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백지화 그날, 구럼비에서 청사초롱 밝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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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백지화 그날, 구럼비에서 청사초롱 밝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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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의 詩] 해군기지 백지화 되는 그날
"서울식당 형님 내외분 중덕에서 전통혼례 성대히 열리라"

아직껏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서울식당 형님 내외분의 전통혼례를 성대히 열리라
강정 중덕 구럼비 바위 위에 초례청을 마련하고 청사초롱을 밝히리라

김경훈 시인은 평화를 상징하는 노란색 염색을 하고 사회를 보리라
문정현 신부가 흰 수염 위엄있게 어흠어흠 주례를 서고
강동균 마을회장이 능청스럽게 축사를 하리라

서예를 하는 정순임은 고천문을 일필휘지 휘갈겨 쓰고
강정의 토종시인 고영진은 축시를 멋지게 낭송하리라

민성이와 태나는 예쁜 화동이 되고
김국남 해상팀장은 카약을 타고 축하 퍼레이드를 하리라
김영오 김영삼 형제는 뱃전에서 뱃고동을 연신 울리고
김미량은 날렵한 몸으로 축하 다이빙을 하리라

삼거리식당 주방장 김종환은 하객들의 식사준비에 열을 올리고
중덕이는 뭔 일인고 이리저리 킁킁 살피리라

놀이패 한라산 딴따라들이 풍물을 울리면
신랑신부가 씩씩하게 입장하리라

우리의 신부는 수줍음 빛내며 기쁜 입을 다물지 못하리라
우리의 신랑 또한 예의 주접을 심히 떨리라

강정해군기지 백지화 되는 그날,
평화의 바람이 구럼비를 감싸고 생명의 구름이 할망물에 비를 보태리라
일만 명의 하객들에게 돼지고기 석 점 막걸리가 아낌없이 조달되리라
강정마을 지키세

마약 댄스가 거대한 군무로 이어지고
너 나 없이 얼싸 안아
축하의 노래가 기쁨의 눈물로 하염없이 강정천을 흐르리라
그날은 이제 곧 오리라

<시인 김경훈>

   
김경훈 객원필진.<헤드라인제주>
김경훈 시인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우아한 막창」,「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최근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현재 제주4.3사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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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화 그날 2012-08-23 16:34:26 | 110.***.***.108
모든게 백지화가 되는 그날이 오면 오죽 좋을까. 구럼비는 옛말이 되어가고 불 밝히려던 청사초롱은 기약이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