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행정체제 공론화 용역, 커져가는 '신뢰성' 논란...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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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행정체제 공론화 용역, 커져가는 '신뢰성' 논란...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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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정해놓은 답' 의혹 초래 행정체제 '모형 대안' 분석결과 쟁점
대안분석, '기초자치단체' 1순위...'행정시장 직선제' 사실상 제척
전문가 토론회서도 분석결과 '절레절레'...도의회 "짜여진 답정너?"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 연구용역이 중간보고회 단계에서 신뢰성 논란에 휩싸였다. 중간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모형대안에 대한 분석 결과 때문이다.

제주도의회에서는 '정해놓은 답'을 갖고 짜여진 수순으로 가기 위한 결과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고, 전문가 토론에서도 모형 분석결과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크게 분출됐다.  한 마디로 분석 결과의 내용이 미덥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수행 중인 공론화 용역의 모형 분석결과는 지난 11일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개최한 용역 2차 중간보고회에서 공개됐다. 모형 분석 결과,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단체장과 기초의원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모형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만 놓고보면, 일정부분 예상했던 것 아니냐며 넘어갈 수 있다. 예전 제주도의회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전문가 패널조사와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선호도가 '행정시장 직선제'와 더불어 높게 나오는 추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형 분석 과정 및 결과에 대한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뭔가 납득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는 것이다. 

각 대안의 내용 비교. (자료=용역 중간보고서)

◇ 6개 대안 모형 설정, 적절했나?

첫째, 행정체제 개편 대안으로 설정한 모형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용역진은 제주형 행정체제의 검토가능 대안 모형으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의회구성 기초자치단체 △행정시장 직선제 △행정시장 의무예고제 △읍면동장 직선제 등 6개 유형을 제시했다.

기초자치단체의 유형을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의회구성 기초자치단체' 등 3개로 나뉘어 설정했다.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모형은 의결기관은 기초의회를 두되, 집행기관은 시.읍.면으로 설치해 시장.읍장.면장을 각각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시의 경우 관할에 동(洞)을 설치해 3개 계층구조(제주특별자치도-시.읍면-동)를 형성하게 된다. 도민사회 논의에서는 처음 상정된 다소 생소한 안이다. 

'의회구성 기초자치단체' 모형은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를 별도로 두게 되나, 기초의원은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되 단체장(시장)은 도지사가 임명하는 안이다. 이 안 역시 처음 상정된 안으로, 기초단체 모형을 제시하면서 왜 도지사가 임명하는 대안을 굳이 상정했는지 의문이다. 

나머지 3개안에서는 '행정시장 직선제'와 더불어 '읍면동장 직선제'와 '행정시장 의무예고제'가 제시됐다. 읍면동장 직선제는 시(市) 체제를 폐지해 제주도-읍면동 2개 계층으로 개편하자는 안이다. 읍면동장은 주민이 직접 선출하되, 의회는 별도 구성하지 않고 대신 도의회가 의결기능을 수행하도록 방식을 제시했다.

행정시장 의무예고제는 현행 제주특별법에 명시돼 있는 러닝메이트제와 관련해 사전 예고를 의무적으로 하자는 안이다. 이는 현행 체제에서 '의무 예고제'의 내용만 살짝 곁들인 것인데, 행정체제 개편 대안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용역진이 왜 의무 예고제를 별도 대안으로 설정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의무 예고제는 검토대안으로 상정하면서도, '읍면동 대동제'와 '읍면동 주민자치'는 대안선정 과정에서 제외시켰다. 

모형별 기관구성 비교.  (자료=용역 중간보고서)

◇ 대안모형 분석결과 타당성 논란, 이유는?

둘째, 개편 대안에 대한 분석 결과의 타당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용역진은 각 대안모형 분석결과와 최근 정부의 지방행정체제 정책환경을 반영해 지방자치 분야 전문가 30명(전공 교수 13명, 연구원 17명)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6개 개편 대안별 적합성 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 종합적으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가 1위, '시읍면 기초자치단체'가 2위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이 1, 2순위로 꼽은 것을 점수화 한 결과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3위, '의회구성 기초자치단체' 4위, 그리고 '읍면동장 직선제'와 '행정시장 예고제'가 가장 낮았다.

그동안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던 행정시장 직선제가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모형보다도 낮게 평가된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 28명이 판단한 1, 2순위 평가 결과.  (자료=용역 중간보고서)

그런데 분야별 검토결과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예를 들어 '검토대안의 적합성 검토' 결과를 보면,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와 시읍면 기초자치단체가 가장 높은 점수인 '10점'을 얻은 반면, 행정시장 직선제는 가장 낮은 '5점'을 받았다. '행정시장 의무예고제'(9점) 보다도 4점이 낮았다. 

