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받지 못하는 '국제관함식'...격앙된 시민사회 "정부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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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받지 못하는 '국제관함식'...격앙된 시민사회 "정부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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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함식 개최 앞두고, 시민사회단체 정부 규탄 이어져
"불법.폭력 진상규명도 없이...관함식은 위선이자 재앙"
"한반도 평화시대에 역행하는 군사력 과시의 장"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觀艦式)' 개최가 임박한 가운데, 강정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충돌상황이 우려되고 있다.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는 14개국 21척의 외국 군함과 45개국의 대표단이 참가한다. 우리나라 군함 등을 포함하면 군함 50여척과 항공기 20여대와 총 1만여명의 장병이 참여할 예정이다.

참가국 중 가장 많은 군함을 보내는 국가는 미국으로, 핵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 등 4척이 강정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러시아 해군은 바랴그함 등 총 3척이, 인도네시아 해군은 범선이 참가한다. 일본 자위대도 당초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일제 전범기인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 욱일기)'를 게양하는 것을 고수하면서 국내에서 규탄여론이 들끓자 결국 불참을 결정했다.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인 정저우(鄭州)함을 보낼 예정이었던 중국도 해상 사열에 군함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해왔다. 

관함식은 외국 군함 등을 초청한 가운데 국가 원수 등이 해군 함대를 검열하는 의식이다. 1998년 건군 50주년을 기념해 처음 열린 이래 10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으며, 올해 3회째를 맞는다.

올해 행사에서는 해상사열,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 부대 및 함정 공개, 기념공연, 불꽃축제 등이 진행된다.

이중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해상사열'은 10월 12일에 있을 예정이다. 해상사열에서는 국민들이 해군함정 시승함을 타고 바다에서 항해하는 우리나라와 외국 해군함정을 직접 사열하는 내용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관함식은 제주도에서 환대받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해군의 집요한 설득으로 강정마을회가 대통령의 사과 등을 조건으로 해 국제관함식 제주개최를 수용하기로 했으나, 반대 여론은 갈수록 더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제주도 개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민주적 절차 훼손 논란, 그리고 지난 11년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적 정당성 문제나 국가공권력의 폭력 내지 인권유린 등에 대한 진상규명 조차 이뤄지지 않은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군은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과정에서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군이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국제관함식을 개최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청와대와 해군이 앞장서서 주민들을 또다시 분열시키고 갈등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강정마을에 소재한 재단법인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이사장 강우일 주교)는 8일 국제관함식을 "역사를 뒤엎어버리는 것이자, 평화시대에 역행하는 행사"라고 정면 비판하며 큰 우려를 표명했다.

평화센터는 "무력과 군사력이 아닌 평화적 수단으로 평화를 이루자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제주4.3 때와 같이 낙인을 찍고는 공권력으로 탄압을 일삼았다"면서 "잘못된 역사를 바로 보지 못한 채 해군기지가 건설된 제주도에는 평화가 제대로 설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해군은 관함식을 계기로 민군이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발표했지만, 마을의 상처를 치유하기는커녕 갈등을 증폭시켰다"고 힐난했다.

평화센터는 "정부와 해군은 국제관함식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공동체회복사업지원을 약속했지만,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있었던 불법과 폭력에 대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은 채 해군기지 문제를 덮으려고 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제주4.3 70주년인 올해에, 학살의 책임이 있는 미국이 핵항공모함을 가지고 70년 만에 제주도에 들어오는 것은 학살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평화센터는 "세계 평화의 섬 제주에서 전 세계 해군 군사력 과시의 장인 국제관함식을 개최하는 것은 남북 정상이 선언한‘한반도 평화의 시대’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핵제주평화시민모임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로 제주가 동북아시아의 떠오르는 군사기지의 섬이 되고 있다"며 "미 핵 항공모함과 모든 핵 전함의 제주해군기지 입항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시대가 온다고 했으나 제주에서는 이 모든 일이 먼 나라의 일이 됐다"면서 "해군과 정부가 무리하게 국제 관함식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거행함으로써 제주는 동북아시아의 떠오르는 군사기지의 섬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평화는 작은 마을을 희생시키고 공동체 분열을 획책한 결과로 오지 않으며, 핵항공모함과 대량파괴 살상무기로 오지 않는다"면서 "제주 국제관함식은 위선이고 재앙이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와,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열린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등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해군의 관함식 반대주민 사찰과 불법채증을 통한 인권침해를 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진정서 제출에 따른 기자회견에서 "국제관함식 행사를 반대하는 강정 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은 매일 제주해군기지 앞에서 집회신고를 해 백배를 드리고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데, 백배를 드리는 사람들을 사복을 입은 해군이 사찰하고 정복을 입은 해군이 소형카메라로 불법채증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관함식 강행은 최근 현 정부가 추진한 남북공동선언에 명시한 군축이 사실상 평화에 기반한 것이 아님을 폭로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강정주민들의 반대에도 관함식 개최를 종용하며 강정주민들의 갈등을 부추겨 상처를 더 헤집어 놓은 것에 분노한다. 평화와 군함은 양립할 수 없기에 주민들의 뜻에 반해 관함식을 강행하는 현 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제주녹색당 엄마정치모임은 9일 "관함식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며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관함식 개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는 많은 희생 위에 지어진 죽음의 관이다"고 지적한 후, "전쟁기지에서 우리 아이들이 배워야하는 것은 '전쟁이 무엇인가'이지 결코 군함의 화려함이나 직업 군인 체험이 아니다. 전쟁기지는 즐거운 곳이 아닌 성찰의 장소여야 한다"며 해군기지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 관함식 반대와 평화의 섬 제주 지키기 공동행동'과 민주노총은 관함식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해상 사열이 진행되는 11일 오전 11시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관함식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관함식을 주최하는 해군에서는 이번 행사가 평화를 지향하고 강정마을의 상처를 보듬고 상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으나, 실상은 남북평화시대에 역행하는 군사력 과시의 장에 불과하다"면서 관함식 중단을 촉구했다.

또 "뿐만 아니라 관함식 유치 과정에서도 청와대와 해군이 마을 주민들을 회유하고 갈등을 오히려 조장하는 일에 나섰다"면서 비판했다.한편 국제관함식을 앞두고 강정마을회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관함식 개최 중단을 촉구하며 반대 투쟁을 전개할

것을 천명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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