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타깃' 맹공에 충격여파...道, 묘안찾기 전전긍긍

박영부 제주특별자치도 기획조정실장이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되는 4일 갑작스럽게 연가를 내고 칩거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박 실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식적 연가사유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제주도청 내부에서는 전날 구성지 의장의 '맹렬한 비판'에 충격이 컸기 때문일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 출범 후 화려하게 복귀한 박 실장은 그동안 제주도정의 정책기획을 진두지휘하며 입지를 굳혀왔다.
그러나 지난달 14일 도의회의 2015년 예산안 사전협의 긴급 제안이 이뤄지면서 촉발된 도정과 의회간 정면충돌 상황은 이후 협치위원회 조례안 심사보류,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임명 논란, 강기춘 제주발전연구원장 인사청문회 보이콧 등으로 표면화되면서 더욱 심화되는 양상으로 흘렀다.
그 가운데서 의회 수장인 구성지 의장의 '격노'는 거침이 없었다. 구 의장은 박 실장과 동향 출신으로, 공직 선후배 사이다.
구 의장은 예산협의를 거부한 것 자체보다도 '직속 후배'인 박 실장이 전면에 나서 자신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부한 것에 대해 마음이 상하고 괘씸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 실장이 그럴 수 있나"라는 인식이 저변에 있다는 얘기다.
박 실장이 지난 22일 행정자치위원회 조례 심사자리에서 "오해가 있었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으나 묘하게 꼬여버린 감정적 실타래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져오던 이 '불편한 관계'는 결국 지난 3일 열린 제323회 임시회 개회식에서 박 실장에 직격탄을 쏟아내는 것으로 분출됐다.
구 의장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본회의장에 앉아있는 상황에서, 작심한 듯 박 실장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격정적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준비된 개회사 원고를 낭독하기에 앞서 "이 자리는 도민의 전당, 도의회의 자리다. 그동안 허위사실을 날조하면서 도민들에게 도의원을 매도시킨 기획조정실장을 당장 퇴장시키고 싶지만 오늘은 참기로 하겠다"면서 박 실장에 단단히 화가 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또 지난 이성구 사장 인사청문회 당시 박 실장이 의원들을 설득했던 일을 상기시키며, "이는 기획조정실장이 의원들을 모든 분야에서 쥐락펴락 하고 있다는 것을 도민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인지, 지사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 하려는 얄팍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인지 매우 한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성구 사장 임명강행 부분에 있어서도 박 실장을 겨냥해, "이 같은 상황을 조성한 공무원은 지사의 판단을 어지럽히고 있을 뿐 만아니라 의회와 불화를 계속 부채질하고 있으므로 조직을 위해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공기업, 출자.출연기관장 전면교체에 따른 인선에 대해 '대도민 사기극'이란 격한 표현으로 비판을 구 의장은 "이 같은 일련의 상황들은 소통을 막아 오해 하도록 만들어 가고 있는 악의의 내용으로 보고하는 주변 고위공직자를 포함한 보이지 않는 책사들에 의해서 진의가 왜곡되고 있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본회의가 끝난 후 무거운 표정으로 도청 청사로 돌아온 박 실장은 구 의장의 발언을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업무적으로 비판을 받는 것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발언 내용 중 '허위사실 유포' 등 거짓을 일삼는 것같은 표현은 절실한 기독교 신자인 박 실장이 그런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또한 마치 도지사에게 소통을 막고 악의적으로 내용을 보고한다는 취지의 내용에 대해서도 크게 충격을 받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날 하루 칩거를 하며 마음을 정리한 후, 2일부터는 다시 출근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가져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1977년 공직에 입문한 박 실장은 민선 자치시대 이후 적지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민선 1기 신구범 도정에서는 예산담당관으로 중용됐다. 그러나 민선 2기 우근민 도정에서는 공무원교육원 교수부장(사무관 직위)로 좌천됐다가 2003년 서기관으로 승진하며 투자유치과장에 복귀했다.
이후 민선 4기 김태환 도정에서는 국제자유도시관광국장과 자치행정국장 등 핵심보직을 맡으며 김 전 지사의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민선 4기 막바지에는 서귀포시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서귀포시장 임기가 만료된 후인 2010년 7월,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에서는 이렇다할 보직없이 도정연구관으로 일하다 이듬해 국장급 교육을 다녀온 후 2012년 안전행정부로 전출됐다.
원 도정 출범 후 이뤄진 지난 8월 정기인사에서 부이사관(3급) 승진과 동시에 이사관(2급) 직위인 기획조정실장에 발탁, 원 도정의 최고위직에 올랐다.
도정이 바뀔때마다 굴곡이 심했던 박 실장은 이번에는 정치적 혹은 정책적 갈등이 아니라, 묘하게 꼬여버린 도의회와의 관계 문제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갈등문제 해법찾기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