시장을 도지사가 임명하는 안인 의회구성 기초자치단체와, 읍면동장 직선제 대안도 '7점'을 받은 것을 보면, 행정시장 직선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점수는 '적합'(○) 3점, '보통'(△) 2점, '부적합'(×) 1점을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특이한 점은 행정시장 직선제는 '대안 타당성' 카테고리에서 목적부합성은 '△'를 받은 것이 가장 높은 것이었고, 나머지 '발전 기여성', '실행 가능성' 카테고리에서 '정책 부합성'과 '개편 용이성'에서는 모두 '×'를 받았다는 것이다.

모형 적합도 세부 평가결과.  (자료=용역 중간보고서)
모형 적합도 세부 평가결과.  (자료=용역 중간보고서)

심지어 행정체제 개편 대안으로 보기 어려운 '행정시장 의무예고제'의 경우에도 '발전 기여성'은 '△', 실행 가능성 분야에서 정책부합성과 개편 용이성에서 '○'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사실상 행정시장 직선제를 제척시키기 위한 의도적 혹평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13일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주최로 제주문학관 대강당에서 열린 2차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이러한 내용의 지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민기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대안 검토결과에서 기초자치단체 도입안이 행정시장 직선제안보다 실행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용역 결과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 교수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의 경우 주민투표를 거쳐야 할 뿐 아니라 수백 개의 일반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시장 직선제 대비 실행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분석결과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민 교수는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체계가 제주 발전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한 반대입장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참석자들도 '정해진 답' 수준으로 가는 듯한 분석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외순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기초자치단체 부활 의지는 알겠지만, 너무 답을 정해놓고 가는 것 같아 오해 소지가 충분하다”면서 "제주 미래를 설계하고 도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용역을 진행해야 하고, 무엇보다 주민투표를 통해 도민들의 뜻을 보장해 주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동수 제주도의회 의원은 "그동안 논의됐던 모형을 수합하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인기투표식의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로 모형들이 선정·제시된 것은 객관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검토대안의 요소분석의 결과종합. (자료=용역 중간보고서)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도 임시회 개회식에서 공개적으로 이번 용역 결과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김 의장은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와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도입안을 적합안으로 제시했는데, 사실상 답을 정해놓고 가는 게 아니냐는 그간의 지적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현 체제가 문제라면 어떤 것이 문제인지,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지 도민들이 불편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 것부터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없이 추진하는 것은 여러 가지 예상되는 문제들을 뒤로 넘겨버리고 짜여진 각본대로 몰아가는 것은 제주를 또 다른 갈등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와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이번 모형 분석결과와 관련해,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제주도내 16개 지역을 순회하며 도민 경청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어 8월 19일에는 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도민 참여단 300명을 대상으로 도민의견을 수렴하는 제2차 숙의 토론회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어 8월 말까지 행정체제 구역안을 도출해 내고 10월부터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안 및 실행방안에 대한 도민경청회 및 토론회, 전문가 토론회, 미래세대포럼, 공청회,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12월까지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모형분석 결과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커지면서, 앞으로 일정 진행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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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눈 2023-07-16 16:40:14 | 1.***.***.136
1도4개시 체제로 가야하고 직선제 답이다 읍면동장도 직선제로 가야하고 기초의회 도의회 필요없다 읍면동장의 의회역활까지 하게된다
지역 주민의 선출로 막강해 질 것이다 물론 시장 지사에게 할말도 하고

2023-07-16 13:34:01 | 118.***.***.51
행정시장 직선제가 의무예고제보다 못하다고 평가하는전문가들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도민 2023-07-16 12:44:28 | 220.***.***.10
행정체제 및 2공항..제주형 주민투표 실시하라
ㅡ삼척시청인 경우 국가사업(원전 유치)을
주민투표로 결정했다
ㅡ국가사업인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원 장관이 직권 사업포기한바 있다

도민 2023-07-16 08:27:26 | 14.***.***.188
기초 자치단체<지방자치법>는 옛날로 회귀하는것이고,,ㅡ무조건 소송당한다ㅡ
제주특별법 취지에 맞지않고, 불법성논란,
위원들 중에 대다수가 퇴직 도청 공무원이있어,,저런분의 생각은 늘 엣날 생각만하여,,더 새로운 아이디어와, 특별법 취지도 몰르고있어 자진사퇴 바란다

ㅡ현재는,,다른도 특별법과 제주특별법이 확연히 다른점이 있다
제주는 JDC 역할을 생각해보면 이해된다 ,,
<2공항.트랩사업.항만 등 초대형 국책사업도 jdc소관이다>
기초단체를 없애는 대신 그 역할을 JDc가 한다,,,,(이유를 생각요)

ㅡ앞으론,,행정계층을 논할 시기가 지금은 아님
ㅡ우선,특별법 개정해야.
제주특별법 규정에 의한 기초자치단체 설립 가능하다

짝짝짝 2023-07-16 08:11:31 | 175.***.***.190
정곡을 찌른 해설
전문가 보다 훨 나은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