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나 그 사상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부터 민주주의임을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토론이다.
어떤 문제에 대하여 국민들이 논의하고, 그 결과 정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우리나라의 정책결정 과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대한민국은 토론문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토론을 하는 척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자신이 얼마나 논리적이고 언변이 우수한지 자랑하려는 경향의 토론이 지배적이다.
이는 비단 개인단계의 문제가 아니다. 몇몇의 개인이 그런 경향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책결정 과정 중에도 이런 경향은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일명 ‘게임 중독법’의 공청회를 말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이 공청회에서 ‘사회자로 참석한’ 기선완 인천성모병원 정신과 교수가 게임 산업계 인사들의 발언에 난입해 반박하는 등 편파적인 공청회였다는 참석자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신의진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열린 마음으로 반대하시는 분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립을 지켜야 할 사회자가 한쪽의 편을 들고, 일명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토론문화일까?
내가 원하는 쪽의 편만 들겠다. 어떤 의견을 들어도 자신의 의견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경직된 사고가 다른 곳도 아닌 공청회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청회의 정의를 말하자면 ‘정치기관에서 일정한 사항을 결정함에 있어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는 자리’이다.
즉 공개적 논의를 거치는 과정이라는 의미에서는 토론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러한 공청회, 혹은 토론의 과정에서 기본적인 토론 예의도 지키지 못하고, 자신의 의견과 상충한다는 이유로 말을 가로채고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하는 게 진정으로 바른 토론문화, 더 나아가 올바른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일방적인 모습들을 보며 많은 네티즌들은 분노한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들이 정치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변만 둘러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은 많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틀리다’고 말하거나 화를 내며 얼굴을 붉히는 사람도 많다.
토론문화는 정치 이전에 우리의 사회에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머리를 식히고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면 그토록 분노하게 만들던 그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런 납득할 수 없는 비난에 지쳐 입을 다물어버리는 사람이 우리일지도 모른다. 근거가 희박한 이야기들로 귀를 불쾌하게 하는 것 보다는 애초에 아무런 말들 듣지 않고자 한다. 이 또한 좋은 태도라고는 할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뿐인 토론문화가 아닌 진정한 토론문화의 확립이다.
그것에 가장 필요한 것은 거창한 지식이나 화려한 언변이 아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말을 열린 태도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독불장군이라는 비난이 듣기 싫어서 스스로 ‘열린 태도’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디 올바른 토론문화의 확립으로 ‘토론=싸움’이라는 소비적인 생각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박소연 /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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