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경찰' 전진배치, 대체 뭘 노리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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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경찰' 전진배치, 대체 뭘 노리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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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육지경찰 강정배치 노림수의 복잡한 계산
'소일거리'로 장기주둔 명분찾기?...현지 사전답사 차원?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한 공권력 투입을 감안해 제주에 내려온 육지부 경찰이 17일부터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현지에 전진 배치됐다.

종전까지 강정마을 중덕해안가 주요 길목지점의 경비업무를 맡았던 제주경찰은 빠지고 그 자리에 육지부 경찰이 대신 들어선 것이다.

강정마을 중덕해안가 입구 길목을 경비하고 있는 경찰들. <헤드라인제주>
육지부 경찰차량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육지경찰 당장 떠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왜 갑작스럽게 바꿨을까?

경찰은 당초 해군기지 반대시위 등의 상황에 대비해 지난달 7일부터 공사장 주변에 제주경찰청 소속 지구대 순찰요원과 전의경들을 24시간 투입해 경비를 해 왔다.

제주지방경찰청은 17일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고 '제주경찰의 피로감 누적' 때문에 육지부 경찰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한달 이상 지속되는 상황에 피로가 누적돼 근무에 어려움이 있고, 일선 민생치안 공백이 우려돼 경찰력을 원대복귀시키고, 대신 서울과 경기지역 경찰력을 그 자리에 대신 배치시킨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제주 경찰이 그동안 경비를 서왔다고 하지만, 주요 지점에 경찰관과 전경 5명 정도가 고작이었다. 100명 이상이 현장에 있는 경우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만 그렇게 해왔다.

평상시에는 해군기지사업단 입구, 중덕해안가로 이어지는 농로 입구, 그리고 강정포구 등에만 배치됐다.

하지만 해군이나 경찰이 '자극'만 주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충돌은 없었다. 최근의 충돌상황은 지난 태풍 '무이파'가 휩쓸고 간 다음날인 8일 발생했다.

중덕해안가로 들어가는 주민 등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밥통'까지 저지하면서 장시간 대치하는 일이 있었다.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력을 배치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경찰력 배치가 충돌을 더 부추긴 측면도 적지 않았다.

다시 얘기를 돌려, 해군기지 반대측에서 집회를 개최하거나 시위를 벌였기 때문에 충돌이 발생한 적은 과연 몇번이나 있었을까.

마을내 비상사이렌이 울리는 날은 딱 2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하나는 주민들이 판단하기에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해군기지 공사가 강행될 때, 다른 하나는 경찰이나 해군이 투입됐을 때다.

이런 저런 상황이 아닌 이상 주민들이 반대집회를 하면서 물리적 충돌을 부른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경찰은 마치 불법시위나 집회가 수시로 이뤄지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고, 마을안 경찰력 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설령 강정마을내 경비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평상시와 같이 소수 인력의 경찰력이 필요하다면 왜 육지부 경찰로 대체 투입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 의문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말은 더욱 가관이다. 그는 공권력 투입을 위해 제주에 파견한 '육지부 경찰'을 철수시켜달라는 국회의원들의 요청을 받은 자리에서, "자체 확인 결과 시위대의 양상이 과격해지는 분위기가 있었고, 대규모 충돌을 예상했기 때문에 경찰력을 내려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측 주민 등을 겨냥해 '시위대'라는 표현을 쓴 것도 거슬리지만, 그 양상이 과격해지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은 어떤 자체확인 결과에서 나온 말인지 알 길이 없다.

그는 지난달 21일 서귀포경찰서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편향적 발언을 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제 끌 만큼 끌어왔으니 더 이상 안된다"며 해군기지 사업을 방해하는 것을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라는 지시가 그것이다.

한마디로 해군기지 공사를 방해하는 것은 '불법', 공사를 돕는 것은 '합법'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표출한 것이다.

해군기지 공사과정에서 제기되는 환경성 논란, 절차적 논란 등에 있어 반대측 주민들은 공사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로 용도폐지가 안된 시점이던 지난 5월 해군측이 중덕해안가의 시설물을 철거할 때도 주민들은 오히려 해군측의 행위가 불법이라고 주장했었다. 이 과정에서도 현장에 투입된 경찰은 주민들의 주장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주민들만 업무방해혐의로 연행했다.

이번 조 청장의 발언 등을 놓고 볼 때, 경찰력의 강정마을 배치는 주민보호 차원이 아니라 해군기지 공사를 하는데 있어 '방해물'을 제거하는 목적이 크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것은 '진압전문' 육지부 경찰력을 강정마을 내에 전진배치시켰다는 것이다.

