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신화' 취업러시 제주여상, "숨은 비결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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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신화' 취업러시 제주여상, "숨은 비결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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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고졸신화 길을 찾다] (2) 제주여상 '금융영재반'
공기업 등 잇따른 취업성공 '화제'...이 학교, 비밀병기는?

[기획] 특성화고 청소년 드림 프로젝트, "고졸신화 길을 찾다"
(2) '특별한 꿈' 우리학교 이색학과 - 제주여상 금융영재반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정문을 들어서니 내건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플래카드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학을 졸업해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대기업, 공공기관, 금융기관들의 이름이 줄줄이. 취업명문 특성화고임을 자랑하듯 학생들의 연이은 공채 합격 소식이 학교 정문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요즘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던가. 그러나 제주여상에게는 조금 별 다른 이야기인 듯한 인상이다. 한국은행에서부터 한국전력, 공무원연금공단, 삼성증권, NH농협은행 등에 이어 면세점, 항공사, 호텔에 이르기까지. 요즘 제주여상은 취업 러시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금융영재반'이라는 '비밀병기'가 있다. 금융영재반은 금융계에 취업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학생들의 집합소로 볼 수 있다.

제주도 유일의 여자 특성화고인 제주여상은 공공기관과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데 교육역량을 집중하면서, 이의 일환으로 학과 관련 동아리인 금융영재반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교육과정과 함께 전문적이고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이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전경.<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 금융영재반 학생들, 학습 프로그램은?

금융영재반 학생들은 1시간 일찍 등교하고, 1시간 늦게 하교한다. 회계.금융 분야 온라인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이 외의 시간은 모두 도서관에서의 자기주도학습으로 채워진다. 보통 은행텔러, 자산관리사, TESAT, 증권투자권유대행인, 펀트투자은행대행인 등과 같은 금융 자격증 시험공부가 주를 이룬다.

학생들의 취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캠프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자기소개서 작성법부터 모의면접 실습, 스피치 훈련, 이미지 메이킹, 마인드업 프로그램까지 다채롭다.

일반적인 취업준비생들과는 달리 다양한 경험이나 대인관계가 부족할 수 있는 학생들을 위해 산업체.선진학교 탐방이나 경진대회 참가, 선배 직업인과의 대화 등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학교에서 필요한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다 보니 학생들은 별도의 사교육 없이도, 자기주도학습을 제대로 하기만 해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정리하자면 금융영재반은 학생들에게 취업에 관한 정보제공은 물론, 자격증 취득 등 학습지원과 학생들의 잠재된 소질과 능력에 맞는 직업을 찾아주는 멘토 역할까지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그 결과 금융영재반이 신설된 이후 제주여상의 자격증 취득 인원은 2011년 2명 수준에서 2012년 19명, 2013년 28명, 2014년 53명에 이르기까지 단 3년새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은행텔러부터 일명 '금융 3종' 시험인 펀드투자상담사,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에 이르기까지. 지난해와 올해에는 각각 2명의 학생이 일반 은행원들도 힘들어 한다는 자산관리사(은행FP)에 합격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자격증 취득 로드맵에 따라 단계별로 자격증을 쌓아갔던 학생들은 이내 성공적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한국전력공사 1명, 공무원 연금공단 2명 등 3명의 학생이 공기업에 합격했고, 아울러 한국은행 1명, 삼성증권 1명, NH농협은행 3명, 새마을금고 2명 등 총 7명이 금융권에 합격했다. 고졸신화의 시작이었다.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금융영재반.<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금융영재반.<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 "선배들 취업에 자극...그래, 바로 이거야"

여기에 상기된 분위기를 보이는 건 한창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이었다. 고졸취업을 염두에 두고 제주여상에 입학해 현재 금융영재반에서 공부하고 있는 정유원, 장예림, 조현지, 양유경 학생(18)은 "선배들이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모습을 보고 큰 자극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으니 '해 냈다'는 성취감, '하면 된다'는 자신감까지 더해져 매일매일을 수능인 것처럼 보내고 있다던 이들이었다.

