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58)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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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의 알고듣는 클래식](58)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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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도,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클래식 기타에 대한 인기가 반짝하고 높은 때가 있었다. 물론 암울한 사회에 대한 반항도 있었지만 왠지 클래식 기타를 치는 사람이나 클래식 기타로 듣는 음악이 다른 여타의 클래식 음악보다 더 쉽게, 더 진솔하게 와서 닿았던 것 같다. 필자도 한 번 배워볼 요량으로 클래식 기타를 구입해서 몇 주 배우다 그만 두었던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때 주로 들었던 기타 곡이 불란서 영화,금지된 장난의 ‘로망스’나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이었는데, 특히 로망스는 삼청동의 불란서 문화원에서 흑백으로 상영했던 금지된 장난의 OST로 주요 장면 마다 깔려있던 곡이다. 그래서인지 로망스를 들으면 아직도 그때의 기억과 금지된 장난이 떠오르고 심지어 한 친구는 로망스 한 곡을 제대로 쳐보려고 기타를 배우기도 했었다.

기타를 말하자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장소가 있다. 바로 이베리아 반도다. 이베리아 반도라 하면 간단히 현재의 스페인과 포르투칼을 말하는데 사실 이베리아 반도의 역사를 보자면 그리 간단히 이어져 온 곳은 아니다. 특히 유럽의 관문격인 스페인은 세계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던 터라 기타가 이곳, 스페인을 거쳐 유럽으로 흘러 들어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스페인이 이슬람 지배 하에 있던 13세기 말, 이곳에 거주하던 무어인들에 의해 보급된 기타는 기탄(Gittern)이라는 류트 비슷한 4줄 짜리 악기로 시작되었고 스페인을 거쳐 자연스럽게 유럽으로 보급되게 된다. 따라서 몇 안되는 스페인의 클래식 음악 중에 기타 곡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위의 두 곡중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기타연주자인 타레가가 그라나다에서 이슬람 문화의 극치인 알함브라 궁전을 바라보고 그 시대를 추억하며 작곡한 곡으로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삽입곡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에 못지 않게 클래식음악의 한 쟝르로서 이베리아 반도 출신 작곡가의 기타 곡을 들라면 서슴지 않고 추천할 수 있는 곡이 바로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2악장 아다지오는 그 서정성과 유려하게 흐르는 음률, 먼 태고의 역사를 가져오는 듯한 추억마저 불러 일으키는 곡이다. 그러면 호아킨 로드리고(Joaquin Rodrigo)는 어떤 사람일가, 스페인의 작곡가, 피아니스트인 로드리고는 3세때 디프테리아로 시력을 상실하게 되는데 자서전에 의하면 시력상실이 오히려 남보다 더 빨리 음악세계로 접어든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아랑훼즈(Aranjuez)협주곡은 로드리고가 1938년 마드리드 남쪽의 부르봉 왕가의 별장이었던 아랑훼즈 별궁을 방문하고 이에 감동받아 작곡한 곡이다.

로드리고를 스페인 최고의 작곡가로, 또 아랑훼즈 협주곡을 클래식 기타의 대명사 격으로 올리는데 한 몫을 한 사람을 들라면 로드리고의 부인, 빅토리아 캄히(Victoria Kamhi)를 들 수 있다. 그녀는 터키 출신의 피아니스트로 그녀가 직접 기술한 로드리고 자선전에 의하면 이 곡을 작곡한 시기는 그들의 신혼시절이었고 첫 임신의 실패로 우울함을 겪고 있던 아내를 위한 선물로 작곡한 곡이다. 시작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작곡한 곡이지만 이 곡을 연주하는 내내, 또 계속 들으면서 스페인 국민들은 이 곡 속에 담긴 스페인의 자연과 스페인적인 감수성으로 인해 마치 국가 못지 않게 추앙받는 곡이 되었다.

아랑훼즈 협주곡을 작곡하기 전 아랑훼즈 별장과 정원을 부인과 함께 산책했던 로드리고를 떠올려 본다. 부인의 설명을 들으며 하나하나 손으로 만지며 온도와 질감을 느끼고 두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욱 세밀하게 관찰했던 로드리고를 생각해 본다. 마치 레이먼드 커버의 단편, 대성당의 주인공처럼 비록 맹인이지만 오히려 눈을 뜬 사람보다 더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사람이었을 것이다. 사실 두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사람의 진실됨을 보지 못하고, 겉모양으로만 판단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보지 못하지만 만지면서 그 촉감으로 느끼고 귀 기울여 자연의 소리와 전쟁과 함께 한 지난한 역사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로드리고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었다.

이곡, 2악장 아다지오는 잉글리쉬 혼으로 시작한다. 기타 반주에 맞춰 메인 주제를 연주하는 잉글리쉬 혼의 음률은 애절하다. 그리고 이어서 기타와 잉글리쉬 혼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둘의 대화가 이어져 나간다. 그리고 중간을 지나면서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웅장하게 이우러진다. 잉글리쉬 혼을 떠올리면 금방 생각나는 곡이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2악장이다.‘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으로 시작되는 노랫말처럼 오보에과의 목관악기로 이름과는 달리 영국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지극히 동양적 음률을 지닌 악기 잉글리쉬 혼, 서양악기에서 이토록 동양적인 애수와 한, 그리움을 불러낼 수 있을가, 누구든 한번 들으면 그 음률에 금방 빠져버리는 매력을 지닌 악기가 잉글리쉬 혼이다. 기타와 잉글리쉬 혼의 절묘한 조화 속에서 그 옛날 누렸을 영화와 이젠 다 지나가고 흔적만 남은 자리에서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듣는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는 우리에게 가슴 뭉클한 추억을 선사해준다.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 2악장 아다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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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실 칼럼니스트

정은실 칼럼니스트는...

서울출생. 1986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감.

2005년 수필 '보통 사람의 삶'으로 문학저널 수필부문 등단.

2020년 단편소설 '사랑법 개론'으로 미주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수상

-저서:

2015년 1월 '뉴요커 정은실의 클래식과 에세이의 만남' 출간.

2019년 6월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산책' 출간

-칼럼: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클래식이 들리네' 컬럼 2년 게재

뉴욕일보에 '정은실의 영화 속 클래식' 컬럼 1년 게재

'정은실의 테마가 있는 여행스케치' 컬럼2년 게재

'정은실의 스토리가 있는 고전음악감상' 게재 중

퀸즈식물원 이사, 퀸즈 YWCA 강사, 미동부한인문인협회회원,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소설가협회회원, KALA 회원

뉴욕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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