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고졸신화'의 꿈..."3대 과제에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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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고졸신화'의 꿈..."3대 과제에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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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고졸신화 길을 찾다] (1) 특성화고의 현실과 과제
'사회적 편견', '성적위주 진학지도', '취업률'...개선 방향은?

[기획] 특성화고 청소년 드림 프로젝트, "고졸신화 길을 찾다"
(1) 특성화고 실태와 당면한 과제, 개선해야 할 방향은?

사진은 지난 5월20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특성화고 학생들과 가진 '행복한 학교만들기' 주제의 공개토론회. <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고교체제 개편 논의에서 고교 평준화 정책과 더불어 중요한 한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특성화고 활성화 방안이다.

현재 제시된 고교체제 개편 용역 최종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최종 계획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빠르면 연말쯤 이의 내용이 확정될 예정이다.

고교체제 개편을 핵심공약으로 제시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특성화고 육성 방향과 관련해 "읍면 고등학교 및 특성화고의 희망을 더욱 키워 우리 아이들의 '고졸신화'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읍면지역 고등학교와 특성화고에 '희망'을 만들어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고교 통폐합의 비관적 전망을 해소하고, 지역 고교에서 성장한 인재들이 다시 지역을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 내 '꿈'을 펼치기 위한 특성화고 입학, 수요는?

특성화고 문제가 전면에 떠오른 것은 평준화지역 일반고 진학 희망자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데 반해, 읍면지역 일반고와 특성화고에 대한 수요는 매우 낮은 현실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실제 고교체제 개편 연구용역에서 중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진학 희망자 8174명 중 59.8%에 달하는 4888명이 평준화지역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평준화지역 일반고의 경우 모집정원(3154명) 대비 진학 희망자가 1700여명 정도 많은 상태였지만, 읍면지역 일반고와 특성화고에 대한 진학 희망자는 입학정원 대비 500~1000여명 정도 미달이 예상됐다.

특히 특성화고의 경우 입학정원 1323명 중 진학희망자가 825명, 특성화과가 있는 일반고의 경우 입학정원 943명 중 진학희망자가 286명에 불과했다.

아울러 진학 고교를 선택할 때 성적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에도 평준화지역 일반고를 희망하는 비율은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특성화고나 읍면지역 고교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 '성적' 문제가 적지 않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꿈, 소질과 특성에 맞는 진로선택 보다는, '성적' 위주로 진학 고교를 결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특성화고의 높은 학업중단율과도 무관치 않다. 제주지역 특성화고 학생들의 학업중단율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제주도내 일반고 학생의 학업중단비율 보다도 높았다.

◆ '성적 중심' 진학지도...사회적 편견 '높은 벽'

특성화고가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우선 제주지역 특유의 학력 선호, 고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자리하고 있는 문제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중학교 단계에서의 성적에 따른 진학지도가 특성화고 입학생의 동기유발을 저하시키고,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중학교 단계에서부터 개인의 소질과 특성에 맞는 학교 선택 풍토가 조성돼야 하지만, '성적 중심'의 진학지도로 특목고와 평준화지역 일반고를 최상으로 꼽는 풍토가 학내에서부터 만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요즘 이러한 문제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 학부모는 "딸의 성격과 희망진로를 잘 알기 때문에 1학년때부터 가족들과는 이미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얘기를 해 왔다"며, "그러나 3학년 진학 선택 시점이 될 때부터는 마치 성적이 좋지 못해 특성화고에 가는 것처럼 생각하는 주변시선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학교 내에서도 '30%다', '40%다' 세는 식으로 일반고 진학학생을 먼저 추려내는 진학상담 때문에 딸이 많이 속상해 한다"면서, "요즘 막상 입시를 앞두고서는 특성화고에 보내야 할 지 말 지 고민이 크다"고 했다.

주부 송모씨(43. 여)도 "큰 애가 처음부터 특성화고에 가서 기술을 배우겠다고 해서 (특성화고에) 보냈다. 스스로 진로를 생각하며 잘 적응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면서도, "그러나 '공부 못해서 거기 간 것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을 받을 때면 사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성화고는 교육과정 속에서 자기 진로에 대한 확실성을 가질 수 있는 등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중2인 둘째 애도 특성화고를 가겠다고 해서 다독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 진학률은 높고, 취업률은 정체...이유는?

중학교 단계에서의 진학지도법과 '편견'의 문제와 더불어, 실제 특성화고 졸업생의 낮은 취업률도 특성화고 입학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제주지역의 특성화고는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제주고등학교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 △중문고등학교 △한국뷰티고등학교 △한림공업고등학교 등 6개교.

