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적 '설득' 논리...보충질문 '재반론' 없어 실종된 '설전'
'지적'의 논리가 강했을까, '설득'의 논리가 강했을까.
지난 19일과 20일 이틀간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293회 임시회 도정질문은 제주현안에 대한 많은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제주도정과 의회간 시각차가 극명하게 표출됐다.
질문의 가지수는 많았지만, 이를 서로 공유하고 발전적 대안으로 도출하는데는 한계를 보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도정질문은 서면질문자를 포함해 첫날 9명, 둘째날 7명 등 16명이 나섰다.
의원 한명당 보통 7꼭지 내외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질문 가지수로 보면 100건에 가까운 질문이 이뤄진 셈이다.

즉, 도정질문을 통해 의원들이 문제를 날카롭게 잘 지적했다기 보다는, 우근민 제주지사가 도정질문이란 장을 통해 쟁점 현안에 대한 '대도민 설득의 기회'로 잘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질문과 답변은 어떠했을까.
전체적으로 이번 도정질문에서 제기됐던 사항 중 주요 쟁점은 △제주해군기지 논란 중 제주도정의 역할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과정의 논란 △쇼핑아울렛 계획의 혼선 △제주삼다수 일본수출 업체의 문제 △노면전차 트램의 정책 이행 여부 등이 떠올랐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만 된다면..." 조건부 찬성논리에 '침묵'
우선 제주해군기지 문제.
첫날 김영심 의원(통합진보당)의 일문일답 질문에 이어, 둘째날에는 박원철 의원(민주통합당)과 강경식 의원(통합진보당)이 이 문제에 대해 제기하고 나섰다.
질문의 내용은 주로 현재 발생하고 있는 강정마을에서의 공권력 행사의 과도함으로 인한 인권유린 문제, 제주해군기지 공유수면매립공사 정지처분 청문에 따른 중지명령을 조속히 내릴 것, 제주의견을 무시하는 정부에 대해 '자존'을 갖고 도지사의 권한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할 것 등이다.
그러나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수많은 질문 속에서도 우 지사의 답변은 원칙적인 범주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이번 도정질문에서 명확하게 거듭 언급하며 강조하고 나선 것이 '15만톤급 크루즈항 건설 조건'의 제시다.
도정질문 답변을 처음 할 때, 모두 발언형식으로 15만톤급 크루즈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이 될 수 있도록 안전성 검사를 철저히 해 나갈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진 각각의 질문답변에서는 현재 15만톤급 퀸메리호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상해, 홍콩 등을 거쳐 일본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15만톤급 크루즈가 정박할 수 있는 항구가 없어 지나쳐가는 실정임을 몇번씩이고 설명했다.
제주에 15만톤급 크루즈항만 건설된다면 한번에 3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들어올 수 있어 관광객 유치는 물론 지역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우 지사의 설명이다.
이러한 입장은 곧 15만톤급 크루즈선박만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항만이 건설된다면 제주해군기지 국책사업을 전면 수용함은 물론, 자신이 직접 나서서 도민들을 설득하겠다는 얘기로 이어졌다.
이러한 우 지사의 입장은 예전에도 간헐적으로 피력되기는 했으나, 현재 다양한 갈래로 이뤄지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논란의 복잡성을 '일원화' 시켜 나가려는 뜻이 내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이런저런 논란이 많고, 제주도가 정부와 갈등이 빚어지면서 숱한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나, 제주도의 기본적 입장은 15만톤급 크루즈선박이 입출항 가능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만 된다면 국가정책을 전면 수용한다는 것, 이 하나 뿐이라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앞으로 도민사회 논의의 초점도 '15만톤급 크루즈항'으로 가져 나가길 바라는 여론전환용 목적에서 수차례 반복적 강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우 지사가 현재의 논란에서 △제주해군기지를 무조건 해야 한다는 쪽 △민군복합형 관광미항만 된다면 찬성하겠다는 쪽 △민군복합형 관광미항과 상관없이 제주해군기지는 무조건 안된다는 쪽, 이 3가지를 들며 이 중 두번째인 조건부 찬성에 도민 60-70%가 찬성하고 있다는 얘기를 꺼내든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제주해군기지 공유수면매립공사 정지처분 청문과 관련해서는 지난 3번의 청문을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해 청문주재자의 의견서가 제시됐고, 현재 10명의 자문변호사로 하여금 법률적 검토를 하는 중으로 이 결과에 따라 중지명령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피력됐다.
중앙정부와의 갈등 속에서 제주의 '자존'을 지켜야 한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끌려다니지 않고 있다"는 얘기로, 강정마을에서의 인권유린 문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인권은 모든 것에 우선해 보호돼야 하고, 이런 것이 무너지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라는 입장으로 마무리했다.
의원들의 많은 지적과 질책, 그리고 촉구가 이어졌으나, 우 지사의 답변은 이 '조건부 수용'의 범주를 좀처럼 벗어나지 않았다.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있어 도정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의 횟수는 많았으나, 우 지사는 '조건부 수용'이란 논리로 제 역할을 못하는게 아니라는 반론적 설득을 편 것이다.

