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게 쏟아낸 신랄한 비평..."한국 언론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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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에게 쏟아낸 신랄한 비평..."한국 언론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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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인터넷기자협회,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 초청강연
"대기업에 예속된 언론 구조"...'지역밀착형 기사' 제시

언론비평 전문 인터넷신문인 미디어오늘 신학림 대표가 제주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라가 휘청거릴 위기에 놓인 것은 한국의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회장 홍석준)는 28일 오후 5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급변하는 언론 환경과 지역 인터넷신문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신학림 대표 초청강연회를 개최했다.

1984년 한국일보사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신 대표는 1993년 한국일보사 노동조합위원장, 2000년 코리아타임스 기획실장, 2003년 코리아타임스 편집국장,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내면서 겪어 온 경험과 현 언론환경의 실태를 가감없이 끄집어냈다.

이날 특강은 참석자들이 언론환경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면 신 대표가 답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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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헤드라인제주
◇ "대기업에 예속된 구조...한국 언론 죽은지 오래"

먼저 신 대표는 현 언론사의 수익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언론의 경영구조가 나날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질문에 신 대표는 "우리가 15~20년 전의 신문에는 구인광고나 '사람을 찾습니다' 등 작은 박스의 광고가 조그맣게 모인 지면이 있었다. 그 지면이 신문에서 몇 개 면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회사 광고수입의 안정성 여부가 결정되고는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신 대표는 "그런데 어느날 유료신문이 나와서 그 조그만 광고를 다 사버렸고, 기존 언론사는 큰 기업광고, 이미지 광고에 쏠려있다. 상품광고도 거의 다 사라지고 남아있는 분야는 휴대폰 등 전자.IT기기 광고, 아파트.상가 분양 광고, 자동차 광고 정도만 남았다"며 "주요 광고들이 모두 재벌기업들과 관여된 것으로 대한민국 언론이 전부 광고주의 손에 넘어간 것이나 다름 없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전에 모 언론이 삼성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자 삼성측이 해당 신문에 몇년 간 아예 광고를 주지 않았다. 이 기간 중 사원들은 상여금을 받지 못하거나 체불, 삭감되고는 했다"며 "이제 해당 언론이 삼성을 비판하는 기사를 거의 쓰지 않는다. 기자들도 삼성에서 광고를 안 주는 순간, 상여금을 깎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 검열을 한다"고 꼬집었다.

신 대표는 "광고가 아닌 협찬 형식으로도 지원이 되고, 광고주의 광고를 기사형식으로 기사처럼 내보내는 일들도 보편화 돼있다. 심지어는 정부부처가 기사체로 자료를 내면 돈을 받고 기사처럼 보도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 대표는 "제 양심을 걸고 이야기하면 서울에 있는 언론은 다 죽었다. 세월호 사건을 제대로 보도 않아 기레기 소리 듣는 게 문제가 아니고, 총체적으로 언론은 진작에 죽어있었다"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진보냐 보수냐로 굳이 언론을 나누는 것도 의미가 없다. 진영논리 할 것 없이 언론사 자체가 광고주에게 예속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경제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도 계속해서 보도가 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최근 조선사업이 굉장한 불황을 겪고 잇는데, 어느새 나라가 흔들릴 정도로, 수습이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며 "기업이 구조적인 부실이 있었음에도 부실기업을 진작에 정리하지 않고 끌고 온 정권에 의해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문제를 짚었다.

신 대표는 "부실기업은 그때그때 정리해야 했느데, 지금은 부실 덩어리가 커져서 나라가 휘청거릴 상태에 와 있다. 이게 여기까지 올 때까지 정부만 책임이 있겠나.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신 대표는 "대한민국 언론은 죽은지 상당히 오래됐다.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한 것은 언론이 오로지 자기가 먹고 사는 문제에만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온갖 언론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고 있다. 염치도 없고, 양심에 눈감은 상태에 있다는 것"이라고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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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헤드라인제주
◇ "독립언론으로서의 길...'지역밀착형 기사'에 있다"

그렇다면 독립언론으로서의 길은 불가능한 것인지 묻는 질문에 신 대표는 '경남도민일보'의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 대표는 경남도민일보에 대해 "현재 전국적으로도 신문부수가 늘어나는 유일한 일간지"라고 소개하며 "광고주 협박해서 광고도 받지 않고, 도청에서 광고도 주지 않지만 먹고 산다. 양심을 지키면서 언론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신 대표는 경남도민일보 성공의 키워드는 '지역밀착형 기사'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치기사를 1면에 쓰고, 마치 우리 일생생활하고 관계가 멀어보이는 이런 추상적인 기사를 쓰기 보다 마산지역에서, 경남지역에서 일어나는 미담, 아름다운 스토리, 감동적인 스토리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주민 생활 밀착형 기사는 (생활 속에)들어가 보면 나온다. 기존의 방식대로 앵벌이식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발상을 바꿔야 한다"고 충고했다.

