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동백꽃'도 삭제...道 "귀에 익숙한 노래 선정하다보니"

1980년대부터 4월이면 가장 많이 불리는 4.3 노래 중 대표곡으로 꼽히는 '잠들지 않는 남도'가 올해 제67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는 갑자기 사라졌다.
3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엄수된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시작되기 전 식전공연에서 제주도립예술단의 선곡은 당초 예고됐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불과 일주일전 추념식 준비상황 최종보고회 때만 하더라도 국가행사를 주최한 행정자치부, 주관한 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립예술단의 합창곡으로 '잠들지 않는 남도', '애기 동백꽃의 노래', '빛이되소서' 등 5곡을 합창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날 식전공연에서는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 동백꽃'이 빠졌다.
대신 4.3의 성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6.25전쟁을 소재로 한 가곡 '비목'과 '그리운 마음', 그리고 모차르트의 '레퀴엠 라크리모사', '빛이되소서'가 불리어졌다.
지난해 4.3노래로 불리운 '아름다운 나라'에 문제제기를 했던 문화계 인사들은 정치인들도 다소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4.3행사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동백꽃의 노래'가 빠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잠들지 않는 남도'는 1980년대 후반 제주4.3 때면 널리 불렸던 4.3을 상징하는 대표적 노래다.
"외로눈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
어둔삶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검붉은 저녁햇살에 고은 잎 시들었어도
살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
아 과녁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아 과녁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아 과녁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애기동백꽃의 노래' 역시 민중가수 최상돈이 작곡한 노래로, 2000년대 들어 널리 알려진 4.3노래로 꼽힌다.
"산에 산에 하얗게 눈이 내리면
들판에 붉게 붉게 꽃이 핀다네
님 마중 나갔던 계집아이가
타다타다 붉은 꽃 되었다더라
님그리던 마음도 봄꽃이 되어
하얗게 님의 품에 안기었구나
우리 누이 같은 꽃 애기동백꽃
봄이 오면 푸르게 태어나거라
붉은 애기 동백꽃 붉은 진달래
다 같은 우리나라 곱디 고운 꽃
남이나 북이나 동이나 서나
한 핏줄 한 겨레 싸우지 마라
애기동백꽃 지면 겨울이 가고
봄이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울긋불긋 단풍에 가을도 가면
애기동백 꽃 피는 겨울이 온다."
이 두 노래가 추념식 합창곡에서 삭제되자, 지난해 4.3컨셉과 전혀 안맞는 합창곡 선정으로 논란을 빚은 것 이상의 논란이 일고 있다.
고희범 전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 위원장은 이날 SNS를 통해 "봉행위원회의 결정으로 선곡된 노래마저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게 국가추념일 지정의 이유였는가? 거기다 한국전쟁의 전사자들을 기리는 노래가 군경에 의해 학살당한 원혼들을 위로하기에 적절하냐"라며 이번 노래선곡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고 전 위원장은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4.3영령과 유족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려는 마음이 있느냐에 달린 것이니 오지 않아도 별로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노래마저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예의 없는 것을 넘어 유족들을 능멸하는 짓"이라며 감추지 못했다.
추념식 직전에 합창곡이 갑작스럽게 변경된 것은 행정자치부에서 재검토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사실상 이를 금지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대해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정부가 금지시켰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최종 행사계획 조율과정에서 합창곡 선정내용을 보여드렸더니 행자부에서 '귀에 익은 그런 음악을 선곡하는 것이 어떤가 해서, 제주도에서 관현악단하고 협의해서 '그리운 마음' 등으로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정부가 최초 '재검토'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금지곡' 외압 의혹은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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