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법적근거?..."정부가 4.3흔들기...감사의뢰 철회해야"

제67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제주4.3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를 합창곡에서 제외시켜 비난을 자초했던 행정자치부가 이번에는 돌연 '제주4.3평화상'에 대한 감사의뢰를 해 제주사회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13일 제주도감사위원회에 제주4.3평화재단이 제정한 '제주4,3평화상'에 대한 감사를 의뢰했다.
오창수 제주도 감사위원장은 15일 제329회 제주도의회 임시회에 출석해 도정질문 답변에서 행자부에서 4.3평화상에 대한 감사의뢰 공문이 온 사실을 밝히면서, "감사의뢰가 됐기 때문에 법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사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감사의 범주와 관련해 4.3평화상 제정취지와 근거를 비롯해 선정절차, 심사절차, 예산집행의 적정성 등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4.3평화상을 제정한 이유에서부터 예산집행 내역까지 속속들이 모두 감사하라는 지시다.
이에따라 감사위는 내용을 검토하고 준비가 끝나는대로 본격 감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행자부의 이번 감사의뢰는 제주4.3평화상이 제정돼 제1회 시상식이 끝나자 마자 바로 이뤄진 것이어서, 배경과 의도에 상당한 의구심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감사의뢰를 한 법적근거에 있어서도 타당성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제주특별법 제71조 1항에서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제주자치도에 대하여는 그 행정전반 또는 특정한 정책.사업.업무 및 예산 등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2항에서는 국가사무 및 국가의 보조를 받은 사업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의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번 행자부의 감사의뢰는 이 71조 2항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4.3평화상을 제정한 제주4.3평화재단이 정부 출연기관이고, 관련 예산도 국비로 지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사의뢰를 함에 있어 2항의 '감사 필요성'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감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위법성의 소지가 있거나, 사업의 내용에 문제의 소지가 확연하다고 될 때로 보아야 하나, 행자부는 이런저런 언급 없이 감사를 해야 할 내용적 범주만을 정하고 의뢰를 했다.
첫 수상자 공모에서부터 선정에 이르기까지 적법성이나 적절성의 문제가 제기되지도 않았음에도 행자부가 느닷없이 감사의뢰라는 카드를 꺼내둔 것은 다분히 또다른 목적성을 가진 대응적 차원이란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초 제주4.3평화상 제정 취지나 내용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제1회 수상자인 재일 조선인 작가 김석범 옹(89)에게 화살이 겨냥된 '괘씸죄'를 묻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제1회 수상자는 제주4.3평화상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천주교제주교구 주교)가 지난해 7월부터 4.3해결에 공헌하거나 세계 평화인권운동에 헌신한 유공자 25명을 선정, 6개월 동안 검증을 거쳐 올해 2월 최종 선정, 발표됐다.
첫 수상자인 김석범 작가는 4.3 대하소설 '화산도'의 저자로 일본에서 4・3진상규명과 평화 인권 운동에 젊음을 바쳤고, 1957년 최초의 4・3소설 '까마귀의 죽음'을 발표해 일본 사회에 제주4・3의 진상을 알리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김 작가의 수상 소감에 대해 일부 보수단체에서 크게 반발하며 수상취소를 요구하고 나서는 일이 있었다.
지난 4.3추념식 때만 하더라도 4.3평화상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던 행자부가 갑자기 감사의뢰를 하고 나선 것은 이 일부 보수우익세력의 주장에 동조한 것 때문이 아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마디로 '괘씸죄' 적용인 셈이다.
15일 제주사회에서 행자부 감사의뢰에 대해 크게 격분하며 비난이 들끓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도정질문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김희현 의원은 "정말 안타깝다. 애통하다"면서 "(이번 감사의뢰는) 중앙정부가 4.3에 대해 폄훼하고. 김석범 선생 초대 평화상 이미지를 손상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도 15일 성명을 내고, "행자부의 이번 감사요청은 일부 보수세력의 목소리에 기댄 것으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은 "4․3추념식 식전 행사 노래 선정 과정에 부당한 개입으로 지탄을 받았던 행자부가 이번에는 제1회 4․3평화상 에 대해 감사를 요청하고 나섰다"며 "이는 이는 정부 스스로가 '4․3 흔들기'에 나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평화상 수상은 강우일 천주교제주교구 교구장을 위원장으로 해 구성된 제주4․3평화상위원회의 선정 결과에 따른 것"이라며 "수상자로 선정된 김석범 선생의 4․3해결에 대한 헌신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음에도 단지 수상소감 일부 내용을 문제 삼아 정부가 나서서 감사까지 요청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지나친 것일뿐 아니라, 매우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박근혜 정부는 언제까지 이념논쟁으로 4.3을 폄훼할 것인가"라며 "정부는 4.3평화상에 대한 감사요청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4.3추념식에서는 4․3노래인 '잠들지 않는 남도' 조차 부르지 못하게 하더니 반성해도 모자랄 행자부가 적반하장격으로 4․3평화상에 대한 감사까지 요청했다"며 "일부 보수우익세력 대변자를 자처하며 4․3 평화상에 대해서 딴지를 거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어 "감사의뢰는 4․3 평화상을 수상한 김석범 선생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며 도민들의 가슴을 다시 한번 아프게 하는 행위"라며 "행자부의 태도의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4․3 관련단체는 물론 제주도민들과 연대해 강력하게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추념식 합창곡 선정과정에서 정부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해 비판을 자초한 원희룡 제주도정이 이번 감사의뢰 건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밝힐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