장예림 학생은 "금융 자격증을 딴 선배들을 보면 다 금융영재반이었다. 그 때 '아, 나도 저기서 공부하면 뭔가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왔을 때 당장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양유경 학생도 "담임 선생님 권유로 아침 저녁으로 조금씩 금융자격증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성과가 나타났다. 이후로 본격적으로 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금융영재반에서 공부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요즘 금융영재반에서 자산관리사와 신용분석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연수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 시험들은 기존 은행원들도 고군분투하는 시험으로도 유명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남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갖추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유원 학생은 "'난 이 곳에 필요한 사람이다'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지니는 게 고졸취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여기에 양유경 학생은 "일반 취업생들보다는 경험이 적고, 대인관계도 좁을 수 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매주 주말은 봉사활동과 캠프.박람회 참가로 분주하다고.

걱정이라고 왜 없을까. 장예림 학생은 "취업이 잘 안 되면 '일반계고 가서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 좋은 대학 갈 수 있었을 텐데, 괜히 특성화고를 가서...'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까봐 무섭다"고, 정유원 학생은 "3년 동안 취업준비를 하는데 정작 성과가 없을까봐 두렵다"고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고 웃어 보였다. 자신의 꿈과 비전 스스로 세우고, 또 이를 위해 스스로 노력했을 때의 성취감은 그 어디에도 비할 것이 없다고.

조현지 학생은 "그렇게 힘들었던 자격증이 하나둘 쌓여가고, 부모님, 선생님, 선배까지 지원해 주는 모습을 보면 힘이 솟는다"고, 양유경 학생은 "제 꿈대로 노력한 만큼 되니까...저번 합격 땐 담임 선생님께서 뽀뽀도 해주시고(웃음), 부모님께서도 많이 좋아하셨어요. 성취감을 많이 느꼈죠"라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장예림 학생은 "1학년 때는 대부분 진학을 원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취업을 원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했다. 정유원 학생은 "그렇다 보니까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어디에 취업해야지!'라고 마음먹은 친구들은 정말 피터지게(?) 열심히 한다"고 상기된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끝으로 양유경 학생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 정유원 학생은 "배우고 또 배우는 사람"이 되길 소망했다. 이들의 쉼없이 달려온 3년은 단순히 취업만이 목표가 아닌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

◆ 류상언 교사의 '송곳 지적'...그의 조언은?

제주여상 특성화부장인 류상언 교사는 최근 '선취업 후진학'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학교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단순한 취업성과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제했다.

류 교사는 "최근 한국은행에 합격한 학생의 경우 제주여상에서 30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평균적으로 보면 100명 기준으로 한 전공당 2~3명의 학생이 대기업.공기업 등에 취업하고 있다"며, "최상위 성적의 아이들도 중요하지만, '선취업 후진학'의 저변이 확대되는 것이 더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35명 수준인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 수준으로 줄이면 교사가 아이들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취업매칭도 잘 이뤄질 수 있다고. 줄어든 학생 수에 높아진 취업매칭은 취업률 향상에 자연스럽게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류 교사는 "학부모들께서도 걱정을 덜어도 된다"고 했다. "제주지역 학부모들께서는 아직까지도 진학, 또 진학을 말하고 있다"며, "요즘 고졸은 예전의 고졸이 아니다. 그동안 문제시 되던 고졸사원에 대한 차별도 많이 사라진 시점이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더 중요한 문제"라던 그였다.

요즘 류 교사는 지역육성산업에 맞는 특성화고의 모습에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중 하나가 제주지역을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는 면세시장이다. 무역, 유통, 판매까지 총괄하는 제주여상의 글로벌마케팅과에도 향후 많은 기대감이 모아지는 이유다.

끝으로 류 교사는 "앞으로는 NCS(국가직무표준) 교육과정에 발맞춰 학생들의 적성을 살리는 교육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금융영재반 학생들을 넘어 모든 학생들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고졸신화'의 저변이 확대되는 데 더욱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 제주여상 3개 특성화과는?

