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의원 1인당 20억 요구해"...의회 "누가 요구했나?"

새해 예산안 부결사태로 극한 대립상황으로 치달았던 지방정가가 '화해 무드'를 보인지 하루 만에 다시 격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또다시 파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논란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19일 아침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지난 15일 본회의장에서 마이크가 꺼지는 사태가 벌어진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지난 예산안 편성 당시 의회에서 의원 1인당 20억원씩 재량사업비(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로 요구했다고 언급한데서 촉발됐다.
18일 개회한 제325회 임시회에서 구성지 의장이 부결됐던 새해 예산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원만한 대화와 타협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정가는 다시 발언의 진위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원 지사는 이날 작정한 듯 지난 정례회 본회의에서 의장이 자신이 발언을 하고 있음에도 퇴장경고까지 하면서 마이크를 꺼버린 '수모'를 언급하며, 예산안 파행이 의회에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방송에서 원 지사는 제주도가 당초 편성했던 예산 중에도 '선심성'이 많다는 주장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선심성 예산이라고 해서 도정이 편성할리도 없지만, 그게 있으면 다 자르라 이겁니다"라고 정면 반박했다.
원 지사는 "삭감에는 저희가 다 동의한다. 그러나 도민 혈세인데 선심성으로 쓰면 되겠나. 만약에 집행부에서 제출한 예산 중에 선심성이 있으면 그게 액수가 얼마든 다 잘라도 좋다"고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 '20억원 요구' 진위는?...'자기들끼리 편성'은 우발적 표현?
그런데 '돌출발언'은 의회에서 지난 10월 제안한 '예산편성 사전협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치'가 없어 최초 발단이 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터져 나왔다.
원 지사는 "의장께서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미리 의회랑 협의를 하자, 그래서 그 자체는 그렇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 의장님 자신은 좀 순수했는지 모르지만, 다른 도의원들이 조금 사심 내지는 욕심이 껴서 1인당 20억씩 보장을 해달라는 조건을 옆에서 내걸었다"고 주장했다.
재량사업비로 의원 1인당 20억원씩 요구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원 지사는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그래서 일단 그런 전제 하에 할 수는 없다고 저희가 입장을 발표하다 보니까 의장께서는 본인의 순수한 뜻을 왜 못 받아 들이냐고 해서 그게 오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0월말에도 한차례 큰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구 의장은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오히려 재량사업비 문제를 꺼내들었던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을 '유언비어 날포' 내지 '사실 왜곡'으로 몰아부치며 공개적 사과를 받아낸 바 있는 사안이다.
제주도 고위공직자가 공개사과까지 하며 '없었던 일'로 매듭됐던 부분인데, '20억 요구' 얘기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도의회의 잘못된 예산관행을 개혁해야 된다고 했는데 어떤 관행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제주도의회는 특히나 예산 계수조정이라고 하는 과정에서 집행부 예산담당관들을 아예 들어오지를 못하게 한다"며 "그러고는 자기들끼리 그냥 다 예산을 다 짜놓고는 본회의장에서 예스냐 노냐만 대답해라, 그러면서 동의를 하지 않으면 예산을 전부 부결을 시켜버리는 거예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지사는 또 "당장 새해 살림은 해야 되겠고 해서, 역대 도지사가 몇 번 부동의를 했다가 나중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없이 동의를 하다 보니까 이제는 금액이 점점 커져서 처음에는 한 몇 십 억에서 시작하다가 작년에는 500억 넘게 증액을 해버렸고요. 올해도 408억을 증액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가 삭감한 내역과 관련해서도, "삭감한 금액들을 의회의 생각대로 여기저기 편성을 한 거예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근데 삭감한 금액은 저희 지방이 중앙정부에서 받아온 국비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대거 깎아서, 무슨 단체들 여행 보내고 무슨 특정인들에게 보조금 주고 이런 부분에 집어넣었기 때문에 이거는 원칙에 안 맞는다. 뿐만 아니라 원칙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저희가 내용을 보고 검토를 해야 동의인지 부동의인지 밝힐 수 있는데, 그래서 (증액사유) 내용을 주셔야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내용을 먼저 달라고 그랬더니, 동의냐 부동의냐를 무조건 얘기하라고 해서 자료가 없기 때문에 동의, 부동의를 판단조차 할 수가 없다고 했다"며 "그러니까 뭐 퇴장시키겠다, 마이크 꺼라, 이렇게 해서 실제로 마이크를 꺼버렸죠"라고 말했다.
