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명백한 말 바꾸기" vs 제주도 "용어표현상 문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 최종 모형으로 '행정시장 직선제'(시장 직접 선출, 의회 미구성)가 제시됨과 동시에 터져나온 '기초자치권 부활공약' 논란의 실체는 뭘까.
우근민 제주지사가 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권고한 이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해 도민의견을 들은 후 정책결정을 하겠다고 밝히자, 시민사회단체는 "말 바꾸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우 지사는 5일 기자회견에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자신이 공약으로 제시한 '제주형 특별자치모형'은 "시장을 직선하고 의회를 두지 않는 제주특별법에 의한 기초자치권 부활이지 지방자치법에 의한 기초자치 부활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말에 시민사회단체는 발끈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분명히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상당한 긍정적 평가까지 받았는데 이제와서 말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교묘한 말 바꾸기와 무책임한 제주도정의 끝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현행 허수아비 행정시장을 주민 직선으로 뽑자는 말장난에 불과하며 제주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를 비롯한 1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기초자치권부활도민운동본부도 "지난 2010년 선거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은 정책적으로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에 대해 많은 지지를 보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내 공약은 기초단체 부활이 아니다'라는 거짓 발언은 다시 제주도민과 유권자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촉박한 일정 속에 빠른 도민사회 논의를 기대했던 제주도당국은 이러한 논란의 촉발에 크게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 논란의 촉발, 선거당시 꺼낸 '기초자치권' 실체는?
그렇다면, 이번 '기초자치권 부활' 공약의 논란은 왜 촉발된 것일까.
이 '기초자치권 부활'이란 표현이 처음 나온 것은 우근민 지사가 2010년 지방선거 예비후보 당시에서다.
우 지사는 당시 자신이 '야인'으로 생활하면서 지역민심을 살핀 소감을 피력하며, 기초자치권 부활이란 말을 꺼내들었다.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이 부분이 잠깐 언급됐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기초자치권 부활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의 4개 시.군 체제, 즉 기초의회가 있는 완벽한 기초자치단체의 의미로 해석됐고 이 내용은 유권자들에게도 전파됐다.
상대후보 진영과의 첫 대변인 설전도 이 기초자치권 부활 문제가 포문을 열었다. 기초자치권 부활 공약이 제주를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시기로 되돌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설전의 포커스였다.
이 과정에서 우 지사측은 '기초자치단체' 공약의 성격에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당시 언론을 통해 보도됐던 내용을 중심으로 요약해 보면, "지방자치법상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주특별법을 개정함으로써 실현 가능한 것으로, 이 기초자치단체는 법인격이 없으며, 단체의 장은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지만 기초지방의회는 두지 않고 도의회에 지역상임위원회를 두어 실제로 기초지방의회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즉, 법인격 없고, 의회없는 기초자치단체라는 설명이다.
곧바로 당시 강상주 후보측 등에서는 "의회없는 기초자치단체 공약은 헌법과 법률체계를 검토하지 않고 실행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없는 인기영합 공약"이라며 이 공약의 헌법위반 소지를 제기했다.
이에 우근민 지사 측 고창후 당시 대변인(전 서귀포시장)은 논평(2010년 5월19일)을 통해 "우 후보의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은 지방자치법상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님을 분명히 해둔다"면서 "따라서 "우 후보의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은 헌법과 법률체계에 위반될 소지가 전혀 없으며,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을 개정함으로써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 후보 공약은)제주도민이 원하고 있는 주민밀착형 행정수요에 가장 빨리 대응할 수 있고,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에 발생했던 행정의 비효율성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지방자치모델을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마디로 선거과정에서 촉발된 '기초자치권 부활' 공약의 실체는 제주특별법 규정을 근거로 해 기초의회 없고, 법인격은 없으나 단체장은 주민들이 직접 뽑는 형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도의회에서도 제기됐던 '위헌 논란'의 내용은?
민선 5기 제주지사에 당선된 후 핵심공약을 내놓으면서 이 부분은 '제주형 기초자치모형 도입'으로 바꿔졌다. 용어사용에 있어 일부 변화가 있었다.
그러다가 취임 후에는 제주도의회에서도 '의회없는 기초자치단체'의 위헌 논란이 제기됐다.
2010년 후반기 도정질문에서 박규헌 의원(민주당)은 "헌법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기초의회를 두지 않고 광역의회에 지역상임위원회를 설치해 기초의회의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우 지사는 답변을 통해 "제주도가 추진하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의 도입은 적용법이 지방자치법과는 다르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헌논란을 잠재웠다.
우 지사는 제주도의 기초자치단체 제도를 설치하는 법적 근거는 지방자치법 3조에 규정된 '지방자치단체는 법인으로 한다'는 조항이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13조 규정이라고 밝혔다.
이 특별법 13조는 "지방자치법의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에 관한 규정에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주자치도의 지방의회 및 집행기관의 구성을 달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우 지사는 또 이 특별법 15조 1항의 "제주자치도는 지방자치법의 규정에도 관할구역 안에 지방자치단체인 시와 군을 두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개정할 뜻을 밝혔다.
그는 "이 조항을 '제주자치도는 지방자치법의 규정에도 행정능률과 주민편의 등을 위해 주민의 선출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다'로 개정하면 된다"며 "제주형 자치모형은 특별법에 근거해 헌법 틀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위헌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 내용을 살펴보면, 우 지사가 선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시종 '의회없는 기초자치단체' 입장을 줄곧 제시해온 것처럼 보인다.
◇ 선거당시 '기초자치권 부활' 용어 설파...그 책임은?
그러나 비록 '기초자치단체'의 성격이 당시 선거과정에서 후보진영간 공방에서는 어느정도 제시됐다 하더라도, 도민사회에서는 이 부분이 '기초자치단체 부활'로 호도된 점이 적지 않았다.
즉, 엄밀한 의미로 우 지사의 당시 공약은 '기초지방단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 지사측은 선거기간 내내 마치 기초자치권이 부활되는 것처럼 어필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 선거유세 과정에서 '기초의회 없다, 법인격 아니다'라는 부분을 명확히 전제함 속에서 공약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뭉뚱그려 "기초자치권 부활하겠다"라는 표현을 쓴 사례가 많았다.
현재 시민사회단체가 '거짓말' 내지는 '말 바꾸기'라는 격한 표현까지 쓰며 크게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선거과정에서는 '기초자치권'을 부활하는 것처럼 설명해놓고, 지금에 와서 다른 말을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선거과정에서 '용어' 정리에 있어 잘 안된 부분이 있었다"면서 "엄밀한 의미로 말하면 최초 제시한 의회를 두지 않고, 법인격 없이 시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을 두고 '기초자치단체'로 표현한 것에서 일부 논란의 여지가 있었으나 말 바꾸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용어 표현'상 문제였지, '말 바꾸기'는 아니었다는 항변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당시부터 줄곧 도민사회에 '기초자치단체 부활' 공약으로 상당부분 설파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현재의 논란에 있어 우 지사의 책임 부분도 결코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선거때 이 문제 까발리지 못한게 한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