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당장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공항 건설은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보물을 우리 스스로 파괴하는 잘못된 행위"라며 "인간중심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사회와 자연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 세계관을 품고, '발전'이라는 무의식적 굴레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강 주교는 10일 제주교구 신자들에게 발표한 '2018 교구장 사목교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사목교서란 주교가 자신이 담당하는 교구 내 신자와 사제 등에 교리.신앙.전례 등에 관해 전하는 공식 문서다.
강 주교는 "하느님께서 제주를 준비하시는 데 걸린 기간이 백만년도 훨씬 넘는 긴 세월이었다"면서 "그런데 최근 불과 몇년 사이에 제주도로 이주하는 인구가 급증해 역사상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생태계 전체의 심각한 변화가 이 섬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심각한 변화'의 예로 비료.농약.축산폐수.생활하수 등으로 인한 지하수 수질 악화, 주민 10가구 중 4가구가 무주택, 차량 보유대수 전국 1위, 과도한 교통량으로 인해 인구 100만 미만 도시 중 유일하게 대중교통 전용차로제 시행, 쓰레기 매립장 포화로 쓰레기를 외국으로 반출하는 상황, 오폐수 방류로 제주인근 바다의 황폐화 등을 꼽았다.
강 주교는 "우리는 제주도라는 몸의 내장이 도저히 소화하지 못할 과도한 물량을 쏟아부어, 지금 모든 장기가 파열되기 직전의 위기 상황에 이르게 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은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당장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또 하나의 대규모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2공항 건설로 인해 제주도의 수용능력 과부화를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인간중심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사회와 자연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 세계관을 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우리를 절대적으로 지배해 온 '발전'이라는 무의식적 굴레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금까지 조건없이 항상 최우선해온 기계론적 '발전'은 결코 인류 문명의 절대적 명제가 아니"리며 "환경을 악화되고, 인간 삶의 질이 추락하고 자원을 고갈시키는 발전은 참된 발전이 아닌 몰락"이라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생산과 소비의 속도를 줄이면 다른 형태의 진보와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프란치스코 교종(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 좀 더 검소한 생활을 실천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베네딕토 16세 교종의 2010년 세계평화의 날 담화를 인용하며 "우리 자신의 생활양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가 생활양식을 바꾸고 소비를 조절하면 기업은 현명한 소비자들의 연대로 압력을 받고 생산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찬미받으소서' 회칙을 언급하며 "우리가 연대하며 함께 힘을 결집하면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주교는 "제주의 '조냥정신'을 살려내야 한다. '난방을 하는 대신 옷을 더 껴입고, 플라스틱이나 종이의 사용을 삼가고, 물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먹을 만큼만 요리하고, 생명체를 사랑으로 돌보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승용차 함께 타기를 실천하고 나무를 심고, 불필요한 전등을 끄는('찬미받으소서'211) 등의 행동을 공동 운동으로 펼쳐나가면 우리는 제주를 살리고 지구를 살릴 수 있다"며 환경 보호에 자발적으로 앞장 설 것을 거듭 당부했다.<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