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판단일까? 이 '잣대' 계속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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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판단일까? 이 '잣대' 계속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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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교육청 '중징계' 결정에 의구심이 가는 이유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왜 고의숙 교사에게 중징계 처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까.

계속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끝내 고 교사에게 정직 3월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교사에 있어 중징계 처분은 매우 가혹한 것이다.

해당기간 교단에 설 수 없음은 물론이고, 정년 때까지 이 '꼬리'는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25일 제주도교육청 징계위원회의 이같은 결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해 5월이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거나 당원으로 가입한 전교조 교사에 대해 파면이나 해임 등의 중징계를 내리도록 엄명을 내리면서 부터다.

이미 보수적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서는 모두 징계처분이 이뤄졌다. 반면 진보성향의 교육청 지역의 교사 징계는 지금도 미뤄지고 있다. 법원 재판이 완전히 끝나면 판단을 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교육청의 경우 양성언 교육감이 보수적 성향이기는 하지만, 국회의원과 도의원, 학부모 단체, 교사단체에서 강력히 징계 강행을 만류하면서 지금까지 미뤄져왔다.

그러다가 지난달 1심 판결이 내려지자 서둘러 고 교사에 대한 징계절차를 강행했다.

문제는 고 교사가 과연 '중징계'를 받을만한 '중범죄'를 저질렀느냐 하는 점이다.

고 교사는 민주노동당에 후원금 2만5000원을 낸 혐의로 기소됐다. 후원금을 낸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그 만큼 사안이 경미하다는 것이다.

현재 항소심이 계류 중인데, 어떤 판결이 나올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교사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정도 정치의사의 표현마저 못하게 하는 것은 권리침해가 아니냐는 법적 다툼의 소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3심 중 이제 1심을 끝낸 시점에서, 그것도 1심 결과 가장 낮은 수준의 양형을 선고받은 사안을 갖고 제주도교육청은 서둘러 징계를 강행한 것이다.

이미 징계처분 결정은 내려졌다고 하지만, 교육청 당국의 이번 결정에 있어서는 두가지 측면에서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하나는 과연 소신대로 내린 결정인가, 다른 하나는 앞으로 이 '잣대'의 일관성 은 유지될 수 있을까 점이다.

첫번째, 소신 결정이었느냐 하는 점은 여전히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교과부가 '중징계'를 내리라는 엄명을 어기는 것이 무서웠던 것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3차 징계위 소집을 앞둔 시점에서도 도의회 전체 의원이 한결같이 법원 판결 후로 미룰 것을 촉구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도의회는 중징계 방침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동료 교사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도 이어졌다. 만류하는 의견을 물리치고 '강공'으로 선회한 것은 '정부의 눈치를 살핀' 결과로 보여질 수 밖에 없다.

법원판결과는 별개로 해 행정적 판단으로 소신껏 징계를 할 생각이었다면, 애초 지난해 강행했어야 했다. 왜 1심 판결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처럼 했다가, 정작 징계의 수위 결정에 있어서는 판결결과와 전혀 다르게 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속 사정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한번은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이번에는 '정부의 엄명'을 따랐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두번째, 이번 중징계 처분의 '잣대'를 앞으로도 계속 일관성 있게 적용해 나갈 수 있을까 문제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남는다.

지금까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안을 놓고 중징계를 한번이라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 감사원이 장학관 인사문제와 관련해 해당자를 징계하라고 했을 때에도 쉬쉬하며 '견책'으로 슬쩍 끝냈다.

정당에 '2만5000원의 후원금'을 낸 사안과, 잘못된 인사로 행정업무에 불신을 초래하게 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있게 만든 사안을 비교할 때, 전자는 '중징계', 후자는 '경징계'라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이 행정적 판단이 옳다면, 앞으로 일반 형사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은 모두 중징계를 받아야 마땅하다.

사법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에게 가혹한 중징계를 내린 교육청의 처분을 바라보면서, 새삼 '교육자치'의 요원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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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기 2011-02-26 20:38:16 | 182.***.***.162
저도 동감입니다. 교육자치운운하는 시대에 민선교육감이 형평성에 입각해 처리해야 당연지사인데도 교육청이 가혹한 처벌을 내린 저의가 무엇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도민들의 상식과 민심을 져버리는 교육청은 각성해야 됩니다. 징계위원장은 징계가 끝나자마자 서울로(집?) 떠났습니다. 제주도에 불질러놓고 도망가는 꼴인 것입니다. 공정심과 형평성과 상식이 통하지 않아 중징계를 단행한 징계위원장(부교육감)과 위원(과장,국장)들을 우리가 징계위에 회부합시다. 직권남용과 무식죄!

형평 2011-02-25 22:29:36 | 49.***.***.94
측근이었다면 면책이었을탠데 ㅡ견책정도
중징계 줄걸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