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꿰어버린 첫단추...왜 '깜짝발표' 악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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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꿰어버린 첫단추...왜 '깜짝발표' 악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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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탑동매립 '제주신항' 논의, 꼬여버린 이유
'비정상적' 절차진행 자충수...'의견수렴'은 나중의 일?
제주시 탑동 해상을 대규모로 매립해 새로운 크루즈항만을 건설하는 내용의 '제주신항' 계획이 발표된 후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공청회는 어업인들을 중심으로 한 강한 반발로 파행으로 끝이 났고, 환경단체에서는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상반기 중 의견수렴을 거쳐 항만기본계획(2012∼2021년) 수정계획에 반영해주도록 정부에 공식 건의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일정대로 그대로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제대로운 논의조차 하기 힘들게 상황이 묘하게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이 계획은 2030년까지 총 2조4670억원을 투자해 항만부지 45만2000㎡, 배후부지 86만2000㎡ 등 131만4000㎡의 대규모 해상매립을 통해 초대형 크루즈부두를 건설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이를 통해 2만톤급 선석 1개와 1만톤급 선석 3개, 5000톤급 선석 5개를 갖춘 국내여객부두를 비롯해, 22만톤급 1선석, 15만톤급 2선석, 10만톤급 1선석을 갖춘 초대형 크루즈부두를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해상매립 계획면적은 최초 탑동매립이 시작된 1988년 때는 물론, 2012년 항만기본계획 때 발표됐던 것보다도 몇배 큰 대단위 규모다.

그러나 구상은 원대했으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느낌이다.

첫째, 절차적 부분에 있어서 도민사회의 공감대 내지 의견수렴 절차 진행없이 '깜짝 발표'로 계획이 공개됐던 것이 뼈아픈 실책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계획이 언론을 통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22일.

이날 낮 크루즈를 타고 제주외항에 도착한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이의 내용을 보고하는 시점에 맞춰 전격 발표됐다.

담당부서인 해양수산국은 브리핑 자료에서 "이 구상안은 지난해 12월부터 검토해 왔으며, 현재까지 현황․수요조사와 의견 수렴, 전문가 워크숍 등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내용을 뒤늦게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기밀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내용은 기밀을 요해 처음 공개한다면서, 이미 '도민 의견수렴'까지 했다는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괴상한 변명이다. 의견수렴을 했다면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설명이 있어야 하나, 명쾌한 설명이 없다.

대규모 개발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있으면서도, 도민 보다도 장관에게 덥석 보고를 한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더라 절차적으로도 적절치 못하다.

둘째, '협치(協治)'를 핵심아이콘으로 해 출범한 민선 6기 제주도정이 의견수렴에 있어서의 인색함은 물론, 도민사회가 심사숙고하며 공유하는 자리가 돼야 할 '공청회'를 한낱 요식절차를 가져 가려 했다는 점이다.

제주자치도는 22일 계획을 발표한 후 불과 5일만인 27일 오전 공청회를 개최했다. 언론에 발표한 내용 외에, 사전 홍보도 없었다. 생존권 문제와 직결된 제주시 어업인들에게는 공청회 개최사실 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어선주협회를 비롯해 어업인들의 격한 항의로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난 것은 공청회를 요식적으로 가져나가려 했던 제주도당국이 자초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번째, 제주자치도가 신항 계획의 근거로 제시한 타당성 논리와 관련한 '여론왜곡'의 문제다.

제주자치도는 제주외항이 항내수역 협소로 15만톤 이상 초대형 크루즈선이 이용을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항은 선석 포화 및 선박의 대형화로 인해 신규 카페리선박 취항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항만개발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에 대한 논거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을까.

해양수산국은 "사회협약위원회에서도 탑동 전면 해상을 제주 위상에 맞는 관광중심 항만 및 초대형 크루즈 전용부두로의 개발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바로 이 부분에서 왜곡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본말을 전도한 명백한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2013년 초 사회협약위원회는 탑동개발소위원회를 열어 재해 방지 등을 위해 탑동을 항만으로 개발하는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탑동 앞바다 공유수면 31만8천500㎡를 매립해 항만을 개발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 이 단체의 주장이다.

앞서 '의견수렴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한 부분과 더불어, 사회협약위가 마치 찬성의견을 냈던 것처럼 설명한 대목은 제주도정이 명확히 해명해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 15만톤급 크루즈 2척의 동시접안 규모로 건설되고 있는 강정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이 많은 갈등 속에서 건설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제주항 중심의 대단위 계획이 발표된 것과 관련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정항의 경우 군항 위주로 가져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그것이다.

이 제주신항 계획 발표 후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논란과 반발이 커지자, 원희룡 지사는 "나름대로 제주도로서는 상당히 내부검토와 고심 끝에, 그리고 제주도를 위한 정말 장기적인 큰 비전과 그림 위에서 발표하고 논의에 붙인 것"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소통 부족이란 지적 내지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대국적인 논의보다는 어떤 부분적인 이해관계의 문제로 자꾸 논의가 좁혀지거나 변질되는 그런 경향들이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도 전했다.

항만기본계획 수립 막바지에 이른 시점이기 때문에 타이밍상 이번에 불가피하게 정부에 먼저 건의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해명했다.

그러나 이 역시 납득하기 힘들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업인들을 비롯해 탑동 주변 원도심 주민들과의 제대로운 협의조차 없이 발표된 점도 문제이지만, 대단위 환경파괴로 이어질 것이 뻔한 계획을 구상하면서 '의견수렴' 절차를 간과한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탑동 매립 문제는 이해당사자의 생존권 문제 차원을 넘어, 제주 환경적 문제의 상징이기도 하다.

1980년대 말, 제주사회가 큰 논란과 갈등을 겪었던 '탑동'이라는 점을 인식했다면, '의견수렴'은 사후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선행돼야 할 조건이었다.

포화상태에 있는 제주국제공항의 인프라 확충방안의 대안 마련을 놓고 도민사회에 의제를 던졌던 것처럼, 탑동 개발문제 역시 최소 사전에 도민사회 공론에 부치고, 공개적 타당성 용역 등의 방법을 통해 제주의 '안(案)'을 만들려는 절차가 이행됐어야 했다.

이 절차적 과정이 생략된 채 항만기본계획 '선(先) 건의, 후(後) 의견수렴'이 행해지려 하니 반발여론이 확산되고 있고, 오히려 의견수렴은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꼬여버린 것이다.

계획은 원대했으나, 첫 단추를 잘못 꿰어버리는 '악수(惡手)'를 둔 것이 패착이다. 한마디로 절차적 부분의 '작전의 실패'다. 지난 요식적 공청회는 '협치도정' 답지 못한 '비정상'에 다름없다.

이 상황에서 의견수렴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반발과 갈등만 더욱 키울 뿐이다. 설령 이번 항만기본계획 반영시점을 놓쳐 5년 후로 미뤄진다 하더라도, 원점에서 정상적 공론 절차를 밟아 나가는 것이 어쩌면 지금 취할 수 있는 최상의 해법일런지 모른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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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 2015-06-01 00:00:23 | 14.***.***.123
도민 의견수렴과 공청을 사전에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도 ,,
정작 제주도민은 안중에도 없고
중앙눈치만 보며 쑈하는 꼴은
제발 이제 그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