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축제는 열지 않고, 2025년부터 '생태가치 지향' 축제로 개최
'불' 없는 행사 반복, 존폐 논란 끝에...오름 불놓기, 역사 속으로
제주의 대표적 문화관광축제로 꼽히는 '제주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였던 오름 불 놓기는 결국 폐지된다. '불' 없는 축제로 전면 개선해, 2025년부터 생태가치를 지향하는 새로운 방식의 축제로 탈바꿈한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11일 오전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제주들불축제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개선방향은 제주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에서 제시한 권고안을 수용한 결과이다.
강 시장은 "운영위 권고안을 반영해 생태적 가치에 부합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새로운 방식의 축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개선되는 내용을 보면, 우선 운영위에서 권한 내용을 반영해 다음 축제는 탄소 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는 '오름 불놓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불' 축제로 연다는 것이다.
또 제주의 생태적 가치에 부합하는 축제 프로그램 개발 등 기획부터 축제 운영까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의 시민 주도의 축제로 탈바꿈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축제 아이템 공모 등을 병행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적극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축제는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기간 그간 제기됐던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새로운 축제 기획 및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2025년부터 새로운 방식의 축제를 선보일 계획이다.
강 시장은 "1997년부터 25년을 이어온 제주지역 대표 축제인 제주들불축제가 이제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있다"면서 "제주들불축제가 생태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방식과 지속 가능한 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시민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오름 불놓기가 폐지됨에 따라 축제의 명칭을 변경할 의향에 대해, "아직까지는 축제 명칭 변경에 대해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축제 명칭의 브랜드 가치가 높기 때문에, 현재의 명칭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축제의 장소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축제의 가치를 그대로 이어나가기 위해 그대로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나 제주들불축제가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 문화관광축제로 수차례 선정되는 등 좋은 축제로 선정됐음에도 최근에 '탄소 배출' 등의 문제로 존폐논란에 휩싸인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숙의형 원탁회의, 존폐 의견 팽팽..."근본적 변화" 권고
앞서 제주들불축제 숙의형 원탁회의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축제는 존치하되, 획기적 변화와 개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달 19일 열린 원탁회의 최종 결과 들불축제 유지 50.8%, 폐지 41.2%로,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위원회는 축제 유지를 촉구하면서도, “제주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며 생태·환경·도민참여의 가치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변화를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 기후위기 시대, 도민과 관광객의 탄소배출, 산불, 생명체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이러한 시대적 전환에 둔감할 수밖에 없었던 ‘관 주도 추진’, ‘보여주기식 축제 기획’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1997년 시작된 '오름 불놓기', 결국 역사 속으로...
한편, 들불축제 존폐 논란은 지난 3월 개최된 들불축제가 국가적 산불위기로 인해 '불'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각종 공연 및 줄다리기, 듬돌들기 등과 같은 경연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나, '불'이 빠진 '반쪽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의미를 강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불' 없는 들불축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종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데 있다. 지난해에도 육지부 산불 재난상황으로 인해 들불축제가 전면 취소됐다. 1997년 처음 축제가 시작된 후 산불위험과 강풍, 코로나19 등으로 축제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사례는 8차례에 이른다. 이중 3번은 '불' 없는 축제로 진행됐다.
축제 존폐 논란의 한 축은 '개최 시기'와 관련된 문제이다. 매해 3월 경칩이 속한 주말에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3월부터는 봄철 산불대책이 추진되는 기간인데다 실제 산불 발생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3월 축제'를 다시 원래 취지에 맞게 음력 1월15일 정월대보름에 맞춰 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제주도가 추진하는 기후 변화시대 탄소없는 섬 정책과 맞지 않은 축제라는 점도 존폐 논란을 달아오르게 한다.
불 놓는 면적만 축구장 40여개 면적인 38만㎡에 이르고, 불을 지피는 과정에서 쏟아붙는 기름 양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름 불놓기를 위해 연출되는 불꽃놀이에 사용되는 화약도 수천 kg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시가 이번에 숙의형 원탁회의 결과를 수용해 축제의 전면 개선을 선언하면서, '오름 불놓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오름 불놓기'가 빠지면서 '제주들불축제'란 명칭도 상당부분 무색해지게 됐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