1차적 공권력 투입시기로 잡았던 16일 새벽 타이밍을 놓치면서 한때 되돌아간다는 말까지 나왔던 육지부 경찰.

정치권까지 나서 '조속한 철수'를 요청한 다음날인 17일, 철수는 커녕 오히려 전진배치시켰다는 것은 여러가지 노림수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 청장은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해군기지 공사를 방해하는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는 말로 사실상 '강제진압'의 선전포고는 한 셈이다.

즉, 경찰이 독자적으로 '공권력 투입'은 하지 않더라도 해군측이 공사의 일환으로 펜스 설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반대측에서 항의하며 저지할 경우 경찰력을 투입하면서 자연스런 진압의 모양새가 띄게 될 것이란 말이다.

내일이라도 해군측이 농로에 펜스를 설치하는 공사를 시도한다면 육지부 경찰이 방어벽을 쳐줄 수도 있고, 항의하는 주민들을 '불법'으로 몰아세워 연행으로 이어나갈 수도 있다.

이 상황은 곧 '공권력 투입' 내지 '무력진압'의 결과와 같은 것이다.

여기에 육지부 경찰의 농로입구와 강정포구, 해군기지 사업현장 입구 등에 전진배치된 것은 피곤한 제주경찰의 격무를 덜어주는 차원이 아니라 언제든지 공권력 투입을 할 수 있는 '스탠바이'를 하겠다는 것에 다름없다.

'진압작전의 선수'인 육지부 경찰에 있어서는 소일거리인 '경비업무'에 전진배치됨으로써 강정마을 지형과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하는 공식적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또한 직면한 정치권의 조속한 철수요구에는 '경비업무 대체투입'이란 이유를 들어 제주에 머무는 시간을 확보하는 명분을 확보한 것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육지부 경찰의 전진배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단숨에 공권력 행사를 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했다는데 많은 우려를 갖게 한다.

제주도정과 도의회가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임시회까지 열어 논의하고 있는 마당에, 경찰은 정치권의 요구에는 아랑곳없이 야금야금 그들이 말하는 '불법행위자 진압'을 위해 야금야금 포위망을 좁히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부를 결과는 어떤 것일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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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11-08-18 14:58:02 | 211.***.***.13
요런 기사 헤드라인제주 아니면 못쓰지.
역시 다른 목소리 짱~

헤드라인제주 마니아 2011-08-18 12:41:34 | 122.***.***.34
해군기지 100분토론으로 전국 방송타고 이제 완전히 전국적인 이슈가 됩니다. 이런 와중에 육지부경찰 움직임에 대한 분석은 언론이 당연히 해야하는 의무이라고 봅니다.대충대충 하루 보내기식 보도가 아니라 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려고 하는 헤드라인제주, 그래서 전 헤드라인제주 마니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분석가 2011-08-18 11:41:14 | 118.***.***.86
항간에는 오늘열리는 임시회가 끝나면 빠르면 일요일쯤 작전개시 들어간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정말 예리한 분석의 글입니다. 다른 신문에는 이런 글 없던데...단순히 복귀한다는 짤막한 내용밖에는

어쨀까나 2011-08-18 11:15:34 | 211.***.***.143
오늘 임시회가 끝나면 바싹 긴장해야겠군
갈정이 위험하게 됐네

중덕사 2011-08-18 10:38:00 | 59.***.***.23
헤드라인제주가 최고
기사 내용이 정확하다.

딴소리 2011-08-17 23:56:20 | 211.***.***.2
정치권까지 나서 공권력 투입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경찰의 무력진압에 제동을 거는것은 탄성과 반대를 떠난 차원의 문제다
공포분위기 조성하는데 해결방안 논의가 되겠는가

헤드라인조작 2011-08-17 22:05:35 | 14.***.***.57
언론은 무조건 반대나 찬성을 할게 아니고 해군기지가 어떤 이득이 있고 어떤 손해가 있는지 심층적으로 취재해서 어떻게 합의를 봐야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지들이 공산당인가 ㅡㅡ 대부분 언론은 무조건 반대하던데..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반대하게 만드는거는 문제가 있다

역시 2011-08-17 20:29:43 | 211.***.***.211
이런 심오함이
겨우 경비 경찰 몇명 배치시ㅣ킨걸 갖고 모든 노림수 다 읽어내다니 ㅡ
허허허. 경찰이 움찔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