 단언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확률적으로 보아 차기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생소한 누군가가 되는 게 아니라면 이낙연ㆍ이재명은 민주당 공천을 받는 데 한 발 앞서 있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에 비해 통합당은 너무 지지부진이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참패 요인 중의 하나가 유력한 대선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시중의 얘기가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닐 터. 오죽 후보감이 없으면 윤석열 현직 검찰총장이 여권에 대드는 것만으로 일약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후보 지지도 3위로 올라가고 있겠는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낙연ㆍ이재명간의 지지도 1ㆍ2위 경쟁이 아니라 여야 후보간의 건곤일척의 겨루기어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미국의 경우도 보면 트럼프와 바이든간의 대결이지 민주당이나 공화당내 후보들의 경합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역시 미국의 정치력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로 엊그제 바이든이 트럼프의 한국 방위비 부담 증액 요구를 '갈취'라고 언명하는 걸 보면서, 한국 국민임에도 다른 나라의 대선인 트럼프ㆍ바이든 대결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건, 비단 필자뿐만 아니리라 본다.
문득 오래전의 한 경험이 떠오른다. 노무현 정부 때 차기 대선을 놓고 열린우리당이 맥을 못 출 때 이야기이다. 필자에게 모 일간지로부터 연락이 와서, 박근혜ㆍ이명박간의 한나라당 후보 경선 과정을 직접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의견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2007년 대선은 여야간의 아니라 한나라당 후보군 내에서의 대결로 고착화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이후 이명박ㆍ정동영 두 여야 후보간의 대선 경쟁을 전국적으로 심도있게 현장 스케치 하면서 심층 보도하는 걸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명박은 힘겹게 박근혜를 따돌리고 한나라당 후보가 되었고 대통령에 무난히 당선되었다. 예선전이 곧 결선전이 된 셈이었다. 2022년 3월 대선도 현재로서는 2007년 때처럼 결선보다 예선이 더 치열하고 손에 땀이 날 정도의 박빙으로 갈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물론 아직 1년 이상 남아 있다.
이낙연ㆍ이재명간의 대결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관전자에게는 제3의 다크호스로 원희룡 지사가 가시권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최근 원희룡이 사실상 대권도전을 언명하면서 통합당 주자가 되려고 엄청 열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의 서울시장 무공천 재검토에 대해서는 '환청'이라면서 기세등등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면 괜찮아 보인다. 야권 대표 후보임을 자임하면서 떠오르는 여권후보와 맞짱을 뜨는 전략도 현 시점에서 지지도가 낮은 원희룡으로서는 어쩔수 없는 고육책일 것이다. 이재명 대 원회룡 구도가 어쩌면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원희룡에게 화이팅을 보내면서 야권 후보이기전에 현직 제주도지사로서의 원희룡에 대한 기대를 버리기가 아직은 아깝다. 그러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원희룡표 제주미래비전이 무언지를 재확인해 보여주면서, 그 가운데 하나라도 실행해 나가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중앙정치와 제주도정이 따로 노는 국밥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이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이다. 지난 6년에 걸친 제주도지사직 수행에서 두고두고 자랑하고 내세울만한 공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이 나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원희룡표 실적 없이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등 경기도판 이재명의 광폭행정과 부딪쳐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하긴 괜한 걱정인지도 모르겠다. 통합당 후보로 나서는 순간 30~40 프로의 묻지마 야권 지지표가 있기에, 행운이 따르면 대통령이 되지 말란 법이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희룡이 이재명의 행보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을 넘어서는 그 무엇을 제주도민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보여주었으면 한다. 원희룡이 그렇게 주창해 마지않는 청정ㆍ공정 비전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원희룡표 정책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의 핫이슈인 제2공항 관련해서도 청정자연과 공정한 절차가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경쟁후보들이 알아서 무대에서 사라져가는 행운만이 아니라 발군의 실력으로 통합당 대선후보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다행히도 지난 30일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창립총회에서 원희룡은 전국민 '기본역량론'을 주창했다. 눈이 번쩍 뜨였다. 3번에 걸친 평생교육을 기본소득과 결합시켜 국민역량을 키워나가자는 건, 분명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합당한 방책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부터 다양한 방식의 역량격차 해소를 통해 도민 기본역량을 키워나가는 도정 운영을 잔뜩 기대해 본다. 그게 원지사가 대선후보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양길현 제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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