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미의 사는 이야기] (7)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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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의 사는 이야기] (7)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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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번씩 뭔가를 하기로 방학 시작하는 날 굳은 결심을 했었다.
그리고 방학이 절반도 훌쩍 지나 이제 며칠 지나면 2학기 등록을 해야 할 때가 정말 내 이마 끝에 닿을 만큼 가깝게 다가와 앉은 어느 날....
 
하늘이 내려앉을 듯한, 천둥과 번개를 친구삼아 하루가 멀게 쏟아지는 비를 말똥거리며 마실 나간 어른처럼 뒷짐 지고 앉아 구경만 하던 나.
문득 비를 보며 앉아 나를 뒤적뒤적 찾아보고, 털어내어 노란 장판위에 널어놓고 보니....

먼지만 보얗게 앉아 게을렀던 내 방학동안의 시간들이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 해질녘,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후다닥, 자리를 떨고 일어나 집으로 달려 가버린 뒤에 제할 일없이 버려진 불쌍한 장난감들처럼 부서진 체, 나를 잔뜩 노려보고 있는 듯하다.

미안...
나는 손 내밀어 내 심장에 소흘하게 책 한권 못 읽는 걸 사과한다.
어릴 적, 책을 방 가득 쌓아두고 그 안에 앉아 책만 보고 싶던 치기를 가끔은 지금도 누리고 싶은 철딱서니 없는 떼를 부리고 싶으니...

미안...
나는 시덥지 않은 공부를 핑계 삼아 안부한번 준 적 없는 친구들에 대한 홀대를 사과한다.
그리움에도 불구하고 다가가지 못하는 내 어눌함이 나를 혼자되게 함으로....

미안....
나를 챙기며 살겠다 결심하면서도 여전히 나를 챙기지 못하는 내 무능함에 사과한다.
늘 나를 챙기기 위해 발악하듯 살지만 사실 내 속마음과 행동은 서로 등을 맞댄 채 어눌하게 걸어가는 낡은 지게를 진 농부의 지친 발걸음처럼 고집스러우니...

미안....
하늘이 맑은 날에도 울증과 조증을 앓게 되는 내 나약한 심성에 사과했다.
아스피린을 하루에 한 알씩 복용하면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확신처럼 내 나약함을 곧추세워 버텨줄 믿음 하나 얻을 수 있었으면...

가문 여름....
늘 푸른 상록수처럼 골프장 잔디가 푸르르는 동안, 한 모금의 시원한 물 대신 당신의 집질한 소금 땀 절인 이마를 훔쳐가며 땡볕을 머리에 이고 하루를 사는 내 어머니에게

“사랑합니다.”

돈 한 푼 안 드는 말조차

아끼는 나는...

▲ 강윤미 객원필진



내가

참....

밉습니다....

<강윤미 / 헤드라인제주 객원필진>

* 필자인 강윤미 님은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학년에 다니다 휴학 중입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 오가는, 그러나 항상 밝은 얼굴을 하는 강윤미 님의 모습은 아랏벌을 항상 훈훈하게 하였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번 학기에 휴학을 하게 돼, 아랏벌의 빈자리는 더욱 커 보이게 합니다.
그의 나이, 이제 마흔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늦깍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분입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강윤미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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