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 부르짖더니...원칙 저버린 '비정상' 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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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의 정상화" 부르짖더니...원칙 저버린 '비정상' 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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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동아시아문화도시 보조금과 원희룡 도정의 항변
자부담 적시 안해도, 입금 안해도 "통과!"...왜 그랬을까?
'자격없는 단체'를 선정해 국제 문화교류행사를 치르게 해 감사위원회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듯한 항변을 쏟아내 의구심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문제의 사업은 2015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016년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됨에 따라 개최한 '2016 한.중.일 3국 동아시아문화도시 간 문화교류사업'.

이 사업은 지난해 2월26일자로 이뤄진 제주특별자치도의 보조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부터 의혹이 불거졌다.

감사위원회가 25일 공개한 감사결과에서 지적한 내용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보조사업자 선정에서 '자격 미달'인 단체를 적격단체로 선정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총 14억2000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됐는데도 보조금심의위원회 심의 때 해당단체에서 제시한 '3억7211만원'의 자부담 금액이 전혀 없었던 문제이다.

◆ 이상한 공모심사...'자격미달' 단체 선정, 왜?

선정 단체의 적격성 문제는 이미 제기됐던 논란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당시 공고문에는 보조사업 공모대상으로 '제주도내 사무소(제주지부 포함)을 둔 문화.예술 관련 비영리법인이나 단체'로 한정했다. 즉,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단체나 법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공고문의 구체적 신청자격 및 조건에서도 △공익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며, 제주도내 사무소(제주지부 포함)가 등록되어 있는 문화.예술 관련 비영리법인 및 단체 △국내.외 관련분야 1년 이상 활동 실적이 있을 것 등 2가지 사항을 명시했다.

공고문에서는 분명 제주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 중 1년 이상의 활동실적을 가진 단체로 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3개 업체가 응모한 공모심사에서는 공모시점에 급조한 H재단 제주지부가 선정됐다.

감사위는 이 단체가 별도의 법인격이 없어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될 수 없는데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지부장의 명의로 신청한 서류를 보완하도록 하거나 반려 조치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공모심사위원회를 열었던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단체가 사업자 공모가 이뤄지기 직전인 2월17일 법원에 제주지부 등기를 했고, 이미 공모 공고일이 지난 시점인 3월3일에야 제주세무서에 비영리법인 사업자 등록을 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공고일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는 '자격 미달'이었다는 것이다.

감사에서는 또 3월23일 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 H재단 제주지부의 경우 사업수행능력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부결됐다가, 다시 4월14일 재심의를 통해 보조사업자로 선정하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때문에 특정단체 밀어주기 내지 특혜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제주도정이 왜 그토록 이 단체를 지원하려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감사위는 이러한 선정결과로 인해 자격의 적정성 및 사업수행 능력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등 사업추진에 적정을 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보조금 지원액 '오락가락'...자부담 3억7211만원 없어도 '퉁'

감사에서 두번째로 확인된 문제는 보조금 예산지원 및 집행과정에서 제주도정의 허술함이 여지없이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 단체가 추진한 여러 문화행사 중 한 행사의 경우 사업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도 않아 보조사업비의 적정성을 확인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제주자치도는 지난해 6월23일 제5차 보조금으로 5000만원을 교부했는가 하면, 9월12일 해당 행사의 계획이 구체화됐다는 이유로 보조금을 7000만원으로 변경해 승인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다른 행사의 경우 최초 3억9000만원을 교부키로 결정했다가, 9월29일 집행계획이 구체화됐다는 이유로 2억94500만원으로 감액 변경해 승인하는 등 보조금 교부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완전히 상실된 채 주먹구구식 행태를 보였다.

더욱 큰 문제는 이 단체가 보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을 당시 제시했던 자부담은 전혀 투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조금 지원신청 다시 총사업비를 '17억9199만원'으로 편성하고, 이중 '14억1988만원'은 보조금으로, 21%에 해당하는 '3억7211만원'은 자부담을 하겠다고 명시했으나 실제적으로 자부담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1차 보조금 교부신청 시에만 자부담을 252만원 부담한다고 표시하고 나머지 제2차부터 제7차 보조금 교부 신청시에는 자부담을 하는 내용 자체가 표시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정은 현재까지도 보조사업자가 자부담 금액 3억7211만원을 집행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이행하도록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사실도 밝혀졌다.

