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뚱형제의 책읽기] (7) 100만번 산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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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뚱형제의 책읽기] (7) 100만번 산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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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요코의 <나는 고양이라고>, <두고 보자 커다란 나무>

<나는 고양이라고!>
▶-<100만번 산 사나이> /사노요코 저| 김남주 역|비룡소

<100만번 산 고양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사노요꼬의 그림책 2권이 우리집에 있다.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 와 <나는 고양이라고>이다.

간결하면서도 재치 있는 글과 수묵화 같은 편안한 삽화가 일단 책을 쉽게 접하게 하지만 잘 뜯어 보면 다분히 철학적이고, 역발상을 유도한다.

이 책들이 우리집에 머문 지 5년쯤 된 것 같다. 큰애가 4학년때 쯤... 다이나믹한 줄거리나, 화려한 그림에 너무 익숙하다 싶을 때 이런 담백한 그림동화책으로 기름진(?) 책읽기를 달랠 수 있다.

단, 이런 책은 아이들에게 ‘무슨 내용이더냐?’ 라던가 ‘어떤 교훈이 있는 것 같아?’ 라고 묻는 것은 궁금하더라도 한 참 뒤로 미루는 것이 낫다. 또, 부모가 같이 읽으면 좋다.

실제로 내가 읽어보니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재치 있는 동시 한편 읽은 듯했고, 또 한참 지나 또 읽어보니 잠시 생각을 머물게 하고, 또 읽었을 때는 처음 느낌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예로 “ 나는 고양이라고”는 고등어를 좋아하는 고양이가 고등어 먹을 생각에만 골몰하며 산책을 하다가 하늘을 나는 고등어떼의 습격에 당황하고 공포스러워 한다.

평소에 하찮게 여겼던 한갓 먹이에 불과한 고등어들에게 쫓기면서도 “어쩌라고 나는 고양이라고” 를 외치는 고양이의 모습이 유머스럽게 표현되어 있는데, 고양이 입장에서 책을 볼 때는 끝까지 자아에 충실한 고양이의 당당함에 웃음이 났는데, 고등어 입장에서 책을 보면 그동안 만만히 봤던 것들에 대한 한번 더 헤아리게 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진 듯하다. 잊을 만하면 가볍게 한번 씩 꺼내 보는 데는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종류의 웃음이 숨어 있어서가 아닐까.

<두고 보자! 커다란 나무>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도 생각을 곱씹게 하는 그림동화이다.

<나는 고양이라고>보다는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명확히 들어나고, 주인공 아저씨의 나무를 둘러싼 심경 변화가 참으로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마당의 커다란 나무가 있어서 새들이 떠들어 대고, 그늘 때문에 빨래도 잘 마르지 않고, 낙엽이 져서 귀찮게 한다고, 늘 두고 보자며 벼르다 싹둑 나무를 베어버리고 난 후 아저씨의 무너진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흠” 이라던가 “흑”, “휴우” “흑흑흑” 같은 짧은 감탄사로 아저씨의 심경을 적절히 표현하는 작가의 연금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장난스럽게 홀뚱형제는 나름 패러디하여“두고보다 형” “두고보자 동생”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기도 하여 웃기도 했다. 언젠가 서로가 인생의 커다란 나무인것을 느낄 날이 있지 않을까...<헤드라인제주>

강선영의 <홀뚱형제 책읽기>는...

   
강선영 객원필진. <헤드라인제주>
두 아이 '홀뚱형제'의 책읽기를 10여년 지켜보면서 새삼 느낀게 있습니다. ‘아이들의 책읽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읽는 책’에 집중하게 될 정도로 너무 재미있고, 기발하면서, 감동적인 책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책에서 교훈을 뽑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털어내면, 아이들의 책읽기는 무한히 훌륭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웃음, 감동, 슬픔, 스릴 등 책읽기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을 홀뚱형제는 한마디로 “재밌어”로 일축하죠.  홀뚱형제가 추천하는 그 '재밌는 책들'... 독자들과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앞서 소개했던 4편까지의 글은 몇해전 이야기로, 글을 통해 소개한 홀뚱형제는 이제 사정이 좀 바뀌었습니다.(^^)

틈만 나면 책을 읽는 5학년 큰아이와 책읽기를 권하면 마지못해 '딱 한권만!'을 다짐하는 3학년 작은 아이는, 이제 여전히 달콤하게 책 읽는 중학교 2학년과 편독하긴 하지만 책과 아주 많이 친해진 초등 6학년이 되었습니다. 홀뚱형제인 것은 아직도 여전하구요.

참고로 홀뚱형제는 먹어도 살이 안찌는 형과 물만 먹어도 살찌는 동생을 지칭하는 말로 실제로 둘을 세워놓으면 참말로 가관입니다^^.
 


<강선영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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