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사랑한 故 양용찬 열사, 제주대 '명예 졸업장'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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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사랑한 故 양용찬 열사, 제주대 '명예 졸업장'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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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30주기 맞은 양용찬 열사에 명예졸업증서 수여
송석언 총장 "열사 숭고한 정신 계승"...유족들 "모두에게 감사"
28일 열린 故 양용찬 열사 명예졸업증서 수여식에서 송석언 총장이 양 열사 어머니에게 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28일 열린 故 양용찬 열사 명예졸업증서 수여식에서 송석언 총장이 양 열사 어머니에게 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30년 전,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를 외치며 온 몸에 불을 사르고 산화해 간 고(故) 양용찬 열사에게 제주대학교 명예졸업장이 수여됐다.

제주대학교는 28일 오전 대학 접견실에서 고 양용찬 열사 명예졸업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번 명예졸업증서 수여는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와 제주대 민주동문회.총학생회.인문대학생회의 요청에 따라 대학 학무회의에서 이를 심의해 결정했다. 제주대의 명예졸업증서는 학사과정 입학 후 부득이한 사유로 졸업에 필요한 과정을 이수하지 못했으나 국가 또는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수여한다. 

"성명 양용찬. 위 사람은 1985년 3월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에 입학한 후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지 못하였으나 지역운동의 헌신적인 실천을 통해 사회발전에 기여하였기에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하고자 이에 추천함. 위의 추천에 의하여 본 증서를 수여함."

이날 송석언 총장은 유족인 양 열사의 어머니 정순자 여사에게 명예졸업증서를 전달하며 위로했다. 

수여식에는 대학측에서 송 총장을 비롯해 이상준 교무처장, 이동철 기획처장, 허대식 학생처장, 김동윤 인문대학장, 윤용택 교수(철학과) 그리고 학생 대표로 현경준 총학생회장이 참석했다.

유족 측에서는 어머니와 형 용호씨, 동생 용주씨가 참석했다. 지난 30년간 양용찬 열사 추모사업을 펼쳐온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고광성 회장과 제주대학교 민주동문회 김용택 회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28일 열린 故 양용찬 열사 명예졸업증서 수여식.ⓒ헤드라인제주
28일 열린 故 양용찬 열사 명예졸업증서 수여식. ⓒ헤드라인제주
고 양용찬 열사 명예졸업증서.ⓒ헤드라인제주
고 양용찬 열사 명예졸업증서. ⓒ헤드라인제주
28일 열린 故 양용찬 열사 명예졸업증서 수여식.ⓒ헤드라인제주
28일 열린 故 양용찬 열사 명예졸업증서 수여식. ⓒ헤드라인제주

송석언 총장은 졸업장을 전달한 후, "(명예졸업장 수여를) 일찍 했으면 좋았겠지만, 30주년 맞춰서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면서 "늦어서도 의미있는 일이다"고 피력했다.

송 총장은 "양용찬 열사는 선지자적 역할을 수행했고, 역사에 기록될 수있는 훌륭한 일을 한 것"이라며 "30년전 양 열사가 예상했는지, 지금 제주도 너무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환경문제나 그런 부분들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 숙제이고, 그것들을 이제야 인식하는 중으로, 양 열사 정신을 새로이 이해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총장은 또 "선지적인 희생 덕분에 우리가 발 뻗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죄송한 마음이고, 많은 이들이 양열사를 마음속으로 기렸으면 한다"고 전했다.

송 총장은 "오늘을 계기로 양열사의 기억을 되살리게 될 것"이라며 "양열사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 많은 분들이 이를 계기로 노력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윤 인문대학장은 "30년전 소식이 또렷한데 30년이 지나서 명예졸업장을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신 학교에 감사드린다"며 "양 열사의 뜻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제주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용택 교수는 "제주대에서 사회를 위해 몸을 던진 젊은이가 있었다. 생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우리의 자랑이고 역사로 남을 것이다"며 "양 열사가 먼 앞날을 내다보며 이런일을 했다는 것이 제주대 이름을 부끄럽지 않게 한다"고 피력했다.
 
