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은 학령기에 국한되지 않고,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국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추진되어 왔으며, 특히 성인에게 새로운 학습 기회를 제공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평생교육 현장에서는 참여자 수나 수료증 발급 등 외형적 지표에 치중한 ‘보여주기식’ 운영이 반복되는 등, 형식적 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이러한 체계속에서 장애인은 평생교육의 문턱조차 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2025년 평생교육시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 내 평생교육기관은 28곳에 불과하다. 이 중 장애인 평생교육기관은 단 3곳뿐이며, 특히 서귀포 지역은 평생교육기관이 4곳에 불과하고 장애인 평생교육기관은 전무한 실정이다.
더군다나 접근성과 맞춤형 지원도 부족하여, 평생교육이 또 다른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곧 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의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도내 장애인의 평생교육은 장애인 단체, 복지관, 유관 기관 등에서 각 기관의 예산 범위 내에서 주로 여가 활용 프로그램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평생교육법이 개정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를 반영한 논의만 있었을 뿐 정책적으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장애인 평생교육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교육부 국립특수교육원이 주관하는 「2025년 장애인 평생학습도시 운영 사업」에 선정되어, 도내 장애인들의 평생교육 참여 기회를 대폭 확대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제주시는 전국 최초로 장애인과 가족이 함께하는 ‘장애인 런케이션(learncation)’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습과 휴식을 결합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한 교육을 넘어 삶의 여유와 관계 회복까지 아우르는 이 시도는 평생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서귀포시는 장애인 평생학습 연구모임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실무자로서 매우 반가운 현상이며,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준 행정기관에도 박수를 보낸다.
이번 사업 선정으로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센터 역시 지원을 받아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를 반영한 다양한 평생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참여자들의 반응은 “너무 재미있고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함께 배우며 친구가 되고, 함께라서 더 행복하다”, “수를 놓다보면 힐링이 된다.”고 한다.
이처럼 교육은 참여자의 신체적·정신적으로 삶의 풍요와 변화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자립생활을 실현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인에게 있어 평생교육은 단순한 복지정책의 수혜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과정이다.
제주가 만들어가는 포용적 배움의 길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배움의 경계가 사라진 진정한 평생학습 사회가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박효정/ 서귀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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