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정국 '집회금지령', 왜 위헌논란 제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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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정국 '집회금지령', 왜 위헌논란 제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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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집회결사'의 자유가 박탈된 강정마을

'표현의 자유'를 얘기할 때 보통 헌법 제21조를 근거로 제시한다.

이 조항의 제1항은 언론의 자유와 함께 집회.결사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조항 등에 담긴 의미를 통틀어 일명 '표현의 자유'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유심히 살펴볼 부분은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부분이다.

'허가'라는 의미 자체가 무엇을 금지했다가 예외적으로 허용해준다는 의미이므로 진정한 자유와는 거리가 먼 말이다.

현재 집회는 '신고제'로서, 자유로운 집회의 개최는 헌법적 권리에 속한다.

물론 헌법에서도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국가안정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37조의 규정이 그것이다.

다만, 그러한 제한은 법률로써 하여야 하며, 제한에 따른 권리침해 정도는 최소한도로 그쳐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것을 '과잉금지의 원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29일 제주에서 '집회 전면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위헌논란이 일고 있다.

서귀포경찰서가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신고한 캠페인 등의 집회를 전면 금지시킨 것이다.

주민들이 신고한 이달과 다음달 15일까지 강정 곳곳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집회신고를 전면 금지시켰다. 말이 금지이지,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허가제'의 수준이다.

서귀포경찰서가 밝힌 집회금지 통고의 사유근거는 집시법 제5조 1.2항을 들었다.

제5조(집회 및 시위의 금지) ①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집회나 시위를 주최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
2.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損壞),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
②누구든지 제1항에 따라 금지된 집회 또는 시위를 할 것을 선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중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란 점이 경찰의 주된 집회 불허사유다.

"종전의 불법 집회.시위 전력으로 보아 이미 신고된 앞으로 있을 집회에서도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히 예상되므로..."라며 이를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공안당국이 강정주민의 집회나 시위 뿐만 아니라 해군기지 공사에 대해 항의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엄단하겠다고 발표한지 사흘만에 공표된 또하나의 조치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경찰의 이번 조치가 헌법에서 정한 '불가피한 제한'에 속하는지, 아니면 '과잉금지원칙의 위반'인지 여부다.

경찰은 지난 집회나 시위의 '불법성'을 근거로 제시했다. 올해들어 4월6일 해군측의 블록제작시에서의 충돌, 5월9일 레미콘 진입 방해사례, 5월19일 사업부지내 비닐하우스 철거작업 방해 등에서 군인과 경찰을 폭행하는 과격.불법양상이 표출됐다고 적시했다.

지난 24일 강동균 마을회장 등이 크레인 가동준비 움직임을 보고 항의하다 업무방해혐의로 경찰에 연행되려 하자 주민들이 저지에 나서면서 발생한 충돌사태도 집회 금지 사례의 이유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경찰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충돌이 발생했던 원인인 해군측의 블록제작이나 비닐하우스 철거작업, 레미콘 차량 진입 등이 모두 '불법공사'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불법적인 공사'를 보고 가만 있을 수 없어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고 주민들도 숱한 부상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24일의 경우에는 공사방해 정도가 아니라, 단순 항의를 하러 갔다가 경찰과 해군의 '업무방해'라는 유도된 덫에 빠졌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9월15일까지 예정된 집회의 내용에서도 폭력이나 과격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단하고 모두 금지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현재 신고된 집회 내용 중 '충돌' 등이 나타날 개연성이 있는 집회신고 내역은 거의 없다. 대부분 '캠페인'성이다.

하지만 경찰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히 예상되므로"라는 이유를 꺼내들었다.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면 '폭력 투쟁'이나 찬반 주민들과의 직접적 충돌상황이 충분히 예견돼야 하나, 현재 신고된 집회의 내용은 모두 '해군기지 반대'의 뜻을 다지고 알리는 문화행사 내지 캠페인성이다.

경찰이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협하는 '충돌'을 예상했다면 그것은 '경찰과의' 혹은 '해군과의' 충돌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강정 주민들은 '비폭력 평화집회'를 선언했다. '맨몸'으로 버티겠다고 선언을 했음에도, 경찰은 그것이 마치 심각한 사회의 공공질서를 위협할 것으로 예견한 것이다.

