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안내 입간판.현수막 설치, 대대적 홍보..."공사 일정 감안한 것"
“왜 하필 수능 직전에?” 문의하자...시공사 시켜 비바람 속 한밤중 철거
정정 공지도 없이, 입간판.현수막만 철거하면 끝?..."주먹구구식 행정"

당초 계획과 달리 완공 시점이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주민과 상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제주시 한천 정비공사와 관련해, 이번에는 제주시 당국이 수능시험을 이틀 앞두고 시험장 연결도로인 제2한천교 일대의 교통통제 계획을 공지했다가 빈축을 사고 있다.
공사가 장기간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온 가운데, 수능시험일(11월 19일)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부터 공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며 교통통제를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제주시는 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던 한밤중 시공사 직원들을 시켜 통제 안내 입간판과 현수막 등을 모두 철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별도의 정정 공지는 하지 않아 통제 계획이 변경된 것인지조차 알 수 없게 만드는 등 오히려 혼선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시와 시공사 측은 최근 한천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의 제2한천교 교량 공사를 이유로 제2한천교 사거리(용한로 농협제주시지점 앞) 일대 도로의 교통통제 계획을 예고했다.
제2한천교 일대에는 이달 중순부터 교통통제를 알리는 입간판이 곳곳에 세워졌다. 용한로와 탑동로, 임항로, 제주항 일대에도 현수막이 대거 내걸렸다. 제주항에서 출발하는 화물트럭을 비롯해 제2한천교를 통과하는 차량이 많은 만큼, 사전에 통제 계획을 안내하기 위한 사전 조치 차원이다.
통제 계획에 따르면 제2한천교 교차로 가운데 현재 차량이 통행하는 동쪽 구간을 전면 통제하는 대신, 기존에 통제가 이뤄지던 공사 구간은 조만간 차량이 교차 통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공사는 동쪽 구간에서 진행된다. 이에 따라 탑동에서 제2한천교 사거리로 향하는 도로는 전면 통제되며, 해당 지점에는 '전면 통제'를 알리는 입간판이 설치됐다. 대신 용연공원 인근에 가설 중인 용연교를 11월 초순 개통해 용두암 방면으로 차량을 우회시킨다는 계획이다.
용담사거리에서 제2한천교 사거리로 진입하는 차량의 경우 탑동 방면 우회전이 금지된다. 해당 지점에도 '우회전 금지' 입간판이 세워졌다.


◇ "공사 질질 끄는 것도, 날짜 정하는 것도 완전히 시청 마음대로"
문제는 이 같은 교통통제 계획을 수립하면서 지역 주민이나 학교 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2한천교 사거리(현 삼거리)는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부설고등학교와 부설중학교, 제주서초등학교 등으로 연결되는 도로여서 등·하교 시간대에는 학부모 차량을 비롯해 출퇴근 차량까지 몰리면서 교통난이 빚어지는 곳이다.
교통통제 시작일도 논란이 됐다. 제주시는 입간판과 현수막에 통제 시작일을 '11월 17일'로 명시했다. 수능시험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다. 교통통제로 통행 동선이 바뀌면 초기에는 혼란이 불가피할 수 있는데도, 수능 시험장인 사대부고와 인접한 연결도로의 통행 체계를 변경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주민들과의 협의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수능시험 일정에 대한 검토도 미흡한 상태에서 '11월 17일부터 교통통제'를 일방적으로 공지한 셈이다.
제2한천교 공사 현장 앞에서 만난 한 지역 주민은 “공사를 그렇게 서둘러 하지도 않다가 수능시험을 목전에 두고 갑자기 도로를 통제하며 공사를 하겠다는 것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며칠만 더 있다가 수능이 끝난 뒤에 해도 될 일인데, 공사를 질질 끄는 것도 시청 마음대로 하고 도로통제 날짜를 정하는 것도 완전히 시청 마음대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 "용연교 개통, 한천교 공사 진척상황 고려해 날짜 정한 것"
이에 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시공사에서 용연교 공사는 11월 초 개통예정이고, 제2한천교 (서쪽) 공사도 그때쯤 아스팔트 공사 마무리될 것 같다고 해서 11월17일로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진척 상황을 고려해 시공사 측과 협의한 뒤 날짜를 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탑동로에서 제2한천교 방면으로 향하는 차량은 전면 통제되지만, 11월 17일 이전에 용연교가 가설·개통되면 양방향 통행이 가능해질 예정”이라며 “부두나 탑동에서 올라오는 차량은 용연교 쪽으로 우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근 학교 등과 내용 공유에 대해서는, "조만간 자치경찰단과 교통계획에 대해 협의할 예정으로, 협의가 확정되지 않아서 학교쪽에는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수능시험 예비소집일을 앞두고 도로를 통제하고 통행 동선을 변경할 경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왜 하필 수능시험 직전에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애는 뒤늦게 조정 필요성을 인정했다.

