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0만원만 모이면 우리 철수한테 못다 한 걸 이 아이들에게 줘야겠다고 생각했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서 양파농장을 짓고 있는 고창희 할머니(92)는 13일 오전, 지금은 고인이 된 아들 故 강철수 씨의 모교인 사계초등학교를 모처럼 찾았다.
지나간 세월에 잔뜩 굽은 허리였지만 여느 때 보다 고창희 할머니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사계초 18회 졸업생인 아들의 이름으로 학교발전기금 1000만원을 기부하기 위해 집을 나섰기 때문이다.
고창희 할머니는 사계초를 지나칠 때마다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중학생 때 세상을 떠난 아들이 그렇게 생각났다고 했다. 배고픈 보릿고개 시절,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아들에게 잘 해주지 못했던 기억만 떠올랐다고.
곧 고 할머니는 "1000만원만 모아 보자"고 결심하게 됐다. 경제적으로 여의친 않지만 1000만원까지만 모아 아들에게 미처 해주지 못한 걸 저 아이들에게라도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이날 자녀들과 함께 사계초 교장실을 찾은 고창희 할머니는 허창준 사계초 교장에게 학교발전기금 1000만원을 기탁했다. 그간 고된 양파농사로 얼굴이 검게 그을린 고 할머니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사계초는 고 할머니의 뜻에 따라 故 강철수 씨의 이름으로 매년 100만원씩 10년 간 사계초 어린이들에게 '졸업생 장학금'을 전달키로 했다.
사계초 관계자는 "할머니의 마음을 담은 이번 학교발전기금은 사계초 졸업생 장학금으로 소중하게 쓰여질 예정"이라며, "고 할머니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학교 차원에서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