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도시기본계획 수립취지, 제시된 내용에 정면 거슬러"
새로운 기준 적용되면 '한화 중산간 관광개발사업' 첫 수혜
제주도 중산간 지역의 대규모 관광개발을 명시적으로 허용한 제주도 도시관리계획 수립 기준안이 지난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상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으나 본회의 상정 보류되면서 계류 상태에 있는 가운데, 환경단체가 이 기준안이 상위계획에 위배된다며 감사위원회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4일 제주도감사위원회에 '제주 중산간지역 도시관리계획 수립 기준안(도시지역 외 지역에서의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제한지역 변경안)'의 상위계획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중산간 난개발로 이어질 것이란 논란을 부른 이번 기준안이 상위계획인 '2040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의 수립 취지와 제시된 내용들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조사 청구의 핵심이다.
이 단체는 "도시기본계획은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기본적인 공간구조와 장기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종합계획으로, 도시관리계획의 수립 지침이 되며, 토지이용계획과 보전 및 개발에 관한 계획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며 제주도가 이번 기준안을 마련한 근거 배경으로 제시한 '2040 제주도 도시기본계획'과의 부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제주도는 "2040 도시기본계획에서 해발고도 300m 이상 지역은 보존자원이 집중된 지역으로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는 기준을 적용해 체계적으로 관리토록 함에 따라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도시관리계획 수립 기준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제주도가 2023년 11월 수립한 '2040 도시기본계획'에서는 현재 중산간 지역의 관리현황에 대해 중산간지역 관리 수단의 미흡으로 식생 파괴, 지형 훼손 심각으로 진단하고 있다"면서 '관광수요에 의한 대규모, 소규모 개발로 인해 오름, 곶자왈 훼손' 등을 사례로 꼽았다.
이러한 진단에 따라 2040 도시기본계획에서는 해발고도 300m 이상 지역을 보전강화구역으로 설정해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는 기준을 적용하여 체계적 관리를 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또 관리체계의 안정적인 시행 방안으로써 제주도 도시기본계획에서는 난개발 관리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계획에 우선한 ‘선 계획, 후 개발’의 원칙 지향과 관련 계획과의 정합성을 유지하는 '계획체계의 일원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 마련한 기준안은 이러한 원칙적 내용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제주도의 기준안은 제주도 중산간 지역을 2개 구역으로 나눠 관리하는데, 한라산에 가까운 1구역은 엄격히 개발을 제한하되, 2구역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부분적 개발을 허용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1구역은 지난 2015년 제주도가 지구단위계획구역 제한지역으로 설정한 평화로, 산록도로, 남조로 한라산 방향이고, 2구역은 1구역을 제외한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이 해당한다.
중산간 1구역에서는 현행처럼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이 제한된다. 추가로 유원지와 태양광·풍력발전시설, 유통업무설비 등 도시계획시설이 금지되며, 2층(10m) 초과 건축물은 제한된다.
반면, 중산간 2구역에서는 주거형, 특정지구단위계획과 골프장 포함 관광휴양형, 산업유통형(첨단산업 제외) 지구단위계획이 제한된다. 유원지, 유통업무설비, 도축장 등 도시계획시설이 금지되며, 3층(12m) 초과 건축물도 제한된다. 이는 역설적으로 2구역에서는 골프장이 포함되지 않은 관광휴양형 시설 등은 3층(12m) 이내 규모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러한 기준의 내용은 상위계획인 도시기본계획의 핵심 내용과 정반대의 기준을 설정해 도시기본계획에서 제시한 관련 계획과의 정합성 유지를 통한 계획체계의 일원화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상위계획을 위반한 사항을 보면, 먼저 상위계획인 제주도 도시기본계획에서 해발 300m 이상을 보전강화구역으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제주도는 이를 굳이 보전지역과 개발이 가능한 완충지역, 두 개 구역으로 나누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완충지역으로 분류된 중산간 2구역은 대략 해발 300m∼550m 지역으로 대규모 관광개발을 허용한다는 방침인데, 이 기준대로라면 산록도로 지역은 한라산 국립공원 바로 앞까지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며 "특히, 제주도 도시기본계획은 도민 공청회 때까지만 하더라도 해발 200m 이상 지역을 보전강화구역으로 설정했다가 도민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에서 해발 300m 이상으로 변경했을 만큼 제주도 도시기본계획은 정책추진의 구체성을 담아 최종결정을 했다"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기준안이 후퇴하면서 아쉬운 점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기준안을 변경하면서까지 하위계획인 ‘도시관리계획 수립 기준’ 마련에 있어서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도로를 기준으로 두 개 구역을 설정한 근거는 물론 타당성도 없다"며 "도시기본계획에서는 보전강화구역 관리방향의 적용기준을 ‘보존자원이 집중된 지역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제주도가 기준으로 삼은 평화로·산록도로·남조로 등을 기준으로 볼 때 한라산 방향보다 그 반대 방향에 오름, 곶자왈, 습지, 하천 등이 절대다수 분포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결론적으로 이번 중산간지역 기준은 상위계획인 '2040 도시기본계획'이 강조한 중산간 지역의 관리체계 지침을 크게 훼손한 계획으로, 상위 계획과의 부합성 및 정합성을 상실한 계획"이라며 "이 기준이 과연 제주도가 스스로 명명한 ‘지속가능한 중산간 지역 도시관리계획’에 부합하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제주도가 제시한 중산간 지역 도시관리계획 수립 기준에 따르면 그동안 제주지역에서 수많은 난개발 논란이 일었던 중산간 지역의 대규모 관광개발 난립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제주도 도시기본계획에서 진단한 ‘중산간 지역의 보전관리 미흡으로 생태계 파괴와 경관 훼손’이 더욱 광범위하게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제주도정은 중산간 지역을 보전해야 할 지역으로 누누이 강조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계획이나 제도를 마련하는 일은 미뤄왔다. 그 결과 중산간 지역의 난개발 논란이 이어지고, 환경파괴와 경관 훼손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제주도 도시기본계획에서 중산간 지역의 보전을 위한 관리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감사위원회가 이번에 문제가 된 기준안에 대해 상위계획인 '2040 도시기본계획'의 수립 취지와 제시된 내용들을 위반하여 수립됐는지에 여부에 관해 철저한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 새로운 기준, 중산간 훼손 우려 한화 관광개발사업은?
한편, 이번에 제주도가 마련한 기준안이 확정될 경우 중산간 훼손 우려가 큰 한화그룹 계열사의 중산간 관광개발사업이 첫 수혜자이자 결정적 혜택을 볼 수밖에 없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면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17-5번지 일대 125만1479㎡ 부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애월 포레스트 관광단지 조성사업'의 추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골프장'이 빠진 대규모 관광시설이어서 기준안의 '2구역'에 해당한다.

사업자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서 제시한 내용을 보면, 휴양문화시설 및 운동오락시설, 숙박시설내 건축물은 건축면적 14만6619㎡, 건축연면적 41만5320㎡, 최대 지상 3층으로 계획했다.
숙박시설 객실수는 휴양콘도미니엄 890실(워케이션 496실 포함) 호텔 200실 등 총 1090실에 이른다.
제주도에서 제시한 '2구역'의 조건에 부합하도록 '건축물 3층 이내' 등의 계획이 짜여지면서 도정과 업체간에 사전 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개발사업을 염두에 둔 기준안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표출됐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