이에따라 감사위는 제주도정으로 하여금 자부담 3억7211만원을 회수하도록 하는 처분을 요구했다. 물의를 일으킨 해당 국장과 과장 등 4명의 공무원에 대해서는 '훈계' 처분을 요구했다.

예산 회계질서를 문란시키고, 보조금 집행의 원칙을 어긴 책임 공무원에게 '훈계' 처분은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 제주도정의 황당한 항변...정말, 공무원도 보조금 규정 모르나?

문제는 이 감사결과가 나온 직후 제주도정의 항변이다.

제주도정의 항변 요지는 H재단 제주지부에서 부담키로 한 자부담 3억7211만원은 감사결과보고서에서는 언급이 없었으나 실제적으로 모두 집행된 것이므로 회수 조치를 안하겠다는 것이다.

보조금 교부신청 당시 자부담액을 기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신청할 때 기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서면과 전자시스템에 보조금 신청서식에 버젓이 '총사업비'와 '보조금', '자부담' 기재란이 있었는데도 6차례 누락된 것 모두 단순 실수라는 것이다.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 행정처리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서 사안을 극히 단순화시켰다. 공교롭게도 제주도청 공직자의 '항변'이 있던 시점, H재단 제주지부에서도 비슷한 해명입장을 전해왔다.  

도대체 무슨 해명인지 헷갈림만 더하게 했다.

'자부담'을 실제 부담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제주도정은 H재단 제주지부가 보조금 신청을 할 때, 보조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을 때 명기했던 것처럼 각 행사 보조금 교부신청 당시 자부담액을 명기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했다. 왜 기재되지 않은채 보조금이 교부됐는지에 대해서는 '단순한 행정처리의 미흡'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부담은 실제 집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조금 통장에는 자부담 금액이 입금되지 않았지만 별도의 자부담 통장이 있었던 점을 들었다. 이를 감사위에 제출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제주도정의 주장은 결론적으로 H재단 제주지부가 보조금을 교부받을 때 자부담액을 별도 명시하지 않았으나, 보조금 통장 외에 다른 통장을 통해 자부담 금액에 상응하는 돈을 집행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 다른 단체가 '자부담' 명기 안하고, 통장 입금 안했다면?

제주도정의 이러한 해명은 오히려 불신을 더욱 크게 했다.

이는 민간보조금 집행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단체를 압박해 온 보조금 지원 원칙 및 기준을 일순간에 무위로 돌려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행사와 관련해 민간단체 보조금이 지원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차가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보조금심의위원회에 제출해 심의를 받은 자부담 금액이 보조율에 따라 반드시 명시돼야 한다는 점이다.

자부담 금액을 제대로 적시하지 않을 경우 보통 일반적 단체의 경우 교부신청 절차를 밟지도 못한채 담당공무원으로부터 '퇴짜'를 맞기 일쑤다. 보조사업자가 이를 모를리 없다. 7회에 걸쳐 보조금 신청을 하면서 3어원이나 되는 큰 돈을 자체 부담하면서 도청 보조금 시스템에는 기록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것도 보조금 통장이 아닌 자체 통장에 넣어둔채로 집행했다니 더욱 그렇다.

또한 자부담 금액을 적시했다고 하더라도, 제주도청으로부터 사업보조금을 교부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해당사업의 보조금 통장을 개설하고, 그 통장 내에 자부담금액을 입금시켰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게 안하면 교부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도청 국장 정도라면 누구보다 이 정도 상식은 있을 터이다.