◇ '왜 하필 수능시험일?" 문의 10분 후 "즉각적 철거" 지시
그런데 <헤드라인제주>가 제주시청 직원과의 통화가 끝난 지 10여 분 뒤, 제주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11월 17일은 (우리 부서 직원들이 저를 제외시켜 놓고)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라며 “입간판과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라고 했다”고 알려왔다.
앞서 날짜와 통제계획이 제주시와 협의된 사안인 것처럼 설명했던 것과 달리, 돌연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일정이라며 입장을 바꾼 뒤 시공사에 즉각적인 철거를 지시한 것이다.
실제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비바람이 점차 거세지던 23일 오후 6시께, 시공사 직원들은 입간판을 철거하고 제주항 앞까지 이어진 현수막도 황급히 걷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제주시의 설명과 달리 시공사 측은 “날짜와 통제계획은 협의하에 이뤄진다”고 밝혔다. 제주시 당국의 해명과 즉각적인 철거 요구가 책임을 시공사에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 "너무 조급하고, 주먹구구식...입간파만 치우면 문제가 없다는 건가?"
이 과정에서 주먹구구식 행정의 단면도 드러냈다.
'11월17일부터 통제' 안내는 제주항 부두 일대를 비롯해 제2한천교로 연결되는 도로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 등을 통해 열흘 넘게 시민들에게 공지가 이뤄진 상태다. 그럼에도 변경 공지도 없이 현수막과 입간판만 철거하면서 오히려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오후 현장 인근 상가의 한 시민은 "오늘 아침에 보니 입간판이 치워졌길래 태풍이 온다고 해서 안전 차원에서 임시 철거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재진이 수능 일정을 고려해 날짜를 조정하려는 것 같다는 내용을 전하자, "아직 시행일이 한달 정도 남아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데, 시청 분들이 조급해도 너무 조급해 보이고, 뭔가 주먹구구식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수능 시험일 생각도 못하고 덥썩 정해서 공지한 것도 문제이지만, 입간판만 치우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는게 놀랍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입간판 치워졌다고 해서 날짜가 변경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과연 있겠나"라며 "입간판과 현수막 서둘러 치우기 전에 확실한 조정계획을 세우고 해야지, 시민들 입장에 서서 일을 하지 않고 너무 막무가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공사 지연 이유도 알고보니 '행정' 때문...주민.상인들 분통
한편, 한천 재해위험지구 개선사업은 1994년 설치된 한천 복개 구조물을 30년 만에 완전히 철거하고, 하천 본래의 모습을 되살리는 ‘개방형 하천’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제주시는 총사업비 428억원을 투입해 용한로(용문로~탑동 방향 동한두기 입구) 일대 복개 구간 중 제1한천교부터 제2한천교까지 344m 구간을 정비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철거 대상인 복개 상판 구조물의 폭은 36~45m에 이른다. 복개 구간 내 2개 교량 가운데 제2한천교는 기존 교량을 완전히 철거한 뒤 새로 가설할 예정이다.


문제는 공사 지연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올해 말로 예정됐던 완공 시점은 2028년 12월 말로 2년 연장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공사가 크게 지연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국비 확보 문제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동안 제주시당국이 장기화 이유로 제시해 온 '공사 기법' 때문이라는 설명은 행정의 책임을 감추기 위한 기만적 해명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실상 지역주민들을 기만하고 속여왔던 셈이다.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은 장기간 지연되는 공사로 인해 영업피해 등이 막대하다며, 제주시를 향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설상가상 이번 차량통제 통지 혼선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까지 더하면서 뭇매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드라인제주>

밤중에철거하라 한것은 정말 이해가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