구성지 의장도 같은 새누리당 소속인데 왜 이렇게 됐느냐는 질문에는, "제주도는 정당정치적인 특성이 중앙정치와는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 지사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자, "1인당 20억원씩 보장 조건 내걸었다"는 부분은 진위논란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실제 그런 조건이 제시된 적 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다.
뿐만 아니라 '자기들끼리 다 짜놓고는...'와 '특정단체 여행보내고 특정인에게 보조금 주고...', '제주는 중앙정치와 좀 다른 것 같다'는 등의 표현은 의회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하게 다가왔다.
결국 이날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던 제주도의회에서는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졌다.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정식)에서는 한차례 정회까지 하며 박정하 정무부지사를 출석시켜 이에대해 해명하도록 했다.
◆ 성난 의원들..."누가 20억 요구했나?", "뭐 자기들끼리 편성?"
의원들은 한결같이 '20억원 요구'가 사실이 아님을 강조하며, 원 지사에게 20억원을 요구한 의원이 누구인지를 밝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김경학 의원(새누리당)은 "의원당 20억원씩의 예산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대체 의장이 요구를 했는지, 어느 의원이 요구를 했는지 묻고 싶다"며 "중앙언론에 그런식으로 떠들면 의회 전체를 도매급으로 매도한 것 아니냐. 도의회를 동네 의회쯤으로 생각해서 의회를 공격하고, 의회를 도민들로부터 무시당하게 하고 비난받게 해야 지사가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 아니냐"고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우리나라 최고 지도자를 꿈꾸시는 분으로, 중앙정치 3선의원, 집권당 사무총장도 하다보니 지방의회를 보면 속된 말로 '촌동네 것들'이라는 것 아니냐"며 "도의회를 희생량 삼아서 중앙정치 이미지를 강화시키려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김황국 의원(새누리당)은 "아침 인터뷰는 시기적으로 아주 부적절했다"며 "오늘 방송은 제주지역 방송이 아니라 중앙방송이지 않나. 이런 부분을 전국적으로 방송하고, 심지어 제주도의원들을 이렇게 매도해도 되는 것이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김 의원은 또 "원 지사가 인터뷰 내용 중에 의회를 칭하며 '자기들끼리'라는 표현을 했는데, 공인인 도지사로서 이런 표현이 맞는 것이냐"며 "이는 우발적 발언이 아니라 평소 지사가 의회를 생각하는 가치관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힐책했다.
김희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본인이 하는 것은 로맨스고, 의회가 하는 것은 전부 안좋게 보는 시각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할 따름"이라며 "언제 의원들이 20억원을 요구했나. 행자위에서도 그렇고 분명 그런 적이 없다고 얘기했는데, 어디서 자꾸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냐. 왜 유언비어를 퍼뜨려서 도민들에게 의원들을 욕되게 하나"라고 성토했다.
김 의원은 "원 지사는 지난 2010년 국회의원 시절 4대강 사업 투자하면서 선봉장에 서서 날치기 예산도 집행했던 사람인데, 이제와서 본인은 깨끗하다고 하는 것이냐"며 "준예산 운운하며 의회를 협박하고, 대다수 도민들에게 거짓말하고, 이렇게 말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문화관광위원회 안창남 위원장도 "원 지사가 의원들이 20억원씩 요구했다고 한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발언이다. 어느 의원이 그런 발언을 했는지 분명하게 답변해야 한다"며 24일 오전 2차 본회의에 참석하는 원 지사가 직접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긴급 진화에 나선 박정하 부지사는 '20억원 요구' 의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다 짜놓고' 표현에 대해서는 "생방송 중에 나온 우발적인 표현이라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의회는 20억원 요구에 대해서는 정확한 해명과 사과를 받아야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제시하고 나서, 오는 24일 오전 열리는 제2차 본회의에서 또 한바탕 소동이 예상된다.
이번 일은 자칫 이날 오후부터 예정된 제주도의 새해 예산안 재심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공직 내부에서도 바싹 긴장하는 모습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내가 뽑은 도의원도 찬성한걸 보니..똑같은 인간이구먼
다시는 뽑아 주지 말아야지....실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