그런데도 자부담 금액을 명시하지 않았는데도 보조금 교부 내부 결재가 났고, 보조금 통장 내에 자부담 금액이 입금되지 않았는데도 수억원의 보조금이 교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도청 공무원은 H재단 제주지부로 하여금 자부담의 경우 보조금 교부신청 때는 별도 기재할 필요가 없고, 모든 사업이 끝난 후 최종 정산할 때 한꺼번에 정산해도 된다고 설명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무원이 잘못된 절차를 안내하면서 빚어진 실수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후 과정으로 인해, '특혜' 의혹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감사위 조사결과가 발표된 후 항변을 늘어놓은 제주도청 담당부서는 민간보조금 업무를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일까. 왜 자꾸 엉뚱한 해명으로 일관하는 것일까. 

문화행사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수많은 민간단체 보조금이 지원돼 온 터인데, 보조금 지원 및 집행의 원칙을 정말 몰랐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그런 해명을 내놓는 사람들이 정말 보조금관리기준을 입안한 공무원이 맞는지도 의심스럽다.

◆ 어떤 입김 작용했기에, 그토록?

제주도정에 묻고 싶다.

다른 단체의 민간보조금 또한 보조금심의위 결정과 다르게 자부담 금액을 명시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통과시켜줄 생각인가. 또한 앞으로 자부담 금액을 보조금 통장이 아닌 해당단체의 일반통장에 입금해 사용했다면 그것 또한 모두 인정해 주겠다는 것인가.

잘못된 행정행위에 대해 반성하기는 커녕 해괴한 논리로 대응하는 도정의 작태가 참으로 한심스럽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 출범 초기에 그토록 부르짖었던 "비정상의 정상화"의 외침이 공허하게 다가온다.

제주시의 쓰레기 줄이기 행사를 하겠다며 수억원의 돈을 열린음악회에 지원해주며 정산서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한 일로 큰 구설수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자부담에 대한 원칙까지 스스로 폐기시키고 있다. 심지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보조금심의위원회까지 들러리로 전락시키고 있다.

그런 행정을 누가 믿고 따르겠나.

동아시아문화재단 보조금 사업 문제, 그리고 지난해 쓰레기 감량 열린음악회 거액 지원 논란, 일련의 보조금 집행과정에서 어떤 중요 인사의 입김이 작용하여 닥달했기에 공무원들이 '원칙' 마저 망각하게 됐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이 두가지 행사의 보조금 집행사례를 '잣대'로 삼아도 될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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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태평 2017-01-27 00:03:36 | 1.***.***.14
정말이지국민의세금을가지고정책을추진하면서낭비일색으로공무원의잘못된업무처리는당연히징계를하는것이당연하며검찰에고발을하여사실대로조사를해서현재의잘못된업무로민간보조금은전액회수하여되돌려놓아야하는것이현명한방법일것이다.아무리신문의기사를잃어보아도이것은업자들위한담당공무원의직무유기라고할수있다.몇억이라는세금을낭비하고도책임을회피하고있는담당공무원에게면제부를준다면다음에는더큰세금을낭비하는공무원이생길것이라고본다.제주도에서감사를하였다면업무를담당한부서의책임자와실무자에대하여징계및처벌을하여야할것이다.
현재최순실및대통령의문제로시끄러운데아무리민간보조금을함부로집행한것은공무원으로서는엄한처벌을받아야한다고보며바능도둑이소도둑이된다는옛말이있듯이제주도의발전을위해서라도도민을중심으로민간보조금을사용하여야한고보며잘못된행정은고쳐야한다.

무개념 행정 2017-01-25 19:51:20 | 59.***.***.124
도청 국장님 공무원님들
앞으로 민간보조금 하면서 이것저것 요구하지 말고 그냥 퍼주세요
현 도정 임기때까지는 정산서 제출도 생략해주고 자부담도 받지 마세요. 감사에서 걸리면 업자 방패막이 되어 주시고요
그래야 세상이 공평해질것 같습니다. 좋은 사례 잘 보았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비선실세 2017-01-25 19:03:40 | 39.***.***.252
온 나라가 최ㅜ여사 비선실세 논란으로 시끄러운데 이곳 제주에도 비선실세가 판치는모양이군요 .감사윈 제식구 감싸기나 솜방망치 처분으로 논란을 자초하고 행정은 갈지자 잣대를 휘두르니 이래저래 돈 없고 백없는 서민만 불쌍해지는 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