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훈의 리뷰&칼럼] 부족함이 맞닿는 자리, 빛은 여러 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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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훈의 리뷰&칼럼] 부족함이 맞닿는 자리, 빛은 여러 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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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기념 '올레 시네마 in 제주' 시즌2 

9월 12일 저녁, 제주문예회관 대극장. 로비와 카페는 개막 전부터 붐볐고, 튜닝음이 잦아든 뒤에도 객석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부터 객석의 열기가 남달랐고, 매진이면서도 빈자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드문 공연이었다.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기념해 마련된 필름 콘서트. 영화와 음악, 해설과 무용이 한 무대에 놓인 그날 저녁, 나는 공연이 하나의 빛을 여러 색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프리즘임을 새삼 확인했다.

▶ 기대는 것은 정직한 삶의 방식

1부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였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살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관악 선율과 배우 신하균의 해설로 다시 놓였다. 부족함이 맞닿는 자리에서 사람은 비로소 온전해지고,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정직한 삶의 방식이라는 말이 객석에 내려앉았다. 스크린에 수영 장면이 흐르는 동안, 오케스트라의 연주 위로 무용수가 등장해 물의 결을 몸짓으로 함께 그려 냈다. 영상과 음악, 무용이 한 장면에 포개지는 구성은 익숙한 필름 콘서트의 문법을 살짝 비트는 신선한 기획이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화면을 방해하기는커녕, 처음부터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이었던 듯 장면 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기념해 마련된 필름 콘서트.

영화가 가장 뭉클한 장면에 이르자 객석의 실루엣이 조용히 흔들렸고, 곳곳에서 콧등을 훔치는 소리가 가까이 들려왔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완성해 간다는 이야기는, 부족함을 겨루는 대신 함께 채워 가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의 정신과 그대로 포개졌다. 1부가 끝나고 인터미션을 알리는 안내에 잠시 아쉬움이 스쳤을 만큼, 무대는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다.

▶ 하나의 빛이 여러 색이 되는 자리

프리즘은 하나의 빛을 여러 색으로 펼친다. 그날의 무대가 꼭 그러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라는 하나의 의미가 영화로, 문장으로, 선율로, 몸짓으로 갈라져 객석에 닿았다. 체전이 품은 뜻과 공연예술의 품격이 서로를 누르지 않고 나란히 놓였다. 기념 공연이 의례의 곁가지에 머물지 않고, 공적인 의미를 감각으로 옮기는 자리가 될 수 있음을 그 무대가 보여주었다. 서로 다른 장르를 하나의 결로 엮어 낸 이 무대의 방향에는, 예술감독 강정아의 안목이 놓여 있었다.

▶ 무게에서 온기로, 익숙한 선율의 시간 

김대훈 / 칼럼니스트 · 행정학 연구자
김대훈 / 칼럼니스트 · 행정학 연구자

2부는 한 시대를 풍미한 고전 <맨발의 청춘>으로 옮겨 갔다. 1부의 묵직한 감동이 2부에서는 익숙하고 따뜻한 색으로 번졌다. <베사메 무초>와 <사랑의 찬가>처럼 귀에 익은 선율이 이어졌고, 앞서 눈시울을 붉히던 객석은 이제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다. 한 편의 무대가 눈물에서 미소로 관객을 데려가는 동안, 피날레의 호응은 뜨거웠고 앙코르를 청하는 박수가 길게 이어졌다.

▶ 공연은, 프리즘이다

개막 무렵, 지난해에도 이 무대를 찾았느냐는 물음에 적지 않은 손이 올라왔다. 다시 찾은 관객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좋은 기획은 한 번의 감동으로 끝나지 않고 다음을 기다리게 한다. 부족함이 맞닿아 온전해지는 이야기가 여러 빛으로 갈라져 객석에 스미던 그 저녁, 나는 공연이라는 프리즘의 힘을 다시 믿게 되었다. 하나의 의미를 여러 빛으로 나누어 건넬 줄 아는 무대가, 제주에 더 자주 오르기를 바란다.  <김대훈 / 칼럼니스트 · 행정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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