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광주와 제주4.3, 그리고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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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광주와 제주4.3, 그리고 민주화운동
  • 지병오 독자권익위원장 zivago@kbs.co.kr
  • 승인 2010.11.29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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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오의 미디어칼럼] 책자 <타는 목마름으로> 발간에 즈음해
▲ 지병오 상임논설위원 / 독자권익위원장

1980년 5월 한반도 남단 빛고을 광주.

전두환 신군부가 정권탈취를 위해 계획된 비상계엄선포와 함께,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을 상대로 무자비하게 감행한 특전사의 만행으로 그해 5월 광주는 피바다로 얼룩져야 했다.

수백명에서 수천명이라는 억울한 죽음마저 입밖에 낼 수 조차 없고, 숨죽이며 살아야했던 광주.

광 주정신은 끈질긴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한 국민적 힘의 원천으로 다시 일어서고야 말았다. 해마다 5월이 되면 광주의 봄은 자욱한 최루탄가스에 안개처럼 젖어있었고 사직공원의 향긋한 아카시아 향기는 마스크에 가려진채 향기는 없고 오직 매캐한 최루가스에 숨쉴 수 없는 고통의 시간들이었다. 그 뿐인가?

해마다 5월이 되면 망월묘역에 묻힌 민주영령들의 제사마저 지낼 수 없도록 전두환 5공정권은 유가족과 민주인사들을 전국의 산골 시골 어촌으로, 그리고 광주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지역으로 격리시켜 버리는 인간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만행도 저질렀다.

광주의 5월은 4월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누구 할것없이 의무처럼 피의 광장 5월 민주광장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모아졌다. 도청광장에서 유동 삼거리까지 수십만의 시민이 자연스럽게 집회를 갖는 일상화 되어서 민주주의를 논하고 5월만행을 규탄하던 곳이 바로 민주광장이었다.

도청앞 분수대를 향한 발걸음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의 밀고당기는 일과가 4월과 5월 전쟁처럼 벌어지곤 했다. 해마다 벌어지는 5월의 전투는 일상이 되어 버렸고 시민들은 당연히 산자의 몫으로 5월을 눈물과 함성으로 기렸다.

광주는 해마다 5월이 되면 거의 모든 상가들이 철시하다시피 상가문을 내려야 했고 너나 할 것 없이 의무처럼 금남로 도청광장으로 발길을 잡아야 했다.

한편으론 축제처럼 5월광주는 온 시민이 하나되는 해방공간이 되기도 했다. 결국 그런 5월광주의 끈질긴 투쟁은 전국에서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성지를 방문하듯 망월동 묘역을 찾았고 그들의 눈물과 뜨거운 가슴들이 하나하나 영글어서 1987년 6월의 민주항쟁을 이끌어 냈던 것이다.

1980년 광주에서 희생된 수많은 원통한 죽음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가져온 원천적 힘이 되었기에 그들의 죽음과 광주가 겪은 1980년대의 홍역같은 가열찬 투쟁은 이제 세계적 민주화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동남아시아의 빈국 미얀마에서 벌어진 민주화시위를 접하면서 1980년 광주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것은 무엇일까? 미얀마는 버마라는 국명으로 우리에겐 더 친근한 나라다. 아웅산사태라는 끔직한 사건이 연결되고, 그 사태의 주인공이 바로 전두환 대통령이다.

제5공화국을 피로 세운 전두환 대통령이 버마를 국빈방문하고 아웅산장군의 묘지를 참배하려다 폭발물이 터지면서 제5공화국의 주요각료들이 희생당하는 사고가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버마는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이후 국명을 미얀마로 바꾸었지만 군부철권국가로 아시아의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미얀마의 민주화시위가 불교국가인 승려들이 주도하고 있다는데, 아웅산수치 여사의 민주화운동이 성공하기를 바라면서 광주의 5월과 전두환군부, 그리고 미얀마가 연결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언젠가는 그들도 민주화된 나라에서 잘살아야 할텐데....

4.3 사건의 암울한 기억이 곳곳에 남아있는 제주에서 민주화의 물결이 굽이쳐 흐른 역사적 기록을 정리한 윤철수 저자의 <제주민주화운동사-타는 목마름으로>는 단연 돋보이는 특별기획으로 평가된다. 제주민주화운동의 실체와 주역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제주에서 전개된 민주화운동은 4.3이후 제주인에게 다시한번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하는 소중한 자긍심의 일으켜세운 일이다.

4.3과 5월광주는 대한민국 방방곡곡 도처에서 이름없는 사람들이 오로지 순수라는 열정과 인간답게라는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희생위에서 건져낸 값진 의미가 아니겠는가?

아직도 군부독재에 허덕이는 세계 여러나라들, 가난과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 민주화는 곧 인간답게 사는 길임을 알게 하는 일이 민주화운동의 주역들이 지금 해야 할 남은 일이 아닐까.

<지병오  헤드라인제주 독자권익위원장>

*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지병오 상임논설위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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