제주여상은 제주도 유일의 명문 여자 특성화고등학교로서 '따뜻함을 품은 학교, 행복으로 가는 교실'을 경영지표로, 현재 △회계금융과 △글로벌유통과 △디지털콘텐츠과 등 3개 학과를 운영 중이다.

1966년 '제주여자실업고등학교'로 개교한 후, 1969년 지금의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한 제주여상은 기존의 '가정과'를 폐지, '상업과' 중심으로 운영돼 오다 지난 2009년 특성화고로 학과를 전면 개편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재학생은 회계금융과 204명, 글로벌유통과 302명, 디지털콘텐츠과 306명 등 총 812명.

'회계금융과'는 기업경영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회계업무 처리 및 금융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회계.금융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금융일반 △세무회계 △기업자원통합관리 △금융실무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유통과'는 유통산업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국내외 각종 유통 판매.관리부문의 유통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유통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현재 △국제상무 △세무회계 △유통관리 △비즈니스영어 등의 교과목을 편성하고 있다.

'디지털콘텐츠과'는 웹 콘텐츠를 웹상에서 효율적으로 구현.운영할 수 있는 IT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미디어콘텐츠 △모바일콘텐츠 △웹프로그래밍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여상은 총 1만7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가운데, 2012년 학교평가 최우수학교, 2013년 모다들엉 학력향상 최우수학교 선정에 이어 올해에는 3년 연속 대한민국 행복학교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제주지역 특성화고 중에서도 '선취업 후진학'의 가장 모범적인 모델로 꼽히는 제주여상.

그러나 최근 제주도교육청의 고교체제 개편 논의과정에서 대외에서는 '일반고 전환' 요구도 적지않게 표출됐다. 역사와 전통의 학교 이미지, 그리고 취업률에 있어 다른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나, 취업을 할 기업체 수요의 한계 등이 현실적 고민으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고 검토를 해온 교육당국은 결론적으로 제주여상의 경우 특성화고를 그대로 유지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과제는 단연 '취업률 제고'다.

교육청은 제주여상 발전대책으로 △학급당 인원 적정화 및 양질의 취업처 발굴 △취업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대학진학 수요 맞춤형 지원 △노후 시설 개선 등을 제시했다.

'선취업 후진학'을 기조로 운영하면서, 대학진학을 우선 희망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성 전문교육의 산실인 제주여상은 이번 고교체제 개편에 즈음해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최고의 특성화고로 나아가기 위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여성 전문교육의 산실, 꿈을 향한 도전 지금 시작하세요"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정경애 교장이 전하는 메시지

정경애 교장은 "제주여상은 여성 전문교육을 선도하는 제주 유일의 명문 특성화고"라며, "그동안 1만7000여명의 우수한 인재를 배출했고, 현재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활동하며 국가와 제주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경애 교장.<헤드라인제주>

정 교장은 "우리사회의 경쟁력은 여성에게 있다. 본교에 재학하는 800여명의 학생은 따뜻한 품성과 경쟁력을 갖춘 여성 전문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으로 꿈을 현실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교장은 이어 "꿈과 끼를 키우는 것은 평생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가장 쉬운 접근법"이라며, "중.고교 때부터 꿈과 끼를 살리며 진로를 찾았을 때, 보다 만족할 만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장은 "그러한 면에서 제주여상은 '고졸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며, "제주여상은 일반계고에서 커버할 수 없는 특화된 단계별 프로그램들을 지속 운영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특성화고는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는 학교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앞으로 학과 개편과 함께 학급당 학생 수를 적정규모로 조정해 산업체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해 낼 것"이라고 했다.

정 교장은 "여성 전문교육의 산실 제주여상에서 꿈을 향한 도전이 시작된다"면서 "저희 교직원들은 학생들의 꿈을 향한 도전에 정성과 사랑, 열정과 헌신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헤드라인제주>

*<헤드라인제주>는 제주고교체 개편에 즈음해 특성화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를 추동하고, 특성화고의 발전방향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 위해 <특성화고 청소년 드림 프로젝트, "고졸신화 길을 찾다"> 기획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3편은 <'특별한 꿈' 우리학교 이색학과 - 한국뷰티고 토탈뷰티과> 편이 보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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