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고 박재현 야구부 감독이 새롭게 쓰고 있는 제주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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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고 박재현 야구부 감독이 새롭게 쓰고 있는 제주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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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제주고등학교, 박재현 야구부 감독이 새로운 ‘제주 정신’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일상에서도, 야구에서 자립 생태계를 지향하는 ‘제주 자립정신’이다. 제주고 고교 야구부 감독활동을 통해서.  
  
박재현 감독은 실업팀 현대 피닉스 선수생활을 1년간 했다. kt wiz 코치(KT가 운영하는 KBO 리그 프로야구단), 삼성라이온즈 코치 이후, 아마츄어 야구 지도자(16년)로 봉사하고 있는 분이다. 제주에는 2021년 2월 말 제주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부임하였다. 제주고 야구부는 2000년 창단하였다. 

2021년 5월 29일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펼쳐진 2021 고교 주말리그 하반기 첫 경기인 부산공고와의 경기에서 10-3, 7회 콜드게임으로 승리하였다. 이 승리는 감독 부임 후 7번째 경기만에 첫 승이자 제주고 야구부가 2018년 이후 1049일 동안 41연패를 끊는 경기였다고 한다(이 내용은 나무위키에서 인용하였다). 
  
2022년에는 삼성에서 코칭스태프로 같이 근무했고, 호흡이 맞는 조규제 전 코치를 투수코치로 임명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위한 선택이었다.  
  
2023년 4월 14일 토요일 제주 종합경기장 야구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믿기 힘든,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졌다. 제주와 부산이 함께하는 권역별 주말리그(6개팀이 참가)에서 추신수가 졸업한 명문 부산고를 4-3, 그것도 9회 말에 하지웅의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역전승을 이뤄냈다. 박항서 감독님이 이 소식을 접하면 “음! 이거, 베트남에서의 내 이력보다 더 훌륭한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하실 듯하다.    
  
주변 선생님들의 칭찬도 자자하다. “박재현 감독과 조규제 코치의 노력이 척박한 야구 생태계 제주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일들을 만들어 냈다”는 칭찬이다.    
  
제주에서 살아서 그런지 야구를 잘 모르는 필자는 선생님들과 함께 박재현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신문에 기고를 통해, 그 휴먼스토리를 알리고자 하였다.   

 우선 박재현 감독님과의 인터뷰 내용을 엿들어보기로 하겠다.  

◇ 야구기반이 갖추어지지 않은 학교, 10명의 선수! 감독이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상황, 선수들도 마찬가지. 성적보다는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자존감, 의지 키워주기에 전념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주에 내려오면서 육지있는 전문 선수를 키우는 고교의 야구 생태와 다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어떻게 들었을까요?

- ‘극복’이라는 단어 보다는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이 선수들이 마음껏 훈련하고 유니폼 입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 감독님이 과거에 경험했다고 하시고, 지금도 효율적일 수 있다고 보는 스파르타식을 제주고에서는 다른 식으로 바꾸어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하였습니다. 관찰에 의한 개별 맞춤형으로 선수들을 대했다고 합니다. 표정과 일거수일투족의 생활을 살폈다고 합니다. 어떤 측면의 효과가 있었는지요? 지금 2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는 상황에서도 유효한 것인지요?

- 우리 학교 야구부 시스템이 육지에 있는 고등학교 팀과는 많이 다릅니다.
  스파르타식 보다는 눈높이 교육, 선수들의 표정을 살피며 컨디션은 어떤지 아픈 곳은 없는지, 고민이 있는 건 아닌지, 밥은 잘 챙겨먹고 있는지 야구 외적인 문제들부터 해결해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훈련 장비를 보유하여 훈련시간 만큼은 집중할 수 있는 스케줄을 만들었습니다.

◇ 2021년 5월 29일 부임 3개월, 서울대 야구부보다 더 극적인 10명으로 콜드게임 당하던 팀을 승리로 이끄는 동기에 어떤 방법이, 아니면 어떤 에너지가, 아니면 어떤 관심이 작용했을까요?  

- 2021년은 선수가 10명 중 2학년 7명, 1학년 3명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해에는 진학 해야하는 3학년 선수도 없고 하니 이길려고 하지말고 다치지만 말고 야구 하자고 했습니다. ‘경쟁 보다는 조화’를 이루자고 강조를 했고 또 한 가지는 선수들 생일날 책 한권과 케이크를 선물 하는 걸로 선수들의 마음을 알아가기 시작 했습니다. 이런 진심을 선수들이 알아주면서 이젠 선수들이 감독을 위해주는 마음들이 생긴 것 같더라구요. 수업실습시간 중에 만든 커피, 빵, 케이크, 도마. 이런 것들을 감독, 코치님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가지고 오더라구요.

◇ 2년만에 제주의 지연, 학연, 혈연, 심지어는 괸당문화까지 극복하여 제주생활에 적응하게 되고 편해지게 된 데에는 어떤 프레임이 작용했을까? 

