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부서 '멘붕'...시민사회 "진흙탕싸움 막장드라마"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의 새해 예산안을 놓고 벌인 갈등은 결국 커다란 상처만 남기는 '막장'으로 끝을 맺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31일 제주도 2015년 수정예산안 계수조정 내역을 최종 정리한 결과 총 삭감규모는 1636억9231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9일 밤 의결한 '1682억원'과 비교해 46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계수조정 내역 정리 과정에서 '이중 삭감' 혹은 '표기오류' 등의 부분을 정정한데 따른 것이다.
총 삭감규모가 하룻만에 46억원의 변동이 있을 만큼, 이번 계수조정은 매우 촉박하게, 그리고 '묻지마'식으로 대거 행해졌다.
그 속에서 일정한 원칙과 기준, 타당성을 갖고 삭감했다기 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보복성'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실제 제주도청에서는 소통정책관실 예산은 총 23억원 중 법정관리비 1억원만 남겨놓고 22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사무관리비까지 전액 삭감되면서 사실상 다음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될 때까지는 업무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논란이 많았던 협치정책실과 서울본부 예산도 대거 삭감됐다. 각 부서에서도 사무관리비를 포함해 많은 예산이 삭감되면서 공직내부가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이번 도의회의 계수조정은 삭감된 예산을 '내부 유보금' 1634억4723만원, 예비비 1억9200만원에 편성했을 뿐, 증액사업은 단 1건도 편성하지 않아 이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불요불급한 예산, 선심성 예산 등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통해 사업비를 삭감했다기 보다는 감정적 삭감으로 행해지면서 역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제주도정과 의회의 '진흙탕 싸움'을 거세게 비판하며 예산제도 개혁을 강하게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원희룡 도정이 새해 예산안 편성에서 협치도정이라는 핵심가치를 스스로 무색하게 만들었던 점을 지적하면서도, 의회가 심도있는 심의를 통해 원칙과 기준을 갖고 문제가 있는 예산을 삭감하기 보다는 보복성으로 묻지마 식 삭감을 한데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원 도정이 당초 예산편성에 '협치예산'을 구현하지 못한 부분과 더불어 편성과정의 문제가 있었음을 전제로 해, "의회 역시 삭감액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심도있는 심의를 통해 조정을 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조정내역을 보면 다분히 보복성 내지 감정적 대응을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회가 원칙과 기준을 갖고 삭감하고, 이번처럼 '내부 유보금' 내지 예비비로 증액했다면 정말 박수를 받았을 것"이라며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이, 이번 의회에 꼭 맞는 말"이라고 힐난했다.
제주도정에 대해서도 예산편성에서 '협치예산'을 구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구성지 의장은 언론대담에서 "원 지사가 늘 예산 삭감하는 것은 당신네가 알아서 해라. 삭감은 얼마든지 좋다고 해오지 않았나. 이 것이 그 결과"라며 '협치예산'을 포함한 예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1636억원'의 대규모 삭감 폭탄은 결국 행정 수요자인 도민들에게 그 피해를 고스란히 돌아가게 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30일 긴급 담화문을 내고, "기존의 관행을 타파하고, 뼈를 깎는 행정의 예산개혁 계기로 삼겠다"며 비상체제 도정운영을 선언했다.
'조기 추경안 편성'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예산으로는 도정 운영에 큰 차질이 빚을 수밖에 없어, 예산제도 개혁을 원칙으로 한 도정과 의회의 협의가 조속히 재개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