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옥의 요양원일기](8)요양원 어르신들의 따뜻한 겨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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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옥의 요양원일기](8)요양원 어르신들의 따뜻한 겨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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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위미에덴요양원 박금옥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서귀포장애인복지관 김청룡 선생님으로부터 반가운 전화가 왔다. 어르신과 ‘일일나들이’를 가야 하는데 요즘은 감귤 수확철 이라 봉사자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만 있었는데 제128 전투경찰대 남원통합초소 대원 5명을 연결 시켜주셨다.

▲ '따뜻한 겨울여행'에 나선 요양원 가족들이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단비를 만난 듯 너무나 기뻤다. 그 후 며칠 동안 선생님들이 여기저기 자원봉사를 찾아 애쓴 결과 해군 301방어전대 장병 4명, 개인 봉사자 2명, 제128전투경찰대 남원통합초소 대원 5명, 총 11명의 봉사자를 섭외가 되었고 휠체어는 서귀포지체장애인협회에서 4대, 서귀포자활후견에서 5대, 서귀포장애인복지관에서 3대 총 12대를 빌렸다.

오늘은 며칠 전과 달리 하늘이 맑다. 며칠 전만 해도 남조로 도로에 눈이 많이 내려 차량을 통제하는가 하면 일기예보 상 오늘은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하여 나들이 당일까지 우리 직원 모두는 많이 걱정을 했다.

“이름표 목에 걸어주세요~” 요양원 1층 거실이 시끌시끌하다. 드디어 나들이 당일이다.

▲ 돌고래쇼가 진행되는 동안 요양원의 가족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구경했다.

전세버스 2대에 휠체어 25대를 각각 싣고 어르신 간식, 어르신 기저귀, 교체의류, 수건, 물휴지 등 아기가 외출을 하려면 짐이 많은 것처럼 우리어르신 25명이 외출을 하는데 전세버스 2대 짐칸이 꽉 찼다. 어르신과 자원봉사자가 짝을 이뤄 두 대 버스에 각각 올라탔다. 드디어 출발....... 이제부터 49명의 따뜻한 겨울여행을 시작이다.

▲ 오랜만에 따뜻한 겨울여행에 나선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밝다.<헤드라인제주>
“ 안녕하십니까? 이번 여행 사회를 받은 에덴 이쁜이 사회복지사 박금옥입니다. 이제부터 ‘묻지마 관광’을 시작합니다.” 나의 멘트가 나가자 다들 밝게 웃으신다.

”먼저 전투경찰대 잘생긴 오빠 노래 불러 주세요” 쑥스럽게 자원봉사자 한분이 노래번호를 입력하더니 반주가 흘려 나온다.

“ 자옥아~ 자옥아~ 쑥스러운 모습과는 달리 신나게 불렀다.

차는 박수소리와 함께 좌우로 들썩들썩 거렸다. 30분이 지나자 첫 번째 관광코스인 퍼스픽랜드에 도착했다. 어르신들은 창문에 매달려 여기저기 구경하신다고 정신이 없으시다.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계단이라 봉사자와 함께 어르신이 탄 휠체어를 공연장까지 들어 옮기고, 또 어르신을 등에 업어 공연장까지 이동했다. 자리를 잡고 5분이 지나자 사회자의 진행이 시작되고 구령에 맞춰 동물들 공연이 시작되었다.

어르신들은 너무나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셨다. 돌고래 쇼를 관람하다 간호선생님 왈 “ 어르신 저거 고등어우다 크지예” 라고 묻자 어르신 왈 “ 우리가 고기 이름을 잘 몰라서 그러지 저거 고등어는 아닐꺼우다” 어르신 답변에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 돌고래쇼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요양원의 가족들도 오랜만의 겨울 여행을 맘껏 즐겼다.
40분의 공연을(1부.원숭이쇼, 2부.물개쇼, 3부.돌고래쇼) 관람하고 난 뒤 5분 거리인 식당에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오늘에 메뉴는 전복죽이다. 어르신들 중 다진식(믹서기에 갈아서 나오는 식사)을 먹는 분들이 반 이상이기 때문에 죽으로 결정을 했다.

이곳은 중문에서 넓은 식당인데도 문이 좁아 휠체어가 들어갈 수 가 없었다. 이번에도 자원봉사자와 함께 어르신들을 업어서 식당 안으로 이동을 했다. 식당에 들어가 식탁에 앉자 우리선생님들은 능숙하게 수건을 어르신 목에 대고 미리 준비된 전복죽을 수발하신다. 자원봉사자선생님은 이 모습을 보시고는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신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난 뒤 바로 두 번째 관광 장소인 여미지로 출발했다. 가까운 거리에 있어 여미지는 금방 도착했다. 여미지에서 파트너와 먹을 간식을 따로 챙겨 한 시간의 자유 시간을 가졌다. 어르신과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고, 식물구경도 하고 어르신들 마냥 기뻐하는 아이들 같이 해맑게 미소를 지으신다.

화장실에 가니 우리어르신 한분이 거울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나도 이렇게 곱구나” 하며 거울의 본인 굴을 보면서 말씀하신다. 한평생 살면서 본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여유도 없이 사셨던 거 같아 한쪽 마음이 뭉클했다.

즐거운 한 시간이 지나고, 버스는 요양원으로 출발했다. 출발한 지 5분만에 어르신 한분이 차에서 구토를 했다. 귀에 멀미약을 부착했는데도 외출이 많지 않아 그런지 멀리를 하시는 것 같다. 어르신은 구토를 하면서도 차에 쏟아 낸 음식을 어떻게 하냐고 걱정이시다. 운전을 하시던 운전기사분이 괜찮다고 치우면 된다고 계속 안심을 시켜주신다.

어느덧 요양원에 도착했다. 어르신들은 요양원에 도착하자 집에 도착하듯 얼굴이 편안해지고 밝아지셨다. 그리곤 안으로 들어가서면 내내 말 꽃을 이어 나간다.

하루 동안 힘든 내색 한번 안 해주시고, 끝까지 웃으며 봉사를 끝까지 끝내주신 자원봉사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주변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있기에 따뜻한 겨울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헤드라인제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박금옥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박금옥 생활복지사 그는...
 
   
▲ 박금옥 생활복지사
박금옥 생활복지사는 고등학교 때 평소에 집 근처에 있는 성 이시돌재단 양로원에 어머니가 봉사활동을 하러 가실 때마다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레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된다.

그러다 전공과목도 사회복지과를 선택하게 되고 아예 직업으로 진로를 정하면서 외길을 걸은 지 어느덧  6년째다.

그 동안 그녀는 아동, 노인, 장애인을 두루 다 경험하던 중 노인시설에서도 근무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중증의 어르신들을 모시면서 그녀의 삶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주게되면서  현재 위미에덴실비노인요양원에서 근무하게 된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위미에덴실비노인요양원은 지난 2005년 9월 2일 봄이 가장 먼저 오는 따뜻한 남쪽 서귀포 남원읍 위미리에 자리잡고 현재 50명의 어르신과 20명의 직원들이 가족처럼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함께 도움이 되는 세상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며 글을 올리고 있는  그녀를 통해 바로 이 곳 요양원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애독과 성원 바랍니다.<편집자 주>

<박금옥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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