- 처음에는 학부모님들도 그냥 방과 후에 하는 특별활동이라는 생각을 하신 것 같더라구요. 전문 프로 선수를 만들겠다는 관심까지는 아니셨던 듯 하고 훈련 마치면 픽업하러 오셨다가 그냥 가시고. 훈련은 오후5~9시까지 훈련 하는데 코로나로 식당, 가게는 9시에 문을 닫고 해서 저도 학생들과 같이 못하고 한 동안은 집에서 라면만 먹었던 기억이 듭니다. 
극복 보다는 “야구가 좋아서”입니다. 미국가서도 그렇고, 야구하는 곳이고 날 좋아해주는 선수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언제든지 가서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학생들이 제주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제주에서 야구 관련 직업으로 제주의 후배들을 키우는 순환적 제주 야구 생태계를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을 하셨다면 제주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일까요? 박재현의 제주 정신은 야구의 제주자립 정신 입니까?(이 질문은 2022년 9월 1일자 한라일보 김지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표현한 내용을 참고했음.)

- 제주도는 인적자원(감독, 코치, 선수)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사람이 여러 역할을 하는데 힘겨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부족해하는 경험치! 그 경험만 쌓인다면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 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프로야구경기 직관을 하고 훈련장비를 프로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게 사용을 하고 프로팀 코치, 선수, 관계자 등이 학교를 방문하게 하여 선수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수들의 생각이 자라고 인성이 좋아지면서 더 많은 걸 배우고 느낀 것을 가지고 자기 삶의 터전인 제주도에서 봉사하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 팀이 어려워질수록 선수들에게 서로 아끼고 존중하자라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박 감독님 역시 스스로를 감독이 아닌 ‘제2의 선수’라고 생각하며 선수들과 함께 했다고 합니다(2022년 2월 15일 MHN 스포츠와의 인터뷰 내용에서 인용합니다). 그때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지금의 반응은? 선수들이 그 표현이나 그러한 상황을 접하고, 많은 느낌을 받았을 텐데요. 

- 야구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닙니다. 공을 받아주는 선수가 있어야 캐치볼이 가능하고 던져주는 동료가 있어야 타격훈련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자기 혼자보다는 팀 동료를 걱정하고 사랑하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선수가 없는데 감독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훈련 도우미를 자청했죠.
학교에 있던 피칭머신이 고장 나서 제가 직접 배팅볼을 던지면 선수들이 더 열심히 치려고 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감독이 포수장비를 차고, 투수들의 공을 받아주는 ‘볼펜포수’가 되어주고, 때로는 배팅볼을 던져주는 ‘피칭머신’이 되어주었다는 내용에 대해서 이해를 잘못하는데, 감독과 코치의 영역이 어디까지이고, 제주고에서는 그러한 역할과 범위를 극복하는 에너지가 어디에서 생기는 것이었을까요? 

- 일단 감독은 전체적인 팀의 운영방안을 고민하고 선수들과의 소통을 통해 좀 더 발전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하는 그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역할을 나누려고 하면 팀의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독이라는 권위 같은 것 내려놓고, 같이 뛰고 움직였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 야구가 좋습니다.” 그게 저를 움직이게 만드는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4월 15일 부산고와 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2학년 하지웅 선수.
사진은 4월 15일 부산고와 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2학년 하지웅 선수. 

글을 마치면서 박재현 감독님의 훌륭함을 부족하지만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첫째, 감독님은 진단부터가 훌륭했다. 구성원들에 대한 진단이 훌륭했다는 말씀이다. 학생들의 수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관심도 파악,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도록 만드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진단, 직접 프로선수나 코치 등을 접하도록 하여 희망부터 줘야한다는 진단 등 학생들의 내적 감동을 만들어내는 지도자였다. 또한 전체팀의 상황과 위치에 대한 진단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적은 숫자를 가지고 멀티플레이 역할을 하면서 연습하고 대회에 임하면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한 결정 등은 훌륭했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기다림과 여유, 하지만 방향성은 인식하게 지속적으로 다독거렸다고 한다. 제주고의 야구부에 적실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둘째, 감독님은 훌륭한 리더쉽의 소유자였다. 변환적 리더쉽의 소유자라고 하고싶다. 구성원들에게 배려를 많이하고, 자연스러운 지적 자극을 주어, 스스로 마음이 변하여 적극적 의지를 가지면서 따르도록 하는 리더쉽을 발휘했던 것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셋째, 감독 개인의 입신양명을 보수나 훌륭한 구단으로의 전출이 아니라 학생들과 팀을 훌륭하게 만들어 자아실현으로 연결하고자 했던 지도자였다. 에리히 프롬의 표현을 빌면 소유양식보다는 존재양식적 성격의 감독님이었던 것이다. 승리와 권위,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보다는 학생들이 야구에 관심을 가지고, 즐기고, 스스로와 제주고, 제주도내 학생으로서 자긍심을 가지도록 했다는 점에서 존재양식적 지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도자라고 해석하고 싶다. 그것이 곧 승리로 이어져 팀의 승리, 학교의 승리, 제주 야구의 자립정신을 확인하게 되었던 것이라 본다. 
  
박 감독님의 꿈인 “제주출신 선수들이 다시 돌아와 감독이 되어 제주의 야구를 키우는 제주 야구의 자립생태계”의 완성도 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제주고 교장 선생님, 이 기고 글을 같이 쓰신 제주고에서 학생들 지킴이 선생님으로 봉사하시는 김성훈 선생님, 그리고 제주고 모든 선생님들, 학부모님들,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에도 많은, 많은 축하와 감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글.사진=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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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창 2023-04-20 22:42:22 | 106.***.***.91
관심과 기대를 가지게 되네요. 고교야구의 강자로 성큼성큼 성장해 가는 제주고 야구부! 제주의 자부심이 되어주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