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번 산 사나이> /사노요코 저| 김남주 역|비룡소
<100만번 산 고양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사노요꼬의 그림책 2권이 우리집에 있다.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 와 <나는 고양이라고>이다.
간결하면서도 재치 있는 글과 수묵화 같은 편안한 삽화가 일단 책을 쉽게 접하게 하지만 잘 뜯어 보면 다분히 철학적이고, 역발상을 유도한다.
이 책들이 우리집에 머문 지 5년쯤 된 것 같다. 큰애가 4학년때 쯤... 다이나믹한 줄거리나, 화려한 그림에 너무 익숙하다 싶을 때 이런 담백한 그림동화책으로 기름진(?) 책읽기를 달랠 수 있다.
단, 이런 책은 아이들에게 ‘무슨 내용이더냐?’ 라던가 ‘어떤 교훈이 있는 것 같아?’ 라고 묻는 것은 궁금하더라도 한 참 뒤로 미루는 것이 낫다. 또, 부모가 같이 읽으면 좋다.
실제로 내가 읽어보니 처음 읽었을 때는 그냥 재치 있는 동시 한편 읽은 듯했고, 또 한참 지나 또 읽어보니 잠시 생각을 머물게 하고, 또 읽었을 때는 처음 느낌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예로 “ 나는 고양이라고”는 고등어를 좋아하는 고양이가 고등어 먹을 생각에만 골몰하며 산책을 하다가 하늘을 나는 고등어떼의 습격에 당황하고 공포스러워 한다.
평소에 하찮게 여겼던 한갓 먹이에 불과한 고등어들에게 쫓기면서도 “어쩌라고 나는 고양이라고” 를 외치는 고양이의 모습이 유머스럽게 표현되어 있는데, 고양이 입장에서 책을 볼 때는 끝까지 자아에 충실한 고양이의 당당함에 웃음이 났는데, 고등어 입장에서 책을 보면 그동안 만만히 봤던 것들에 대한 한번 더 헤아리게 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진 듯하다. 잊을 만하면 가볍게 한번 씩 꺼내 보는 데는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종류의 웃음이 숨어 있어서가 아닐까.
<두고보자 커다란 나무>도 생각을 곱씹게 하는 그림동화이다.
<나는 고양이라고>보다는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명확히 들어나고, 주인공 아저씨의 나무를 둘러싼 심경 변화가 참으로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마당의 커다란 나무가 있어서 새들이 떠들어 대고, 그늘 때문에 빨래도 잘 마르지 않고, 낙엽이 져서 귀찮게 한다고, 늘 두고 보자며 벼르다 싹둑 나무를 베어버리고 난 후 아저씨의 무너진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흠” 이라던가 “흑”, “휴우” “흑흑흑” 같은 짧은 감탄사로 아저씨의 심경을 적절히 표현하는 작가의 연금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장난스럽게 홀뚱형제는 나름 패러디하여“두고보다 형” “두고보자 동생”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기도 하여 웃기도 했다. 언젠가 서로가 인생의 커다란 나무인것을 느낄 날이 있지 않을까...<헤드라인제주>
강선영의 <홀뚱형제 책읽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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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책에서 교훈을 뽑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털어내면, 아이들의 책읽기는 무한히 훌륭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웃음, 감동, 슬픔, 스릴 등 책읽기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을 홀뚱형제는 한마디로 “재밌어”로 일축하죠. 홀뚱형제가 추천하는 그 '재밌는 책들'... 독자들과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앞서 소개했던 4편까지의 글은 몇해전 이야기로, 글을 통해 소개한 홀뚱형제는 이제 사정이 좀 바뀌었습니다.(^^) |
<강선영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