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회복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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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회복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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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71)제주 농업 미래

2020년 인류는 코로나19 위기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위기를 맞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이러한 변종 바이러스와 함께 지구 환경 변화로 도래될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색해야 되는 시대가 되었다. 20세기 후반 농업은 산업화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갑절로 증대되다.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 연료를 태워 공장에서 생산한 화학 비료와 화학 농약 덕분에 작물의 생산량은 크게 늘고 농촌의 노동은 눈에 띄게 줄었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옮아가면서 부가 축적되었다. 그 결과, 부유해진 이들도 있지만, 아직 전 세계에서 10억 명에 이르는 인구가 굶주림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현실은, 농업의 산업화가 농업의 바람직한 길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대자본을 기반으로 산업화된 농업을 운영하는 이들은 큰 수익을 내지만, 영세한 농민들은 힘겨운 노동과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식량을 생산하는 고유기능으로만 알려져 온 농업과 농촌의 새롭고 다양한 기능들에 대해 주목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농업은 식량 안보를 책임지는데서 나아가 지구온난화 방지와 환경ㆍ생태계 보전의 보루로서, 홍수를 방지하고 도시인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역할 등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이 새삼 부각시키지 않을 수 없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란 수입 농산물 개방에 맞서기 위해 식량안보를 강조하기 위한 논리로 연구가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 등에 대처하기 위한 환경 측면 등 다방면에서 점점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농업은 기후온난화 현상과 관련해 도심의 열섬을 줄이고 탄소배출거래 시스템을 통해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지속해야 할 산업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여기에다 국민소득이 증가할수록 농업의 어메니티 수요도 증가하기 때문에 농업이 경관 유지와 국민의 정서 함양, 휴양, 레크리에이션 등에 미치는 가치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기본은 국토 보존 기능이다.

비가 조금 많이 온다고 하는 나라라면 예외 없이 겪는문제가 토사유실문제이다. 이는 대한민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세계 수준급 강수량을 자랑하는 한국 특성상 토사유실량 또한 매우 많은 편에 속한다. 손해를 매꿀려고 간척사업이나 해양 내 유실 토사 재 운반 작업 같은 대규모 작업을 하자니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때 해답중 하나가 바로 농업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농업의 주력을 담당하고 있는 쌀의 경우, 쌀 재배를 위해 논을 경작하는데, 심어진 벼의 뿌리가 땅을 인근 지역까지 단단하게 잡아주어서 유실되는 토사가 적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이 는 밭농사 역시 예외는 아닌데, 밭에 심는 작물들의 뿌리가 땅을 쥐어 잡기 때문에 바람이나 강우 등에 의해 소실 되는 토사량을 현저하게 줄여준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핵심은 식량안보이다.

국민을 먹여살리는 농업의 기능은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다.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하기 위한 식량안보 기능은 해가 갈수록 더 강조되는 분위기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1996년 `로마 선언'에서 "모든 국가는 경제적, 정치적, 계절적 영향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국민의 식량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국의 농업 생산 증대, 적절한 재고 관리 및 국제무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농산물의 국제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광우병, 가금 인플루엔자, O157, 수입 농산물의 잔류농약 검출, 위장 원산지 표시 등 식품의 안전성을 저해하는 문제까지 발생해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은 최근 몇 해 풍작에다 소비 감소로 남아돌지만 아직도 전체곡물의 70%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수입처도 주로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의 곡물 자급률이 100%를 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는 아주 불안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지면적 감소, 식량자급률 저하, 국제 미곡시장 불안, 남북통일 대비, 빈곤층 급식지원 등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도처에 늘려있다. 이처럼 농업이 국민들의 식생활을 오래 전에 해결하고 다양한 혜택을 국민들에게 주고 있지만 농업과 농촌에 대한 도심 소비자들의 인식은 일천하기만 해 정부차원의 재조명 노력이 시급하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세번째는 지속가능한 환경유지이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논과 밭은 빗물을 받아 들이고 지하수로 보내는 과정에서 식수를 제공하거나 하천의 유량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며 경사지가 많은 토지에서는 토양유실을 줄이는데도 기여한다. 토양이 유실되면 토양에 포함돼 있던 비료 성분이 함께 사라져 땅이 척박해지고 하천 오염의 원인이 되는데 논은 밭에서 유실되는 흙을 받는 역할을 한다. 농업은 부영양화의 원인이 되는 질소와 인산, 유기물 등을 정화하는 `천연 정화조' 역할도 하고 있다. 물이 농경지에 머무는 사이 각종 영양분이 농작물에 흡수되거나 토양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오염 물질을 정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농작물은 광합성 작용을 통해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역할을 통해 대기를 깨끗하게 정화시킨다.

