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미의 사는 이야기](17) 텅 빈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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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의 사는 이야기](17) 텅 빈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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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책임지고 스스로 가겠다 한 지
두어 달이 지났을 뿐인
어느 날.

오도가도 할 수 없는 신세로 누워
빈 무늬로 하얗게만 보이는 높지도 않은
천장을 말똥말똥 올려다보면서

"하아..."
한숨 한 번에 지치고

"오늘은 왜 이러지"
나도 모르는 당혹감에 눈 한번 깜빡이고

"어제 너무 늦게 잤나?”
말도 안 되는 상상에 슬쩍 책임을 넘겨보고

부르르... 부르르...
열심히 제 몸 떨어대며 방바닥을 뒹굴어대는 전화기를 빤히 보면서
“어찌 또 넌, 거기 있냐?”
평소엔 머리맡에 잘만 있던 전화기에 눈 흘기며 타박도 했다.

‘딩동!~ 딩동!...’
열심히 울려대는 벨소리에도 천장만 말끔하게 보게 되는....
어느 날

“쉴게요...”
하고 한동안 살았다.
그리고 보름이 되어가는 동안에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벽에 찰싹 붙어 서서 달팽이마냥 움직일 정도는 되어간다.

눈이 쨍하게 아플 만큼 볕이 좋은 날.
10여분이 넘게 걸려 창밖에 쳐진 블라인드를 걷고 그동안 금식을 하다시피 한 속이 허해져도 쌉쌀하고 진한 커피가 애가 탈 만큼 그리워져서 다시 긴 시간을 들여 물을 끓이고 지독하게 진하게 타진 커피를 대접만한 컵에 찰랑거리게 담고 앉아 진이 빠진 표정으로 모락모락 올리는 김조차 쓴 내가 진동하는 커피 향에 취해 가다 문득 내색하지 못한 오열을 하고 만다.

장마철 논둑의 보가 투두둑, 하고 터져 내린 듯, 터져버린 설움은 의외로 수월하게 찝질한 눈물 속에 담겨 마냥 쏟아져 내린다.

무슨 벼슬이라도 하는 양, 나는 눈물이 터진 핑계 삼아 설움을 토해버렸다.

무엇이 그리 설울까
무엇이 그리도 아플까

사람과 가슴 한번 나누지 않은 빈 가슴인데
세상 안에 발 한번 밀고 상처 하나 받지 않은 가슴인데
닫힌 말간 유리창 안에서 더운 온기로만 살아온 나인데

무엇이 그리도 아파서
무엇이 그리도 버겁고
무엇이 그리도 설운 지.

아프다.
그리고 그 아픔이 버겁다
그래서 더 서러운

무엇이 아픈 걸까
무엇이 두려운 걸까

가슴을 나누는 것도
심장이 텅 비는 것도
내 어깨가 가벼운 것도
나를 뒤늦게 책임져야 하는 지금의 현실까지도

무엇하나 아프지 않은 게 없는
하루 스물 네 시간이
나른한 빛살로 다가와
생살을 뚫어 붉은 내를 이루며 흐른다

‘10년만 젊었으면...’
예순의 나이에 어머니는 저물어가는 늙은 하늘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었다.

굽은 허리와 굽은 다리로 여전히 생계를 진
칠순 어머니의 주름진 늙은 한숨

배를 가른 몸뚱이로
여전히 기름내 역한 운전대를 버리지 못하는
칠순 아버지의 기름내 배인 늙은 어깨

시간이 가는 게 두렵다던 어머니의 말.
이제 내 가슴이 두렵다

하늘이 올려다보기 힘들어지는 나이
다가오는 나이가 눈물처럼 짜게 느껴지는 시간

<강윤미 / 헤드라인제주 객원필진>

* 필자인 강윤미 님은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학년에 다니다 휴학 중입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 오가는, 그러나 항상 밝은 얼굴을 하는 강윤미 님의 모습은 아랏벌을 항상 훈훈하게 하였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번 학기에 휴학을 하게 돼, 아랏벌의 빈자리는 더욱 커 보이게 합니다.
그의 나이, 이제 마흔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늦깍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분입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강윤미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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