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공무원...텐트 1개에 한밤중 그 소란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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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공무원...텐트 1개에 한밤중 그 소란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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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시는 왜 '2인용 텐트'에 그토록 집착했나
심야시간 대규모 공권력 투입, 결국 '1명 부상, 1명 연행' 상흔

26일 밤 10시20분께부터 시작된 제주도청 앞 인도에서의 한바탕 충돌사태.

제주시청 공무원들과 경찰 등 300여명이 투입된 이 대소동의 이유는 단 하나, 도청 앞 인도에 설치된 '2인용 텐트'를 철거하기 위해서다.

2인용 텐트 1개와 농성자 15명에 대응하기 위해 제주시청 공무원들은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단행했다.

격렬한 충돌과 터져나오는 울부짖음, 비명소리 등 한밤 중 제주도청 주변을 뒤흔든 이 날 일은 불과 20여분만에 상황이 종료됐다.

그 결과는 여성 1명이 머리에 부상을 입고, 환경단체 대표 1명이 경찰에 강제연행으로 이어지게 하는 상흔을 남겼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꼭 밤 10시가 넘은 시각,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해 무차별적인 철거작전을 벌여야만 했을까.

제주시당국이 이날 강제철거는 적법성 논란을 떠나, '꼭 그래야만 했을까'라는 점에 의문을 남긴다.

▲ 오직 2인용 텐트 1개 때문에,...공권력 300명 투입?

다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이날 오후 3시께부터 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 소속 단체 대표들과 회원 등 10여명이 도지사의 해군기지 공사중단 명령을 촉구하는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당초 천막을 설치해 농성을 할 예정이었지만, 시청 공무원들이 몰려와 천막을 설치할 경우 강제철거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천막은 꺼내놓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저녁시간대에 2인용 텐트 1개가 쳐졌다. 농성자 중 여성 4명이 추위를 피할 장소를 마련하는 차원이었다. 대부분은 밖에 있었다.

농성장에 있던 사람은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을 포함해 전부 합해봐야 15명 내외에 불과했다.

하지만 '천막'이란 말만 들어도 철거전담반을 방불케 하며 즉각적인 반응에 나서는 공무원들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텐트 1개를 철거하기 위해 시청공무원 50여명이 처음 강제철거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밤 9시40분쯤.

한 간부공무원이 농성자에게 통보를 했다.

"도로법 45조에 저촉되므로, 텐트를 바로 철거하지 않으면 10분 후 강제 철거하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도로법 규정의 적용여부를 놓고 농성자와 공무원들간에 몸싸움 일보직전의 상황이 몇번 있었다. 

그러나 10분 후가 되어도 공무원들은 가만히 있었다.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분위기였다. 도청 정문 앞에는 사복경찰과 도청 청원경찰, 일부 공무원들만이 배치돼 있었다.

밤 10시5분쯤, 대형 경찰 버스 2대가 농성장 앞으로 왔다. 잠시 후 경찰버스는 도청 후문쪽에 정차한 듯, 진압복을 갖춰입은 형광색 물결이 도청 청사 한켠에서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진압경찰이 도청 정문 일대에 모두 배치가 완료되자, 경찰은 구체적으로 작전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10시20분, 도의회 쪽에 서있던 공무원 50여명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때맞춰 도청 정문 앞 경찰들이 우르르 농성장으로 몰려와 텐트 1개에 애워싸 꽁꽁 봉쇄했다.

한 간부공무원이 "철거 시작해!"라는 명령과 함께 곳곳에서 비명과 고성이 터져나왔다.

텐트 속에 있던 여성들의 울부짖는 소리도 이어졌다.

이윽고, 공무원들이 텐트를 통째로 끌고가기 시작했다. 텐트 안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와도, 이를 지키던 시민단체 대표들이 거세게 항의해도, 막무가내로 5m 가량을 바닥을 끌고 나갔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이 텐트의 한 지렛대에 얻어맞고, 땅바닥에 끌리면서 부상을 입었다.

여성이 머리를 감싸안아 울부짖어도 공무원들의 철거는 단 5분만에 신속하게 마무리됐다. 그리고는 이후 상황은 경찰에 맡기고, 도의회 정문쪽으로 빠져나간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구경만 했다.

부상자가 발생했어도 신속하게 119 구급차를 불러주는 이 한명 없었다.

이후 경찰과 농성자들간의 격렬한 충돌이 계속됐다. 경찰관들 역시 심야시간대인 것을 의식한 듯,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애워싸고 압박하듯 거칠게 밀어붙였다.

이어 포위망을 풀어주면서 경찰은 항의하는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를 연행하다가, 오영덕 제주환경운동연합 대표 등이 이를 저지하며 또다시 충돌이 빚어졌다.

부상당한 여성을 병원으로 후송하기 위한 119 구급차는 상황이 종료된 10시40분께 도착했다.

심야시간대의 대소동은 1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되고, 1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텐트 1개를 빼앗는 것에 만족했는지, 공무원들은 슬그머니 자리를 떠났다.