특성화과가 있는 일반고는 △성산고등학교 △영주고등학교 △제주중앙고등학교 △함덕고등학교 등 4개교다.

제주도교육청 교육통계에 나타난 2015년 2월 기준 졸업생 취업률 현황을 보면 제주도내 특성화고(함덕고 제외) 졸업생 1355명 중 취업한 학생은 19.4%인 263명 수준. 나머지 67.9%(920명)은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도별 특성화고 취업률은 2010년 6.0%에서 2011년 12.9%, 2012년 19.5%, 2013년 23.6%, 2014년 25.4%로 집계됐다. 통계를 감안하면 현재 제주도내 특성화고 취업률은 약 25% 내외인 것으로 예측된다.

평균 취업률보다 높은 학과로는 '토목과', '전기과', '인테리어디자인과', '전자통신과', '토탈뷰티과' 등이 있다. '관광영어과'나 '관광일본어과', '관광중국어과' 등 외국어 관련 학과의 경우 취업보다는 대학진학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특성화고의 '선취업' 비율이 기대만큼 높게 나타나지 않는 것은 많은 학생들이 대학진학으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도 있겠지만,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제주지역의 사회구조적 문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고졸신화'를 여는 좋은 일자리 취업 성공사례도 적지 않게 이어지고 있으나, 그 수는 아직 미미한 수준. 공공기관 고졸채용 20% 할당제 등 고졸채용 정책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 "특성화고, 사회변화 반영한 학과 개발 필요"

제주지역 산업별 취업률과 특성화과 입학정원 비율의 불균형 문제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고교체제 개편 용역팀은 이 부분과 관련해, 특성화고 졸업생 배출만으로 학교교육과 산업의 대응관계를 가늠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특성화고 학과 개편 방향에 시사점이 있다고 밝혔다.

용역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 고용구조에 비추어 볼 때 제주지역 특성화고는 입학정원 비율이 농림.어업 분야에서 6%, 도소매.숙박.음식업은 20%, 사업.개인 공공서비스 및 기타 분야에서 12% 정도가 적다.

반면 광공업 분야에서는 6%, 전기.운수.통신.금융 분야에서는 30% 정도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산업이 지역내 총생산과 고용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점, 또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크루즈산업이 부상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특성화과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용역 최종보고서 설문조사 결과에서 제주지역 교육주체(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특성화고 발전방안으로 '제주지역 특성과 사회변화를 반영한 학과 개편'(47.7%)를 가장 우선적으로 꼽은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중학생들이 '특성화고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 변화(14.7%)'를 학부모나 교사들에 비해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이 이러한 점을 높게 꼽은 것은 평준화지역 일반고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특성화고에 대한 지역사회 부정적 인식이 있음을 역설적으로 어필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결국 현재의 특성화고 문제는 평준화지역 일반고 선호 및 특성화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문제, 중학교 단계에서부터의 성적 위주의 진학지도법, 그리고 특성화고 취업률 제고대책, 이 3대 과제를 안고 있다.

성적 순 진학에 따른 차선책이 아닌 스스로 선택해 입학하는 특성화고, 경쟁력 있는 특성화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현장은 물론, 공공기관과 기업체,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3대 과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석문 교육감은 특성화고 육성정책과 관련해 "'선취업 후진학' 방향에 따라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제주도청과 논의하면서 제주도 및 제주도 산하 공공기관으로의 진출 활로를 넓히고, 제주도내 기업들과의 협력 속에서 다양하고 좋은 일자리를 늘려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교육청의 지원과 노력이 씨앗이 되고, 아이들의 진취적 도전과 꿈, 잠재력이 줄기가 되어 아이들의 '고졸신화'가 열매로 맺어지는. 말 그대로, 제주 아이들의 특별한 성장이 화제가 되는 읍면지역 고등학교와 특성화고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제는 고교체제 개편과 맞물려, 특성화고 교육정책도 새로운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다. <헤드라인제주>

*<헤드라인제주>는 제주고교체 개편에 즈음해 특성화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를 추동하고, 특성화고의 발전방향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 위해 <특성화고 청소년 드림 프로젝트, "고졸신화 길을 찾다"> 기획보도를 시작합니다. 다음 2편은 <'특별한 꿈' 우리학교 이색학과 - 제주여상 금융영재반> 편이 보도됩니다.

제주지역 특성화고등학교.일반고 특성화과 바로 가기

<특별취재반=윤철수.원성심.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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