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집단폭행' 가담학생 처리, 경찰 "공범"-교육청 "학폭 아니다"...왜?
상태바
'또래 집단폭행' 가담학생 처리, 경찰 "공범"-교육청 "학폭 아니다"...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 가해학생 6명 '공동정범' 송치...학폭위 '학교폭력 아니다' 의결
피해자 측 "죄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원칙 없어"

제주에서 발생한 또래 고등학생 집단 폭행 사건과 관련해, 제주도교육청이 주범을 제외한 학생들에 대해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보고 징계를 내리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주요 가해자 2명과 가담학생 6명을 모두 공범으로 보고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음에도, 교육청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증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21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최근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학교폭력 가담학생 6명 중 1명에 대해 서면사과 및 교내봉사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5명에 대해 '학교폭력이 아니다'라고 의결해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31일과 11월 1일 이틀에 걸쳐 발생했다. 당시 제주시의 한 주차장과 초등학교에서 여고생 ㄱ양(19)이 10대 청소년 8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당시 ㄱ양은 얼굴을 포함해 신체 곳곳에 멍이 들만큼 심하게 맞았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주변 CCTV 등을 통해 주요 가해자인 10대 청소년 2명을 특수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이후 현장에 있던 나머지 학생 6명에 대해 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해 지난해 12월 이들을 모두 검찰에 송치했다.

폭행을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정황 상 범행에 가담했거나 상호간에 공동으로 범행했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폭행 사건이 발생한 해당 고등학교에서도 자체 조사에 돌입했다.

학교는 피해 학생을 비롯해 가해 관련 학생들에게 사실확인서(진술서)를 받았고, 이를 토대로 사안 조사보고서를 꾸려 제주시교육지원청에 전달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요청했다.

제주교육지원청은 지난 1월 ㄱ양 집단 폭행 사건에 대한 학폭위를 열어 주요 가해자인 학교 밖 청소년 2명을 제외한 고등학생 6명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

이날 학폭위는 징계 대상자 6명 중 5명에 대해 '혐의 없음'을, 1명에게는 서면사과와 교내봉사를 의결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헤드라인제주>는 21일 제주시교육지원청 관계자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문의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술'로만...객관적 증거는 어디에?

먼저, ㄱ양 집단 폭행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당시 현장에 있던 학생에 대해 전원 공동정범으로 보고 수사를 마무리한 반면, 교육당국에서는 왜 혐의 없음으로 결정을 내렸는지 물었다.

제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판단으로 결정을 내린 사안이고, 개인정보여서 자세한 사안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수사단계에서 밝혀진 내용에 대해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자세히 조사할 수 있는데, 교육기관은 그런 권한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당시 학폭위 의견서에 있는 내용을 말해줄 순 없지만, 진술만 가져서는 여러가지 상황을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증거가 불충분할 수 있다, 이런 어려움 등이 존재한다"고 면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인정했다.

다만 "경찰은 경찰 나름대로 판단한 것이고 우리도 나름대로 판단한 것"이라며 "형사적 수사단계에서는 여러가지를 볼 수 있지만 교육지원청은 학교 측이 보내온 사안조사보고서, 심의위원들의 피해학생과 보호자, 가해 관련 학생 등에 대한 면담, 교사들의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봐서 결정한다"고 말했다.

사안 조사 보고서는 최초 학교폭력이 발생한 시점에 관련 학생들이 작성한 사실확인서(진술서)로, 조사 전 과정에서 쓰인다.

즉, 학교폭력에 대한 사안을 면밀히 조사하고 그에 따른 징계를 내려야될 교육기관이 처음부터 끝까지 관련자들에 대한 진술로 상황을 판단해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교육당국이 ㄱ양 집단 폭행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때, 객관적 자료는 일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객관적 증거라고 한다면 학생들의 사실확인서"라고 밝혔다.

이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이 작성한 진술서로, 객관성이 떨어지는 명백한 주관적 문서다.

또한 교육당국은 폭행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폭행이 이뤄진 장소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살펴보고 범행 가담 정도를 파악하거나, 경찰을 통한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서 경찰에 자료제공 요청은 하고 있는데, 공문을 보내봐도 답변 자체가 오지 않고 경찰에서 제공해 주지도 않는다"며 "이 사안에 대해서는 요청하지 않아도 될 충분한 상황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추가적인 증거가 있다면 제출토록 하게 돼있는데, 이런것들이 오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힌다"며 "당시 피해 및 가해 관련 학생에 대한 진술을 비롯해 부모님들이 더이상 진행이 안됐으면 하는 요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다보면 사법기관과 내용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내 "모두 혐의없음으로 의결한게 아니고 한 학생에 대해서는 징계를 내렸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서면서과와 교내봉사가 정말 징계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자 "어쨌든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갖고 그 내용을 보고 이만큼밖에 조치를 내릴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 "교육청 요청 오면 검토 통해 자료제공 가능"

이와 관련해 제주경찰 관계자는 "교육기관에서 요청이 오면 충분히 검토를 통해 제공할 수 있다"며 "다만 수사자료 자체가 비공개 자료이기 때문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도움이 될 만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검토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공개 자료임을 감안해 함부로 공유할 순 없더라도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검토를 통해 개인정보를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주요 가해 학생 2명을 비롯해 함께 있던 6명은 왜 공동정범으로 송치했는지에 대해 "관련 증거들을 살펴본 결과, 해당 현장에 있던 학생들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집단 폭행은 야외에서 행해졌고, 주변 사람들이 폭행하는걸 못보게끔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바리케이트처럼 둘러싸서 시야를 가린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에 폭행 과정은 당시 CCTV 등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피해자측 "아직도 2차 피해...죄 지어도 벌 안받나"

이와 관련해 ㄱ양 측은 "아직도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주변에서 '쟤 어깨 치고 지나가봐' 하는 식으로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ㄱ양은 폭행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폭력을 당한 학생은 방학인 현재까지도 힘들어 하고 있는 반면, 현장에 있던 가해 학생들은 대부분 혐의가 없고 1명에게만 학교폭력이 의결됐다.

이 마저도 서면사과와 봉사 등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

ㄱ양 측은 이번 교육지원청의 학폭위 의결 결과와 관련해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 없다"며 "항의해봤자 저희만 피곤할 뿐, 억울하기만 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또 "연관이 없는 애가 끌려가서 맞았고, 이렇게 됐다"며 "현재 안정은 많이 됐지만 이제 3월부터 학교에 가게되는데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교육지원청이 학교폭력을 대하는 능력과 방식이 허술한 것은 비단 이번 ㄱ양 집단폭행 사건 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에도 도내 한 중학생이 또래 친구들로부터 수개월간 폭행과 괴롭힘을 당했지만 가해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해당 중학생도 정신과 치료를 비롯해 관절이 심하게 손상되는 부상을 입었고, 학교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결국 전학을 갔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안전한 학습권을 보장받으며,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반면, 피해자들은 또 다시 학교폭력에 노출돼 2차 피해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으며 오히려 도망을 다니는 신세가 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헤드라인제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