제주 사례에 대해서도 신 대표는 "제주도가 갖고 있는 뛰어난 환경들이 있는데, 이 같은 정보를 각 언론이 머리를 맞대 포털식으로 협력하는 방안도 좋을 것이다. 당장은 돈이 안될지라도 언론 기능에 충실해 보자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 헛다리 짚은 4.13총선..."민의 못 읽고 언론이 따로 놀았기 때문"

정치 평론가들은 물론 대다수의 언론들도 헛다리를 짚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언론이 민의를 읽지 못하고 따로 놀아온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평했다.

신 대표는 "우리나라 언론이 총선은 단 한번도 제대로 맞춘 적이 없다. 왜 이번에 역할을 못했냐면 언론이 따로 놀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민생이 도탄에 빠져 있는데 10%의 국민들은 쓸 돈이 많아 국내에서 쓰라고 하니까 눈치보여서 동남아 같은 곳에 가고, 나머지 90%의 사람들은 쓸 돈이 없어 점점 경기가 침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국가부채 얼마 없었는데 지금은 몇백조원이 됐다. 이명박 정권 동안 법인세 등 기업에 1년에 40조씩 거의 200조원을 깎아줬다. 나라살림을 거덜내놓고 민생이 파탄난 것"이라며 "그런데, 언론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국민들을 본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 싸우는 것만 비추고 있었다"고 했다.

신 대표는 "저도 후배기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곤 했다. 선거든 아니든 정치인의 행보를 추측하거나 예측하거나 보도할때 언론이 뒤통수를 맞는다 이유가 있다. 언론이나 기자들이 정치인의 입만 보고 입에서 나온 것만 기사를 썼기 때문이다. 몸의 방향을 봐야 하는데 입만 보고 기사를 쓰니 말을 뒤집으면 거짓말 기사가 된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언론은 일종의 견제 기능, 오염된 물이 있으면 정화작용을 해야 하는데, 그 기능을 상실했다. 경영 관점에서 보면 광고주에 예속돼 있는거고, 정치적으로 보면 새누리당에 편향돼 있는거다. 이런 상태니 표를 가진 유권자의 마음은 쳐다보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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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린 신학림 미디어오늘 대표 초청강연회ⓒ헤드라인제주
◇ "진짜 언론 시민들에게 넘어가"...1인 미디어 활성화 관측

또 신 대표는 가까운 미래의 언론 환경은 '1인 미디어'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후 언론의 형태가 어떻게 변할지 묻는 질문에 "종이신문 없이질 것으로 예측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2025년쯤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결과가 있는데, 저는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왜냐하면 기업과 관공서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신문을 안 보면 눈치보이니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대표는 "그러나 진짜 언론은 이미 시민들에게 넘어가 있다. 파워블로거나 팟캐스트 등 다 언론인이지 않나. 최근의 미디어 특징은 딱딱한 것 뿐만 아니라 부드럽고 재미있게 가공해야 관심을 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1인 언론이든 기자든 시민기자든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언론인이든 다 언론인이다. 학생들은 동네에 가서 마을신문 만들면 그건 언론이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그 언론이 컨텐츠.메시지를 제공하는 데 있어 얼마나 깊이 있는 내용을 전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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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2016-04-29 10:41:42 | 27.***.***.247
철저한 자기반성이네요.

기자들중에 이 분처럼 철학을 갖고 기사를 써야 하는데.

펜이 권력이 되고 밥줄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스마일 2016-04-29 06:58:11 | 27.***.***.5
기사를 읽다보니 오타가 눈에 띄네요..
'기레기 소리 듣는 게 문제가 아니고' 라는 기사에서 '기래기 - 쓰레기' 아닌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