법원이 강정주민 등 37명을 비롯해 심지어 강정마을회 등 5개단체에 대해서도 해군측의 공사를 방해하지 말도록 한 접근금지 신청을 받아들인 상황에서, 경찰이 집회마저 전면 금지시킨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에 다름없다.

경찰은 집시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무제한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안녕질서와 조화되는 범위 내에서 보장됨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제한규정의 중요한 키워드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다. 그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뒤따라야 한다.

종전의 사례에 비추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라는 예단만으로는 안된다.

신고된 각 집회의 성격과 내용을 살펴봄 속에서 '제한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한 예측을 통해 포괄적으로 앞으로 있을 모든 집회에 대해 "공공질서의 위협적"인 것으로 간주한 이번 경찰의 통고문은 분명 위헌소지를 갖고 있다.

불가피성을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이뤄진 '제한' 조치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명백한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강정마을엔 지금 '자유'와 '권리'마저 박탈되어지는 모습이다. <헤드라인제주>

서귀포경찰서가 강정마을회에 보낸 집회금지 통고서. <헤드라인제주>
서귀포경찰서가 강정마을회에 보낸 집회금지 통고서.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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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7 21:54:35 | 211.***.***.162
헌법 학자보다 훨 나은 적극적 해석입니다
기자님의 논리에 감탄

헌법 2011-09-01 22:37:33 | 211.***.***.57
언제 이토록 헌법에 조예가 ㅡ 법학자보다 낫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2011-08-31 00:48:22 | 61.***.***.103
맞습니다. 집회를 금지할만한 명확하고 구체적 사유가 제시되어야죠. 포괄적인 예단으론 안됩니다. 피해 최소화의 원칙에 어긋나죠. 필요한 경우 제한을 하더라도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것은 헌법의 정신입니다. 집회금지 통고처분은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청구할 만한 분명한 사유입니다. 좋은 논단 글입니다.

명품칼럼 2011-08-30 20:56:43 | 119.***.***.72
헤드라인제주만의 명품칼럼 짱!!

2011-08-30 20:37:47 | 211.***.***.19
법에 대해 해박함을 느끼게 하는 칼럼이나 경찰들이 왜 집회금지시켰는가에 대한 변명이라도 잘 실어주지
헌법조문 오랫만에 봅니다

도민2 2011-08-30 19:20:22 | 112.***.***.136
반대주민들 불쌍하다 그런데 똑같이 고통 받는데 고향 팔아먹은 놈들로 비쳐지는 찬성주민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도민2 2011-08-30 19:18:58 | 112.***.***.136
현장 사진 보면 시위대가 비폭력을 원칙으로 했다는게 의구심이 든다. 현재 시위대의 행동은 비폭력과는 거리가 있다 다른 인터넷신문 보니까 찬성주민들이 자신들을 감시하는 기분이 들어서 시민단체 때문에 공포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부분도 기사화해야 한다

개나소나 2011-08-30 15:26:11 | 211.***.***.168
도민 도민 하지 말그래이 헷갈린다
헤드라인제주 논점은 명품

도민 2011-08-30 13:34:44 | 125.***.***.67
모든걸 단박에 뒤집을 수 있는 방안이 주민투표이지요.
제주도의회에서 한방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지요.
그깟 시위금지가 별거 아니지요.
주민투표로 모든걸 한방에 반전시킬 수 있잖아요.
제주도의회를 믿어 주세요.

알빠 2011-08-30 09:42:42 | 211.***.***.126
해군 알빠가 득실대고 이젠 별짓을 다하는구먼
아래 댓글 다신분들의 단순무식함이 존경스럽소

너두 신문이냐? 2011-08-30 08:49:06 | 112.***.***.104
집회신고 장소에 공사현장 정문은 없는거 같은데 거기다 천막치고 불법으로 점거하는 건 뭐죠?
기사 쓸려면 좀 똑바로 써라...찌라시 아니랄까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