▲7대경관 날카로운 송곳 질문...역설적 답변에 보충질문 '조용'
두번째,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과 관련한 논의는 질문에 내용에 직접적으로 답을 하기 보다는 "왜 제주에서만 이래야 하나?"라는 취지의 역설적 화법인 '패러독스' 답변이 주를 이뤘다.
이 질문은 이선화 의원(새누리당), 고충홍 의원(새누리당), 강경식 의원 등이 했다.
이선화 의원은 세계7대자연경관 타이틀이 각종 의혹으로 얼룩지면서 이를 '성공한 사업'으로 볼 수 있느냐고 직접적으로 일침을 가했다. "도민들이 세계7대자연경관을 입에 올리길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이게 성공적인 사업인가"라고 몰아세웠다.
'입에 올리기도 부끄럽게 생각',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가 많아졌다'는 등의 표현으로 잔뜩 상기된 표정을 짓던 우 지사는 '역설적인 설명' 방식의 답변으로 응수했다.
'제주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환경을 지닌 곳으로 뽑혀 세계인에게 공개됐다'라는 내용의 영국 인디펜던트 신문에 실린 기사를 소개한 그는 제주와 함께 7대 경관지로 선정된 다른 나라 지역에서 현재 행하고 있는 일들을 설명했다.
필리핀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지하강 7대경관 선정 인증 행사를 중앙단위와 지역단위로 갖는다는 얘기, 이과수폭포가 있는 아르헨티나와 아마존이 있는 브라질에서도 제주도까지 초청하며 성대한 인증행사를 갖고 있다는 얘기로 이어졌다.
아르헨티나는 7대경관으로 선정되자 1000억원을 투입해 이과수폭포 주변 개발계획을 세우고 있고, 인도네시아도 코모도 국립공원 발전계획을 발표했고, 필리핀은 지하강에 관광객이 많이 올 것으로 예상해 국제공항 건설계획을 발표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어 우리나라가 지난해 국가브랜드 18위에서 15위로 상승한데에는 제주 7대경관 선정 요인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 의원의 답변에 가름했다.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은 아니나, 7대 경관으로 선정된 나라마다 모두 인증식 등으로 떠들썩 하게 행사를 가져나가고 있는데, 왜 우리 제주도에서만 논란에 휩싸여야 하느냐는 역설적 호소를 한 것이다.
고충홍 의원의 '공식 인증서' 질문에는 '무슨 뚱딴지 같은 질문이냐'는 듯이 답변했고, 제주발전연구원의 7대경관 경제적 효과 분석에 대해서는 외래 관광객 1인당 소비지출을 토대로 한 타당성있는 분석이라는 말로 뒷받침했다.
강경식 의원의 '돈으로 딴 타이틀', '사기극'이라는 직설적 공세에는 답변할 기회를 얻지 못한 탓인지, 짤막한 답변으로 넘어갔다.
세계7대경관 논란의 도정질문에 있어서도, 질문을 받은 우 지사가 코너에 몰렸다기 보다는 해명 내지 '역공세'를 할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쇼핑아울렛-제주삼다수 일본수출 등, '답변'으로 일축
이외 쇼핑아울렛 관련 논란도 마찬가지다. 김희현 의원(민주통합당)과 김진덕 의원(민주통합당) 등이 질문을 던졌다.
우 지사가 '프리미엄 아울렛'을 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도 쇼핑특구 계획이 제시되고 있고, 앞선 제2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서도 쇼핑아울렛이 언급됐으나 지금까지 이의 '로드맵' 조차 제시되지 않으면서 혼선만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의원들의 질문 취지다.
이에대한 우 지사의 답변은 빈약한 쇼핑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리미엄 아울렛'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이의 구체적인 계획이나 어느 곳에 만들지 여부는 모두 '투자자가 결정할 몫'이라는 것으로 논란을 일거에 일축시켰다.
제주도개발공사와 5년간 600억원 상당의 삼다수 일본 수출계약을 맺은 (주)지아이바이오 문제에 대해서도 우 지사의 답변은 간단했다.
김희현 의원은 이 업체가 실제 유통경험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수출실적이 전무한 점을 놓고 보면 '전형적인 증권시장 테마기업'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왜 하필 이 업체와 MOU를 체결했느냐는 배경에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우 지사는 "이행보증금 30억원을 받아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올해 말에 가서 수출실적을 보고 해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말로 가름했다.
경제적 타당성 논란 및 재원확보 문제로 인해 민선 5기 핵심공약인 노면전차 트램(Tram)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장 포기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 지사는 "정부의 도시철도 예비타당성 조사용역이 진행 중인 만큼 이 결과 적합하지 않는다면 포기하겠지만, (트램이) 먼 훗날 제주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예비타당성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단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요 쟁점에 대한 질문답변에서, 문제를 제기한 질문내용보다는 답변의 내용이 마치 결론으로 도출된 것처럼 매듭되면서, 예상됐던 '설전'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설전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보충질문을 통한 재반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도정질문이 끝난 후 도청 내부는 물론 심지어 의회 내부에서도 '지적'의 논리 보다는 '설득'의 논리가 강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번 도정질문의 '득'은 의회가 컸을까, 도정이 컸을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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