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공순의 두근두근 제주 엿보기] (25) 넘실대는 노란 물결, 유채꽃으로 오는 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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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공순의 두근두근 제주 엿보기] (25) 넘실대는 노란 물결, 유채꽃으로 오는 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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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과 산방산이 보이는 유채밭 (사진=한국관광공사)

간질간질, 뒤채는 꽃 몽우리 위로 다사로운 볕이 날로 도타워지는 봄이다. 봄의 전령, 복수초를 시작으로 영춘화, 매화, 눈냉이꽃, 별꽃, 머위꽃들이 메말랐던 산야를 물들이며 소담스레 피어난다. 구름마저 걷어낸 청명한 하늘, 매꼼하게 깃을 단장하고 하늘로 비상하는 새들과 새잎을 틔우는 잔가지에도 봄물이 올라 꽃바람에 흥얼거린다.

그중 노랑 봄꽃이라면 단연 유채꽃이 아닐까. 바라보기만 해도 까닭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산방산이 보이는 유채밭에 들어선 적이 있다. 피아의 구분을 없애버리는 노랑 물결, 수천 개 드므에 담긴 물감을 달싹 부어놓은 노란 유채밭에 서니 나도 금세 물이 들고 만다. 노랑을 더욱 노랑답게 해주는 연두와의 조화는 언제봐도 상쾌하고 새뜻하다. 가느다란 연둣빛 줄기와 풋풋한 녹엽이 노란 유채와 어우러진 풍경은 긴 겨울 한기에 시달리던 사람들을 위무하며 생기를 돋워준다.

봄이면 엄마는 ‘하루나’ 김치를 담으시곤 했다. 나는 신김치를 좋아한다. 작은 항아리 속에서 “뽀록, 뽀로록” 유산균이 발효되어 올라올 즈음, 새콤한 그 김치를 밥에다 썩썩 비벼 양 볼을 오물거리며 먹었다. 때로는 살짝 데쳐 깨와 마늘 양념에 된장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내는 하루나 나물도 별미처럼 반겼다. 하루나가 유채인 줄은 나중에야 알았다.

학원농장 청보리밭 유채꽃   (사진=고창군청 홈페이지)
학원농장 청보리밭 유채꽃 (사진=고창군청 홈페이지)
창녕 남지공원 유채밭   (사진=한국관광공사)
창녕 남지공원 유채밭 (사진=한국관광공사)

유채, 이름조차 ‘기름나물’아닌가. 씨를 받아 기름을 짜는데 볶거나 튀김 요리에 흔히 사용하는 유채 식용유가 바로 카놀라유다. 얼마 전 제주 지인에게서 유채꿀을 선물 받았다. 따뜻한 물에 꿀 몇 스푼 넣어 살살 저으면 은은한 향이 어찌 좋던지, 그 향을 따라나서 제주 유채밭 고랑을 거닐기도 했다. 실은 향이 순하지 않아 인공 향을 가미한다지만 내겐 그저 싱그러운 유채 향이었다. 어쨌거나, 유채는 관상용과 먹을거리를 넘어 화장품이나 공업용으로도 두루 쓰는 유익초랄까. 그뿐 아니라 드넓은 유채밭은 영화 촬영 장소나 각종 행사와 연계해 지자체 홍보와 수익을 만들어내는 일로도 확장된 지 오래다. 노랑의 바다, 봄을 부르는 싱그러운 꽃, 봄이면 달려가 감상하고 잊어버리곤 했지만, 이렇듯 유채는 우리에게 다양한 것을 제공하는 셈이다.

어느 해, 윈난성, 리장고성 가는 길에 보았던 유채밭은 차라리 대양이었다. 먼 길을 달리는 버스에서 자울자울 졸다 눈 뜨면 유채밭, 한 시간쯤 자다가 눈을 떠도 유채밭…. 버스가 제자리에서 맴돈 것도 아닌데 차창 밖은 여전히 유채밭이었다. 온 세상에 유채만 존재하는 듯 끝도 없이 펼쳐져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넓은 땅덩어리가 부러워 떡시루에서 꺼낸 떡을 썰듯이 쭉 갈라 말아서 가져오고 싶기도 했다.

욕심나고 멋져 보이던 그 꽃밭도 지루함이 느껴지던 건 왜일까. 가도 가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유채밭에 감탄은 사그라들고 그러려니, 약간 심드렁해졌다. 우리 것이 아니라서 쌤통이 좀 났는지도 알 수 없지만, 적당하게 광활한 넓이에 아름다운 주변 풍광과 사람이 어우러질 때 감흥을 주는 것이 아닐는지. 노란 유채꽃이 한들거리고 벌들이 웅웅거리며 꽃 사이를 날고 푸른 바다 너머 봉싯봉싯 편안한 오름이 펼쳐지는, 그 꽃밭 속 고랑마다 함빡 웃는 사람들이 함께한 모습 말이다. 피카소나 클림트의 작품 같은 다채롭고 화사한 색감이 그림처럼 어우러진 제주 유채밭은 따습고 생동감 있고 정겨운 느낌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유토피아다.

계단식 논에 핀 유채 사진=한국관광공사<br>
계단식 논에 핀 유채 사진=한국관광공사

유채꽃은 하나하나 보면 존재감이 크지 않다. 밝고 노란 생명의 색이 군락을 이루는 거대한 풍경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꽃말이 ‘기분 전환’이듯 꽃을 보는 순간 행복한 웃음을 짓게 하니 근심을 걷어가는 걱정 인형 같기도 하다. 척박한 땅에서 자랐음에도 우리에게 필요한 귀한 걸 아낌없이 내주는 여유를 유채꽃에서 배운다. 작은 꽃이 모여 아름다운 꽃밭을 이루듯 때로 고난과 마주한다 해도, 소소한 즐거움과 기쁨을 모아 일상을 윤택하게 가꾸어야 한다는 지혜를, 건강한 생명의 에너지를 뭇사람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봄은 유채꽃 바람을 타고 오네요. 저 해변에 이르도록 넘실대는 노란 물결에 실려서요. 지혜와 생명의 봄을 맞으러 손잡고 가지 않으실래요. 우리 함께 희망이 어룽대는 노란 유채꽃밭으로 가요. 어서요, 봄이 오고 있잖아요!”

배공순의 두근두근 제주 엿보기는...

수필가 배공순
수필가 배공순

나만의 소박한 정원을 가꾸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깊은 사유로 주변을 바라보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보태려 했던 것은, 문화재와 어우러지는 봉사활동이었다. 창경궁을 둥지 삼아 ‘우리 궁궐 지킴이’로 간간이 활동 중이다.

이곳저곳을 둘레둘레, 자박자박 쏘다닌다. 제주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레를 걷고 오름에 오르기를 좋아한다. 사색의 오솔길을 오가며 사람 내 나는 이야기, 문화재나 자연 풍광, 처처 다른 그 매력을 소소하게 나누고 싶어 글을 쓴다.

<약력>

2016년《수필과비평》등단, 한국수필문학진흥회원, 제주《수필오디세이》회원

수필집 《우리, 수작할까요》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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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수 2026-03-23 17:34:47 | 59.***.***.149
노랑의 바다, 유채빝. 너무 좋습니다.
오래전에 신혼여행 갔을때 유채밭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던 생각이 문득 납니다.
봄을 느끼면서 잘 읽었습니다

아롱다롱 2026-03-24 10:16:27 | 222.***.***.189
와, 유채밭,
예전에는 제주꽃이라 였는데 요즘은
자주 볼수있지요. 노랑 유채꽃은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글 덕분에 여러곳의 멋진 봄을 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