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시'에, 제주도 '꾸벅'..."경거망동 행자부.제주도, 사과하라"

지난 3일 거행된 제67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제주4.3을 상징하는 대표적 노래인 '잠들지 않는 남도'가 식전행사 합창곡에서 돌연 제외된 것에 대해 각계의 비난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추념식을 일주일 앞둔 시점까지만 하더라도 최종 준비상황 보고회에서 제시됐던 합창곡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동백꽃의 노래'는 추념식 당일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1980년부터 제주4.3을 상징하는 노래로 널리 불리어진 '잠들지 않는 남도', 그리고 '애기동백꽃의 노래'가 빠진 그 자리에는 4.3의 성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6.25전쟁을 소재로 한 가곡 '비목'과 '그리운 마음', 그리고 모차르트의 '레퀴엠 라크리모사'로 대신 선곡됐다.
'4.3노래' 논란은 지난해 추념식에서 4.3 컨셉과 전혀 맞지 않은 합창곡 '아름다운 나라'에 이어, 두번째다.
특히 이번에는 추념식이 임박한 시점에서 행정자치부의 변경 제안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가 덥썩 수용하는 형태로 해 변경시킨 것으로 전해져,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의 권위주의적 내지 관료주의적 행태도 1차적 문제이지만, 정부의 말 한마디에 굽신 받아안고 4.3노래를 배척시킨 제주도정의 행태도 이번 논란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사단법인 제주민예총은 6일 성명을 내고 "4.3의 진정성과 역사성을 훼손하는 국가권력의 '갑질'"이라고 강하게 규탄한 후, "다시는 이런 경거망동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행정자치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민예총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합당한 해명도 없이 '잠들지 않는 남도' 등이 제외되고, 난데없는 가곡 '그리운 금강산'에 도민과 유족들은 당황해 했다"면서 "행자부가 본 행사도 아닌 식전행사의 노래 곡목까지 개입하는 행태가 우리로 하여금 분노와 비애를 느끼게 한다"고 전했다.
제주4.3추념식에서 배제된 '4.3노래'잠들지 않은 남도 "외로눈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 검붉은 저녁햇살에 고은 잎 시들었어도 아 과녁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애기동백꽃의 노래 "산에 산에 하얗게 눈이 내리면 님그리던 마음도 봄꽃이 되어 붉은 애기 동백꽃 붉은 진달래 애기동백꽃 지면 겨울이 가고 |
민예총은 "가수 안치환이 4.3을 테마로 만들어 널리 불린 '잠들지 않는 남도'와 제주도 토박이 민중가수 최상돈이 마당극 테마곡으로 만든 '애기동백꽃의 노래'는 제주에서 4.3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곡"이라며 "그런데도 식전행사자에서도 불리지 못하게 배제한 것은,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와 국가권력이 자생적이고 역사적인 문화예술작품까지도 손을 대는 권력만능의 주술에 걸려있음을 목도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예총은 "참 야박한 짓을 한 셈으로, 놀랍기 그지없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예총은 우선 "국가수반이 공식 사과한 역사적 사건인 4.3에 있어 국가는 제주도민들과 유족들에게 속죄해야 하는 일차적 당사자이나, 이런 치졸한 행위가 뒤따른다는 것은 고질적인 관료주의와 국가주의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자, 대승적 역사적 위업을 퇴색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행자부의 일개 과장이 자신의 취향과 의도대로 곡목을 바꾸었다는 것은 제주도민과 유족들을 능멸하는 일"이라며 "추념식이 지역민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제삿날이라는 점과 더 나아가 그 여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좌지우지한 것은 또 다른 국가폭력으로, 가뜩이나 대통령의 불참으로 심기가 불편한 도민사회에 행자부는 찬물을 끼얹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희룡 제주도정에 대해서도 화살을 겨냥했다.
민예총은 "설령 행자부에서 이런 지침이 내려진다 해도, 주관처인 제주도에서는 이 일에 대해 실무위원회에 보고해서 의견을 구하든가, 4.3관련단체 등에 의견을 물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를 그대로 따른 것은 특별자치도의 지방행정의 자율성이란 측면에서도 올바르지 못한 대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예총은 "행자부에서 노래를 바꾸라고 해서 바꿨다 라는 볼멘소리로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지금의 4.3성과는 가만히 앉아서 정부가 던져준 선물이 아니고, 제주도가 나서서 얻어낸 기념품도 아니다"며 "그렇다면 행자부와 제주도는 4.3의 역사적 대의와 엄중함에 경거망동했음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와 무책임한 개입을 하지 않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도 이날 성명을 내고 "4.3노래를 금지하는 행정자치부는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제주4.3연구소는 "본행사도 아닌 식전행사에서 불려질 노래에까지 행자부의 압력이 가해졌다는 것을 보며 분노를 느낀다"며 "4.3노래 선곡과 관련해 제주4.3실무위원회가 결정하고, 제주도가 최종보고회 때 결정한사항을 뒤집은 행자부는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또 "제주도는 이들 노래가 제외된 부분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야 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행자부가 노래 변경을 요구하더라도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변경한 제주도의 관료주의적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도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4.3노래' 배척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추념식에서 합창곡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가 돌연 삭제된 것에 대해 5일 논평을 내고 "4.3추념식 식전 행사에 불려지는 노래 선정에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과거청산의 대의를 거스르는 통제적 발상이며 권위주의적 행태"라고 성토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또 "4.3이 국가 추념일로 지정된 것은 정부가 행사 통제권을 갖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과거 청산과 역사 비극의 평화적 계승을 위한 기억와 기념의 국가의지의 표현인 것"이라며, "그런데 이를 마치 정부 행정의 개입과 간섭의 근거로 여기는 태도는 그 자체로 억압적 권위주의의 모습"이라고 규탄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는 추념식에 불려지는 노래에 간섭할 것이 아니라, 4.3평화공원 사업의 완성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먼저 나서는 성심과 최선의 노력을 먼저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3노래'와 관련해 행자부와 제주도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6일 열린 주간정책회의에서 4.3추념식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면서도, '4.3노래' 부분은 침묵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