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과 포용을 위한 과제
최근 음식점, 카페, 은행 등 다양한 공공장소에서 키오스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키오스크(Kiosk)’는 원래 소규모 판매 부스를 의미하지만, 이제는 비대면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 기반의 무인 단말기로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키오스크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하는 장치로 자리 잡았다.
무척 더웠던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카페에서 휠체어를 탄 한 여성이 키오스크로 음료를 주문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휠체어와 키오스크 사이의 거리가 멀어 화면에 손이 닿지 않았고, 주문하려던 메뉴는 화면 상단에 위치해 손을 뻗어 애를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제가 도와드릴까요?"라고 먼저 말을 걸었고, 그분은 "아, 그러면 너무 감사해요!"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필자는 장애인 복지 분야에서 일하면서 많은 뉴스를 접하였고, 문제점을 꾸준히 고민해왔다. 그러다 보니 키오스크와 관련된 기사도 자주 접했었다. 비대면 문화가 우리사회에 자리잡히고 인건비 절감 등의 이유로 도입된 키오스크는 비장애인에게는 간편한 주문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노인과 장애인에게는 큰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었다. 키오스크가 대중화되었지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금도 여전히 노인과 장애인에게는 접근이 어려운 ‘차별의 벽’이 되고 있다. 특히 장애인에게는 절망스러울 정도로 접근성은 여전히 열악하다. 이는 다양한 장애 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키오스크가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정부는 지난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장애인의 키오스크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올해 1월부터는 공공·교육·의료·금융 분야에서 시행되었고, 민간 부문에서는 규모에 따라 올해 7월과 내년 1월에 순차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된 「장애인 무인정보단말기 접근 이용 모니터링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6개 업종 1,200개의 키오스크를 조사한 결과, 648개(64.7%)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점자 표시 등의 편의 기능이 전혀 없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화면 높낮이 조절 기능이 있는 키오스크는 3.1%(31개)뿐이었고, 키오스크 하단에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경우도 47.2%(473개)에 불과했다. 심지어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안내 영상을 제공하는 기기는 단 1개뿐이었다.
키오스크는 공공장소에서 점차 보편화되고 있지만, 장애인은 여전히 접근성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이는 결국 사회적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어떤 키오스크가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안내와 점자 표시를 제공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 안내 영상이나 문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키오스크의 높낮이가 조절 가능해야 하며, 하단에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다행히 이러한 기능을 갖춘 키오스크가 점차 도입되고 있으며, 관련 법규도 개선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사회 전반에 적용될 때 이루어질 것이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어린이 등 신체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일상으로 자리잡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물론 웃으며 주문을 받아주는 종업원이 그리울 수도 있겠지만, 기술이 사람들을 더 포용적으로 연결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김은서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