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관제권, 군사보호구역 '중복지정'...왜 극구 '문제없다' 강조?
제주해군기지 공유수면 매립공사 공사정지 처분청문에 따른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는 우근민 제주지사가 10일 판단여부의 중요한 잣대로 '크루즈선박의 입출항만 된다면'이라는 조건의 충족여부를 볼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이날 오후 2시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우 지사는 △공사중지 명령 처분 여부 △무역항과 군사보호구역 중복지정 논란 △항만관제권 관할 부대장 행사 등의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특이한 것은 일련의 입장이 예전과는 상당부분 달라진 듯한 뉘앙스를 전했다는 것이다.
▲공사중지 명령 처분 조건은 왜 '입출항'으로 압축됐나
우선 청문 실시에 따른 공사중지명령 처분 여부.
우 지사는 "청문과 관련한 것은 제가 일단 정리를 해 놓은 상태이고, 판단도 서 있다"고 밝혔다. 말미에는 다시 "이미 판단은 서 있다"고 말했다.
판단은 이미 서 있다고 말하면서도, 결정내용을 발표하는 시기와 관련해서는 "16일 검증(실시간 시뮬레이터 재현)이 예정돼 있고,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가 중요한 만큼 그 결과가 나오면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서 있는 판단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검증에서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는데, 그걸 미리 예측해서 얘기하는 것은 경솔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우리가 하겠다는 의지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15만톤급 크루즈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실제 일을 잘 풀어서 15만톤급 크루즈가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검증결과에서 15만톤급 크루즈선의 입출항이 문제없다면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을 수도 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종전 제주도의 입장과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지난 청문의 실시배경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당초 제주자치도는 △기본계획서에 포함된 15만톤급 크루즈선박 2척의 동시접안 내용이 실제 실시계획에 반영됐는지 여부 △정부가 지난달 2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발표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선 입출항 기술검증 결과 및 조치계획'의 내용이 공유수면 실시계획의 중대한 변경을 수반하는지 여부를 공사중지 명령의 판단근거로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두번째 실시계획 변경 수반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우 지사의 이번 발언에서는 오로지 '15만톤급 크루즈 선박만 들어올 수 있다면'으로 수용조건이 압축된 것이다.
▲선회장 직경 논란 속, '뺑뺑 도는 신식배' 얘기는 왜?
뿐만 아니라 항만 선회장 직격 규모의 논란을 의식한 듯, '뺑뺑 돌면서 회전하는 신식 배'라는 말도 불쑥 꺼내들었다.
우 지사는 "요즘 나오는 신식 배들은 앉은 자리에서 '뺑뺑' 돌면서 회전할 수 있는 배들"이라고 말했다.
당초 제주도는 선회장 직경과 관련해 배의 길이에 두배 정도는 확보돼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 문제는 제주도가 TF팀을 구성해 자체검증을 한 결과를 토대로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문제다.
그런데도 '뺑뺑 도는 신식배' 발언은 선회장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더라도 입출항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한 것으로 일관성에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무역항-군사보호구역 중복지정 '괜찮다'면, 왜 예전엔 문제제기?
두번째 국토해양부의 항만법 시행령 개정과 국방부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무역항'과 '군사보호구역'이 중복 지정되는 문제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
우 지사는 "예민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면서 다른 지역 공항운영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민군복합항이기 때문에 해군 배도 들어오고, 크루즈도 들어오는 것"이라고 전제, "대구에 공군비행장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군비행기와 민항이 모두 들어오고 있고, 공군이 쓰는 활주로와 민항이 쓰는 활주로가 같다"며 무역항과 군사보호구역이 중복 지정된다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우 지사는 "항만에서 크루즈가 선회장을 돌며 운항할 수 있고, 해군 배가 정박했다가 한번 돌고 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중복지정에 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소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제주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부분이다.
무역항 지정을 통해 민항과 군항이 공존하도록, 무역항계와 군항계, 그리고 공동구역을 설정하자는 협의가 이뤄져 왔다.
지난 3월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이 제주를 방문할 때에도 선언적으로라도 무역항 지정을 추진해 달라면서 '경계선' 얘기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중복 지정해도 아무런 문제 없다는 발언은 종전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항만관제권 협의 속, '관할부대장 해도 문제없다' 발언은 왜?
세번째 '항만 관제권' 얘기도 마찬가지다.
군사시설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크루즈입출항 등의 항만관제권을 관할 부대장 등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부분에 있어 우 지사는 이 역시 "우려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 지사는 "공군비행장에 관제권이 공군 부대장에게 있다고 해서 민항 비행기가 이착륙하지 말라 하는게 얘기가 되겠나"라고 반문하며, "요즘 사회 흐름이 그렇게 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토해양부와 군, 제주도가 관제권에 대한 얘기를 함에 있어서도 이런저런 내용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상황이 아니고서는 (크루즈 입출항에) 제약을 받을 수 없다"면서 "다른 지역의 사례만 보더라도 군과 민항이 같이 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그런 것에(관제권 및 중복지정에) 너무 예민하다 보면 마치 제주도만 모나게 보이면서 도지사가 협의를 하는데 애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제권 얘기는 제주도가 먼저 꺼내든 카드로, 지금까지 줄곧 국토해양부장관이 행사해야 함을 강조해 왔다. 이 맥락에서 최근까지도 관제권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결국 이번 중복지정과 관제권 논란은 제주도가 먼저 제기했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최근들어 불필요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공사중지명령 처분을 비롯해 중복지정과 항만관제권 등과 관련한 우 지사의 이번 발언은 종전 입장과는 분명 차이가 커 보인다. 예전의 주장과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일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