산업의 발달로 에너지 소비가 늘고 자동차 매연이 증가하는데 농업은 탄산가스를 흡수하며 산소를 방출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음식물 찌꺼기와 가축 분뇨를 퇴비로 만들어 처리하는 효과가 있으며 동ㆍ식물과 곤충류, 포유류 등 야생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기능은 천적을 확보하고 외래 병충해에 대한 완충역할 등 생물학적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도 점차 중요해져 세계 각국은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해 뛰어들고 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네번째는 전국민의 휴식공간이다.
최근 국민 소득이 향상되면서 주목받는 가치가 도시인들에게 휴식과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제공하고 도심 어린이들의 정서를 함양시키는 어메니티 기능이다. 어메니티(Amenity)는 '쾌적함', '기분 좋음'을 뜻하는 단어로 영국의 농촌 발전 과정에서 생겨난 용어다. 맑은 강이나 바다, 산 등 자연환경이 될 수도 있고 특산품이나 토속음식, 지방 고유의 축제나 문화도 농촌 어메니티에 포함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어린이들의 학습 효과를 높이는 등 정서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기능이 중요해지면서 농촌지역에 관광소득을 올려 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파트 베란다나 건물 옥상, 자투리 텃밭에 농작물을 재배하는 도시농업으로 도시인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이밖에 농업에서 유래된 민속 놀이와 춤, 전통 음악, 전설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농업은 농촌경관 유지효과를 비롯해 정서 함양 효과, 전통문화 보전 기능, 휴양 및 여가 제공 등 어메니티 가치를 갖고 있다.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농업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능에 주목하고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유럽 각국은 유럽연합(EU)라는 틀속에서 농업과 환경을 연계시키면서 농업이 경관유지 등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추세다. 농업 대국 프랑스는 농업이 경관을 보전하고 지역사회를 유지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함에따라 별도 법률을 제정하고 논두렁에 나무를 심는 농민 등에게 직불금을 주고 있다. 농민들에게 정원관리사처럼 국토관리 역할을 맡기면서 지원금을 주는 방식을 선택, 전체 국토를 유지 관리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도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농업이 지역의 경관을 유지하는 것과 직결돼 있다고 보고 친환경 농업이나 유기농업을 적극장려하고 있다.

일본은 10여년 전부터 산간지역이나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을 유지하는데 농업이 이바지함에 따라 조건불리 직불제 등 다양한 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농업을 환경과 연계시키는 유럽과 일본의 직불제는 최근 국내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농업이 곡물을 생산하는 본원적 기능 외에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에 관심을 두어야 할 시대가 되었다. 이제 농업도 '최대 생산'을 추구하던 것에서 다원적 기능을 고려한 '최적 생산'으로 개편돼야 한다. 이 시대 우리 농업이 직면한 현실과 위기를 깨닫고 근시안적 시장 가치만 추구하기보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바라보며 농업·농촌을 회복시켜야 한다.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 코너는?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이성돈 서부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농촌지도사 이성돈의 '제주농업의 뿌리를 찾아서'는 제주농업의 역사를 탐색적으로 고찰하면서 오늘의 제주농업 가치를 찾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기획 연재글은 △'선사시대의 제주의 농업'(10편)  △'역사시대의 제주의 농업'(24편) △'제주농업의 발자취들'(24편) △'제주농업의 푸른 미래'(9편) △'제주농업의 뿌리를 정리하고 나서' 편 순으로 이어질 예정입다.

제주대학교 농생명과학과 석사과정 수료했으며, 1995년 농촌진흥청 제주농업시험장 근무를 시작으로 해,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서부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센터, 제주농업기술원 등을 두루 거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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