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앞둔 강우일 주교 "평화를 위해 일할 것...여러분도 동참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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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둔 강우일 주교 "평화를 위해 일할 것...여러분도 동참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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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하느님의 자녀들, 서로 존중하고 아껴야"
17일 은퇴감사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는 강우일 주교. ⓒ헤드라인제주
17일 은퇴감사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는 강우일 주교. ⓒ헤드라인제주

오는 22일 은퇴하는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베드로 주교가 17일 제주교구 신자들과 만나 "앞으로 평화의 일꾼으로 일하고 싶은 소망"이라며 "여러분도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 주교는 이날 오후 8시 제주시 한림읍 이시돌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린 은퇴 감사미사에서 사전에 신자들에게 나눠준 리플릿을 언급하며 "여러분도 평화를 위해 일하는 동지가 돼 달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강 주교는 "유학 등 외국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서 살면서 '이제는 태어난 곳에 돌아가 안정된 삶을 살게 되나보다 했다"며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제주로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18년 전을 회고했다.

강 주교는 "그 전에도 물론 주일학교 교사들과 제주에서 놀다 간 적 있지만, 제주교구 주교로 내려오리라 꿈에도 상상 못했다"면서 "그런데 제주에 내려와 살다 보니, 제주는 같은 한국땅이지만, 너무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4.3때 제주도민이 얼마나 많이 죽고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고 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70여년 살았는지 알게 되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제주도민들 뵙기에 너무 죄송하고 가슴이 따가웠다"면서 "4.3을 통해 저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고기잡이와 밭농사밖에 모르던 순박한사람들 위에 어느날 갑자가 좌.우 이념의 굴레가 씌워져 숲속의 토끼마냥 사냥을 당하다 잡혀 죽거나, 몰래 타향으로 도망을 쳤다"면서 "제가 일본에 살았을때 왜 제일교포 중 제주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왜 제일교포들이 북한으로 가는 북송선을 타야 했는지 못알아 들었다"고 기억했다.

강 주교는 "제주에 와서 알았다"면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군대와 경찰이 국민을 사냥했고, 그들은 결사적으로 도망쳐서 국내 타지로 숨어들어가거나 밀항선을 타서 일본으로 도망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3때 여러가지 사료들을 들여다보다 보니까 군경을 향해 총을 들고 봉기한 좌익 무장대 대장도, 그들을 진압하고 토벌해야 했던 국방경비대 사령관도 모두 같은 20대 청년이었다"면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족을 생각하던 피끓는, 나라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이었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분단은 단순히 38선의 지역적 경계가 아니라, 피를 나눈 겨레, 동네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철천지 원수처럼 적대하도록 타율에 의해 강요된 사회적 분단임을 깨달았다"며 "그런데 제주도 바깥에,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가 제주도민들의 한과 고통의 역사를 모르고, 그냥 관광지로 놀러만 온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런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과거 섬사람들에게 끔찍한 짓을 저질러 놓고 아무일 없던 것 처럼 군대를 보내 강정마을 주민들을 두쪽으로 갈라놓고 말았다"면서 "그 일이 있기 전 강정마을 주민들은 한 가족처럼 가깝게 왕래하고, 누구집 제사가 있다면 몰려가 제삿밥 먹던 사람들이다. 그런 공동체를 두쪽으로 쪼개놨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는)강정의 아름답던 바닷가를 콘크리트로 덮어놓고, 군사기지를 만들었다"면서 "그 후로 저는, 우리가 국가 없이 살수는 없지만, 국민을 섬기기 보다 괴롭히는 국가는 감시하고 브레이크를 걸고, 성토를 해야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제주에 와서 저는 왜 예수님이 이스라엘도 로마도 아닌 하느님의 나라라는 말을 입에 올리셨는지 느끼게 됐다"면서 "제주에 와서 저는 국가가 저질러온 불의와 폭력을 속죄하기 위해, 평화를 위해 일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여러나라 사람들과 살아봤다"면서 "또 로마 신학교에서는 40개국 출신 동기 신학생들과 같이 살았다. 그들은 모두 똑같은 하느님의 자녀들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은 하느님이 만드셨고, 국가는 사람이 만들었다"면서 "그래서 저는 하느님이 만드신 사람들이 서로를 같은 하느님 자녀로 존중하고 아끼는 자녀가 되도록 평화를 위해 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들어오시면서 여러분들에게 기념으로 제가 이상한 옷 입고 있는 리플릿을 나눠드렸을 것"이라며 "그것을 나눠드린 이유는, 제가 평화의 일꾼으로 일하고 싶은 소망에 여러분도 동참해 주시기 바라는 마음으로 나눠드렸다. 여러분도 평화를 위해 일하는 동지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강 주교나 나눠준 리플릿에는 강 주교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베평화재단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전 당시 우리나라 군인들에 의해 희생된 베트남 민간인 등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추모하며, 고통을 연대로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16년 9월 설립된 단체이다.<헤드라인제주>

17일 봉헌된 강우일 베드로 주교 은퇴 감사미사. ⓒ헤드라인제주
17일 봉헌된 강우일 베드로 주교 은퇴 감사미사. ⓒ헤드라인제주
17일 봉헌된 강우일 베드로 주교 은퇴 감사미사. ⓒ헤드라인제주
17일 봉헌된 강우일 베드로 주교 은퇴 감사미사. ⓒ헤드라인제주
17일 봉헌된 강우일 베드로 주교 은퇴 감사미사. ⓒ헤드라인제주
17일 봉헌된 강우일 베드로 주교 은퇴 감사미사.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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