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호흡 부부의 30년 '떡 맛집'...문전성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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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떡호흡 부부의 30년 '떡 맛집'...문전성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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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동문시장 '오복떡집' 이성언.김규영 씨 부부
관광객 입소문 문전성시..."좋은 재료로 맛있게, 그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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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대목을 앞둔 5일 새벽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내 '오복떡집'. ⓒ오미란 기자
"치~익, 칙"

설 명절을 코앞에 둔 5일 새벽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어슴푸레한 시장 골목 안쪽 작은 떡집에 오롯이 불이 켜졌다. 부산스럽진 않았지만 직원들은 일찍이 밀려든 주문에 바싹 몸이 단 모양새. 어느덧 뿌옇게 피어난 김이 떡집 안을 가득 채웠고, 수증기 사이로 고소한 팥 내음이 흘러 퍼졌다. 곧이어 오메기떡이 손에서 손으로 옮겨졌다.

지난 30년 간 같은 자리에서 동문시장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오복떡집'은 이날도 여느 때와 같이 분주했다. '오복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성언(65), 김규영(59.여) 씨 부부는 떡을 굴리는 능숙한 손놀림과 함께 슬쩍 웃어 보일 뿐이었다.

전라도 출신으로 서울에서 제주로 정착 후 줄곧 '떡집' 외길 걷고 있는 이들 부부는 요즘도 매일 떡 만드는 행복에 취해 산다. 초창기에는 올망졸망 예쁜 색떡을 파는 '서울떡집'으로 통했지만, 요즘에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제주도 오메기떡 맛집'으로 통한다. 그렇게 매일 문전성시였다.

서로를 '떡돌이', '떡순이'라 부르던 이들 부부는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떡 하나라도 더 주고픈 마음"을 비결 아닌 비결로 꼽았다. "미련하게 살다 보니 오히려 일이 잘 되더라"던 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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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대목을 앞둔 5일 새벽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내 '오복떡집'. ⓒ오미란 기자
이성언.김규영 씨 부부는 같은 전라도 출신이지만 서울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당시 이성언 씨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가업으로 '할머니떡집'을 운영하는 '떡돌이'었고, 이에 김규영 씨도 결혼과 함께 자연스럽게 '떡순이'가 됐다.

결혼 후 3년 뒤에는 새 보금자리를 찾아 나섰다. 이들이 선택한 곳은 제주시 동문시장 내 작은 점포. 일가친척 하나 없이 다섯 살배기 딸내미와 생후 3개월 된 갓난아기를 안고 혈혈단신 제주를 찾은 이들은 제주에서 딱 10년만 살기로 하고, 어렵사리 동문시장에서 '오복떡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했던 것이 벌써 30년이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하던 그대로 바람떡, 꿀송편, 꽃떡, 약밥, 증편 등 갖가지 떡을 내놓았다. 당시 동문시장에는 방앗간 한두 개가 전부였는데, 이 가운데 '오복떡집'은 서울에서 가져 온 예쁜 색떡을 파는 '서울떡집'으로 불리면서 크게 인기를 모았다.

대부분의 떡종류를 섭렵한 이들 부부였지만, 이들에게도 제주 전통 떡인 '오메기떡'은 생소했다. 그래도 종종 손님들이 찾았던 탓에 어깨너머로 배워 오메기떡을 조금씩 팔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1~2년 전 매스컴을 통해 오메기떡이 소개되면서 가게 문을 열기도 전에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제는 새벽 6시에 가게에 나와 꼬박 오후 4시까지 오메기떡을 만들고, 이후 오메기떡 포장.판매를 반복하다 밤 9시가 돼야 정리가 될 정도. 종전에도 바빴지만, 요즘에는 전국에서 밀려드는 주문에 아들, 딸부터 사위까지 가족 모두가 나서 떡집 일을 보고 있다.

제주도민이 사랑한 '서울떡집'에서부터 전국민이 찾는 '오메기떡 맛집'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오복떡집은 동문시장에서 30년 터줏대감의 역할을 톡톡히 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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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대목을 앞둔 5일 새벽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내 '오복떡집'. 김규영 씨가 시루떡을 만들고 있다. ⓒ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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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대목을 앞둔 5일 새벽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내 '오복떡집'. 이성언 씨가 오메기떡을 만들고 있다. ⓒ오미란 기자
관광객 손님이 많아진 요즘이지만 30년 세월 켜켜이 쌓인 정이 어디 갈까.

오복떡집 돌떡을 받았던 아기가 어느덧 청년이 돼서 아기 돌떡을 맞추러 오기도 하고, 동네 꼬마 녀석들이 장가를 가거나, 가게를 낸다며 찾아오기도 하고. '오복떡집에서 떡을 해 가면 뭐든 잘 풀린다'는 단골들이 올 때면 때론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했다.

김규영 씨는 "30년 동안 한 번쯤 굴곡이 있을 법도 한데, 많은 분들이 오복떡집을 찾아주셔서 참 감사한 마음"이라며, "저희들도 큰 욕심 없이 그저 좋은 재료로 맛있는 떡을 만들고 싶은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복떡집은 30년 성업에도 불구하고 가게 확장 없이 처음 가게를 열 때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김규영 씨는 "위를 쳐다 보면 끝이 없다. 지금의 삶에 항상 만족하고 있다. 나이가 든 지금도 열심히 일할 수 있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만도 행복하다"고 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 이들 부부는 "베풀 때"라고 답했다. "내 것만 품었으면 빌딩을 샀을 거야"라고 농을 던지면서도 "어렸을 때 참 어렵게 살았다. 그래서 그 어려운 심정을 더 잘 안다. 이제 나눌 수 있는 입장이 됐다는 데 늘 감사하다"고 전했다.

"나이가 든 만큼 몸을 잘 다스리려고 해요. 그런데 요즘 기다리다 가는 손님들이 영 마음에 걸려서... 쉬면서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네(웃음). 앞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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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대목을 앞둔 5일 새벽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내 '오복떡집'. ⓒ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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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대목을 앞둔 5일 새벽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내 '오복떡집'. ⓒ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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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대목을 앞둔 5일 새벽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내 '오복떡집'. ⓒ오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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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2016-02-07 12:15:41 | 218.***.***.10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오메기떡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