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측 "컴퓨터교육 때문에 인터넷 중독이 웬말?"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이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 정책추진 과정의 하나로 초등학교 0교시 컴퓨터교실을 지양하겠다고 밝히자 의외의 부분에서 논란이 터져나왔다.
0교시 컴퓨터교실 폐지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 등을 고려해..."라는 말이 화근이 됐다.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 정책추진 의미는 교육정책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나 컴퓨터교실이 마치 인터넷중독의 온상인 양 진단된 듯 전해진 것이 화근이었다.
1997년부터 진행돼 온 민간참여 컴퓨터교실은 민간 교육사업자가 자본을 투자해 전산장비나 소프트웨어, 교육기자재를 학교에 기증한 후 일정기간 정보화 교육을 유료로 실시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제주도교육청이 발표한 1월 기준 운영현황에 따르면 컴퓨터교실 수강생은 27개 초등학교 총 8217명으로, 이 중 7시50분부터 시작하는 오전반 수강생은 3500여명 정도다.
현재 A업체와 B업체가 각각 17개, 10개 학교와 계약을 맺고 있으며, 운영시간은 크게 오전반(7시50분~8시50분)과 오후반(2시~4시)으로 나뉜다.
현재 3500여명에 이르는 오전반 수강생의 경우 7시 40분까지 등교한 뒤 컴퓨터수업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 교육감이 최근 '아침이 있는 등굣길' 추진방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교육감은 지난 12일 주간기획조정회의에서 "지금까지 일과시간 전에 특정업체를 중심으로 컴퓨터교실 등이 이뤄져 왔다"며, "게임,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 등을 고려할 때 학생들의 성장기에 이러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은 문제라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제주도내 17개 초등학교와 오전 방과후활동인 '민간참여 컴퓨터교실' 계약을 맺고 있는 A업체 측은 13일 제주도교육청을 방문해 항의했다.
업체 측은 "제주도교육청이 민간참여 컴퓨터교실을 아동들의 인터넷 중독의 온상인 양 진단하면서 컴퓨터교실에 대한 폐지수순을 공언한 것은 전형적인 힘의 논리에 의한 갑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이어 "컴퓨터교실 강사들이 컴퓨터를 가르쳐서 아이들이 인터넷 중독에 빠진 건 아니지 않느냐"며, "교육현장에서 열심히 일 해 온 컴퓨터교실 강사들이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업체 측은 "교육청은 지난 18년 동안 운영돼 왔던 컴퓨터교실의 순기능은 무시한 채 정책 관철을 위한 모순된 논리로 또 다른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며, "누가 이런 교육청을 믿고 교육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한편 업체측은 교육청측이 당초 계약과는 달리 총정원의 절반에 이르는 학생이 수강 중인 컴퓨터교실 오전반을 오후 시간대로 옮겨줄 것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체 측은 "대놓고 적자를 보라는 것이냐"며 최장 2018년인 계약 만료 전까지는 당초 계약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일선학교 등교시간 조정안이 확정되면서 0교시나 오전 방과후활동 등을 조정하고 있다"며, "지금은 교육청의 정책추진 사항을 업체 측에 설명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