▲공무원들이 텐트를 꼭 철거해야겠다던 법적 근거는?

이날 상황은 여러가지 점에서 보더라도 왜 꼭 그렇게 강압적으로 밀어붙여야 했나 라는 의구심에 답을 주지 못했다.

제주시청 건설과에서 제시한 도로법 제45조.

이 규정은 '도로에 관한 금지행위'를 담고 있다.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보면, △도로를 손궤(손궤)하는 행위 △도로에 토석(토석), 죽목, 그 밖의 장애물을 쌓아놓는 행위 △그 밖에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끼치는 행위를 적시하고 있다.

제주시청에서 강제조항의 법적근거로 삼은 것은 세번째인 '그 밖에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끼치는 행위'를 든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이 맞다면, 꼭 심야시간에 그토록 긴박하게 했어야 했나 라는 의문이 남는다.

밤 시간대, 보행자들이 많지 않은 제주도청 맞은 편 인도에 2인용 텐트 1개가 그토록 격한 상황을 만들만한 긴박한 문제였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많은 보행자들이 있어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끼치는 행위를 심각하게 유발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한 농성자는 도로법 45조의 '교통에 지장에 끼치는 행위'에 그토록 민감한 상황이라면, 연동동사무소 앞에 있는 적치물에 대해서는 왜 관대하게 놔두냐며 공무원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텐트 1개를 쳐 놓은 것을 두고, 또 고작 15명 내외의 농성자를 제압하기 위해 그 늦은 밤 시간대에 공무원과 경찰력 등 300명을 동원한 자체부터가 아이러니하다.

▲공무원 누구 한명 '유연한 대화' 시도 해봤나?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쉬움은 매우 컸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텐트를 쳤다면, 아침이 되면 철거해 달라는 '유연한 요청'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법도 했지만, 제주시청 공무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철거 용역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로지 "철거하겠다"는 앵무새와 같은 말 뿐이었다. 누구 하나 농성자들과 유연하게 대화하며 탄력적으로 문제를 풀어볼 노력을 보이지 않고, 감정만 자극하는 행동을 보였다.

또한 이번 농성 문제는 현재 전국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문제 때문에 촉발된 것이었다.

정부와 해군이 제주사회의 의견을 묵살한 채, 공권력을 투입해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면서 촉발된 문제다. 그러나 제주시 공무원들은 이들이 왜 농성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이는 제주도의 의견을 묵살하는 정부와 해군의 태도와 뭐가 다른가.

물론 이러한 제주시당국의 대응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초겨울 한미FTA 문제로 농민들이 울부짖으며 도청 앞에서 농성을 하려 할 때에는 천막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노숙투쟁을 하겠다며 깔고 앉아있는 방석까지 빼앗아가면서 반인권적 과잉 대응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한미FTA에 따른 대책으로 그들을 달래며 농성을 해제시키려는 노력은 커녕, 마음에 크나큰 상처만 주었다.

도청 앞 농성이 전개된다는 말만 들리면, 마치 전쟁이라도 치르듯이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제주시청의 모습은 뭔가 강박관념에 휩싸인 듯한 모습이다.

김상오 제주시장은 부상자와 연행자를 발생시키는 물리적 충돌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그 늦은 밤 시간대에 공무원들에게 강제철거 이행을 지시했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다.

텐트 1개를 빼앗기 위해 치른 대가 치고는, 남은 상흔이 너무 크지 않은가. <헤드라인제주>

[현장] 한밤중 격렬한 충돌...도청 앞 농성장 무차별 강제철거

도지사의 제주해군기지 공사중단 명령을 촉구하는 노숙투쟁을 하는 제주도청앞에서 공무원들이 텐트 1개를 철거시키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시키면서 한바탕 격렬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청 공무원들이 텐트 안에 여성 4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째로 끌고 가는 방식으로 강제철거를 하고 있다. 텐트 안에 있는 여성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청의 신호에 따라 농성장을 포위한 경찰. <헤드라인제주>
도지사의 제주해군기지 공사중단 명령을 촉구하는 노숙투쟁을 하는 제주도청앞에서 공무원들이 텐트 1개를 철거시키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시키면서 한바탕 격렬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청 공무원들의 텐트 안에 여성 4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째로 끌고 가는 방식으로 강제철거하면서 한 여성이 머리를 감싸안고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 여성은 결국 119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헤드라인제주>
2인용 텐트 1개를 철거시키기 위한 농성장 현장. <헤드라인제주>
텐트 1개를 철거하기 위해 농성장에 배치돼 있는 제주시청 공무원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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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책임 2012-03-27 08:42:57 | 110.***.***.6
시청 공무원이 이런 몰상행동을 한데는 그저 도지사에게나 잘보이며 점수나 따고싶어라는 구석기시대 윗선이 있지요. 시장 부시장 국장이 줄줄이 책임져야죠
분명 시장에게 보고는 했을 테고
제주시에서는 그 사람들 몇 안되어도 이번 기회에 아주 혼내주라며 경찰 수천 지원 요청한것 같은 분위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