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의 역사.문화적 기억 허물어뜨리는 것"...재검토할까

과거 서귀포시 지역의 유일한 영화 상영관 극장이었던 건물(현 관광극장)이 붕괴 위험 등의 안전문제로 철거가 결정된 것에 대해 시민사회 일각에서 공개적 반대 의견이 표출되기 시작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서귀포시의 역사적.문화적 이정표인 건물을 철거하는 것보다 복원과 보존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과 안은주 대표이사 등은 22일 제주올레 이사회 명의 성명을 내고 사실상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제주올레는 "서귀포 시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이자 제주 근대 건축사의 귀중한 자산인 서귀포관광극장 외벽이 철거되는 상황을 맞이하였다"면서 "이는 단순한 건물의 철거가 아니라, 한 도시의 역사와 문화적 기억, 그리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허물어뜨리는 일로, 깊은 우려와 아쉬움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제주올레 6코스를 걷는 올레꾼들은 바다와 오름, 시장과 골목을 지나는 여정의 한가운데, 이중섭거리와 솔동산 곁에 서 있던 서귀포관광극장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서귀포의 근대사를 증언하고 시민의 삶과 문화를 품었던 문화의 이정표였다"고 강조했다.
또 "서귀포관광극장은 7~80년대 영화관으로서, 이후에도 공연과 모임의 무대로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서귀포 시민들의 문화적 자부심이었다"며 "그런 공간이 행정의 일방적 판단 아래 돌벽이 무너져 내린 것은 서귀포가 스스로 문화도시임을 부정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제주올레는 "보존을 위한 기술적 대안이 가능했음에도 검토되지 않았고, 시민과 건축계의 목소리 또한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는 서귀포시민과 올레꾼 모두에게 공공적 기억의 상실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철거공사가 시작되면서) 비록 일부가 훼손되었으나, 아직 서귀포관광극장의 흔적은 남아 있다"며 남아 있는 외벽과 돌무더기의 현장 보존, 시민·건축계·문화예술계와 함께하는 복원 및 활용 논의, 올레꾼과 시민이 다시금 이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재생 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제주올레는 "우리는 이번 사태가 남은 것을 어떻게 지키고 계승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사)제주올레 이사회는 올레꾼과 서귀포 시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건설적 복원과 계승의 길을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앞으로 철거와 관련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귀포민들과 65년을 함께 해 온 문화의 중심이었던 관광극장 건물과 관련해서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1963년 서귀읍 최초의 극장으로 개관해 영화 상영관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던 중 1993년 화재로 지붕이 소실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극장은 어려움을 겪다가 1999년 문을 닫았다
극장 폐업 후 소유주가 관리방안을 모색해 왔으나 활용방안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3년, 서귀포시가 이 건물을 임대해 아트플랫폼사업으로 4점의 공공미술작품을 설치했고 이후 안전진단 및 보수공사를 거친 후 의자를 모두 떼어내고 계단식으로 정비했다.
2015년에는 노천극장으로 재개관해 다양한 공연 예술을 관람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여됐다. 야외공연장 기능뿐만 아니라, 작가의 산책길 프로그램 운영 및 전시실 등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됐다.
2023년 12월에는 서귀포시가 해당 건물 및 부지를 완전히 매입했다. 관광극장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관광극장 건물 노후화에 따른 안전 문제가 지속 제기됨에 따라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정밀안전진단이 진행됐다. 이 결과 E등급 판정으로 건물 붕괴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 등으로 철거가 결정됐다.
철거는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지난 20일 야외공연장 벽체 철거 작업을 시작했는데, 관광극장 본 건물은 내년 철거할 예정이다.
서귀포시측은 건물 붕괴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 등으로 불가피하게 철거하기로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철거를 앞두고 현장 설명회를 지난 6월부터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 단체를 대상으로 수 차례 실시했고, 지난 9일 정방동주민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앞으로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인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연구용역 등을 통해 활용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올레를 비롯한 문화예술인 등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서귀포시가 철거 계획에 대한 재검토를 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