윤 교수는 "가족들에게는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명예졸업장 수여가)작은 위로가 됐으면 한다"며 위로했다.

현경준 총학생회장은 "이번 명예졸업장을 준비하면서 용기를 배웠다.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졸업장을 받았지만 지금이라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훗날 다른 학생들이 양 열사를 기억하고 용기를 받았으면 한다. 명예졸업장을 수여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고광성 추모사업회 회장은 "용찬이한테 미안하고 어머님한테 죄송하고 잘 못해서 많이 부끄럽다"고 피력한 후,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고 회장은 "30주년 기념 명에졸업장 주고 그 정신을 이어가면서 청년들이 이걸 계기로 작은 실천을 했으면 한다"면서 "제주대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한다. 오늘을 계기로 모두가 노력해서 용찬이한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택 민주동문회 회장은 "이젠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 삶이다. 한 세대가 지난 시기인데 총장님이 애써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제주의 지성 심장 제주대에서 양열사의 삶을 다시 기억해주고 품어줘서 고맙다.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됐으면 한다.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가는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양 열사 가족들은 연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동생 양용주씨는 "저희 가족은 형이 4년제 대학을 처음 가서 모두 기대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들의 롤모델이 될 수도 있었는데 먼저 가서 아쉽다"면서 "오늘 많은 분들이 신경써 주셨는데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 열사를 대신해 졸업장과 꽃다발을 받아둔 어머니 정순자 여사는 "모두에게 감사하고 수고해주신 분들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양용찬 열사는 1985년 제주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입학한 '85학번'이다. 휴학 후 군복무를 마친 후인 1989년 복학하지 않고 서귀포나라사랑청년회에 가입해 지역사회 운동에 본격 참여했다. 1990년에는 서귀포문제 대책위원회 활동을 통해 서귀포 지역 개발과 수입농산물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분신 항거를 한 시점은 1991년이다. 제주 최대현안은 '제주도개발특별법'이었다. 제주사회에는 이의 반대투쟁 분위기가 크게 확산돼 있었다.

고 양용찬 열사가 남긴 유서.ⓒ헤드라인제주
고 양용찬 열사가 남긴 유서. ⓒ헤드라인제주

제주도와 정부는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공청회를 연이어 강행했고, 그해 정기국회에 이 법안을 제출했다. 

그리고 특별법이 통과되기 바로 한달 전인 그해 11월 7일 오후 7시40분쯤, 25살 청년 양용찬은 서귀포나라사랑청년회 사무실 3층 옥상계단에서 온 몸을 사르는 분신항거를 했다.

"나는 우리의 살과 뼈를 갉아먹으며 노리개로 만드는 세계적 관광지 제2의 하와이 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 생활의 보금자리로서의 제주도를 원하기에 특별법 저지, 2차종합개발계획 폐기를 외치며, 또한 이를 추진하는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이 길을 간다." (故 양용찬 열사의 유서 中)

그의 희생은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투쟁을 범도민적 운동으로 승화시키며, 더욱 고조시키는 전환점이 됐다. 끝내 특별법은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됐지만, "삶의 터전으로서 생활의 보금자리로서 제주도를 원한다"라고 외치며 분신한 그의 정신은 오늘에까지 이어내려오고 있다. 

이번 제주대 명예졸업증서 수여와 더불어, 제주대 총학생회에서는 제주사랑과 민중사랑에 대한 양용찬 열사를 추모하고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 양 열사 기림비를 제작하고, 대학 캠퍼스 내에 설치하기 위해 대학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대학교 총학생회가 준비하고 있는 양용찬 열사 기림비.ⓒ헤드라인제주
제주대학교 총학생회가 준비하고 있는 양용찬 열사 기림비.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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