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엄포', 백성들은 닥치고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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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엄포', 백성들은 닥치고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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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정부 제주해군기지 강행입장의 '당위성' 논리의 한계
크루즈항 설계 '문제없다' 근거는?...공사중단 이유는 '백성탓'?

정부가 29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천명된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방침의 유일한 설득논리는 '당위성'이란 포장 하나다.

일련의 과정에서 표출됐던 공론을 무시한채, 정부의 일방향적인 입장만 발표되면서, '우격다짐' 수준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한 공사방해 행위에 대한 엄벌방침 표명 부분에 있어서는, 제주해군기지 찬성론과 반대론으로 이분법화 해 반대측은 마치 국가사업에 도전하는 세력인 것 마냥 하면서 강경한 대응이 천명됐다.

한마디로 이날 국가정책회의를 통해 발표된 내용은 앞으로 제주해군기지 사업에 대해 딴지를 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엄포'로 받아들여지게 한다.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주민과 반대단체들은 물론 민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더 이상 국가가 하고자 하는 사업에 태클을 걸지 말라는 선전포고에 다름없다.

이 발표가 이뤄지던 날, 제주사회는 수년간 논란을 벌여온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는 기대감 보다는, 충격과 허탈의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살벌한 엄포'로 해석했다. 정부가 제주도민은 물론 제주해군기지의 문제를 지적하는 국민들에 대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가 왜 이처럼 '우격다짐' 내지 '공포정치'로 비춰지는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당위성의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과정상에 제기됐던 각종 문제에 대해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정리한 것이 없고, 한결같이 '당위성' 하나로 모든 것을 덮어두려는 억지성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지방정부인 제주도가 제기했던 문제에 대해해서도 깡그리 무시했다.

정부가 발표한 국가정책조정회의 결과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크루즈항 설계오류 의혹, '문제없다' 결론 낸 근거 뭔가?

우선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15만톤 크루즈선의 자유로운 입출항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

이에대해 정부 입장은 한마디로 "문제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15만톤 크루즈선의 입출항이 전반적으로 가능하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보다 더 안전하고 원활한 입출항을 보장하기 위해서 크루즈선 항로를 변경(항로법선 77도→30도)하고, 항만 내 서측 돌제부두를 고정식에서 가변식으로 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는 국방부가 단독으로 제출한 선박시뮬레이션 결과를 갖고 오히려 안전성이 더욱 향상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더 이상 크루즈 입출항 논란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문제가 없다는 이 결론은 무슨 근거로 한 것일까.

국방부가 이 문제의 논란이 불거지자, 국무총리실 기술검증위원회의 검증결과가 나오기도 한참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자체적으로 해왔던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결과자료에 의한 것이다.

이 국방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해서는 제주특별자치도와 도의회가 총리실에 보낸 공문을 통해 "인정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시뮬레이션이 누가 하느냐에 따라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결과물만을 갖고는 '잘됐다, 못됐다'를 평가하기도 어렵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주자치도는 총리실에 국방부 자체적으로 실시한 이 결과물은 인정할 수 없다는 단호한 표현을 쓰면서 해군과 제주도, 국회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공동으로 참여한 가운데 시뮬레이션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이 의견은 철저히 무시됐다. 오로지 국방부에서 제출한 의견만을 갖고 국민들에게 믿어달라고 우겨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 내용에서는 제주도에서 개진한 의견을 수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다. 무조건 문제없다는 일방적 발표 뿐이다.

이 문제는 해군기지 반대단체 뿐만 아니라 강정마을 주민들, 도의회, 그리고 심지어 지방자치단체인 제주도에서도 강력하게 제기했던 문제이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실체 논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 항만설계 부분에 있어 정부는 국민들의 의견 개진에는 전혀 아랑곳없이 오로지 국방부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지방정부 조차 설득시키지 못하는 정부가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공사중단 이유 '무단점거 시위'때문?..명백한 '현실 왜곡'

두번째, 왜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중단되거나 마찰을 빚어왔는가 하는 점에 대한 인식의 문제.

정부는 해군기지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및 논란을 '찬반 이분법'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일부 주민.반대단체 등의 물리적 집단 점거 및 시위 등으로 공사가 중단돼 발생하는 손실 예상액은 운영비, 장비비 등 매월 약 34억원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 그것이다. 공사가 중단된 이유는 '무단 점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공사가 중단됐던 과정의 이유를 모든 잘못을 백성들, 그 중에서도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세력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실제 공사가 중단된 1차적인 이유는 환경성 논란과 절차적 문제 때문이었다. 또한 공사과정에서 나타난 '불법성 논란'이 표출된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즉, 반대세력의 공사저지 때문이 아니라, 불법성 논란을 자초하거나 환경성.절차적 논란을 야기한 해군측에도 잘못이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금까지 공사가 중단된 이유는 무단점거 때문도 아니고, 집단 점거 및 시위 때문도 아니다. 이는 분명한 현실왜곡이다.

지금의 공사중단은 해군측이 오탁방지막이나 가배수로, 침사지 설치 등의 규정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채 공사를 강행했던 사실이 확인돼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지시'로 인해 중단된 것이다.

반대세력의 저지 때문이 아니라 해군의 명백한 잘못에 의해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치 지금까지 극렬한 시위나 점거 때문에 그랬던 것처럼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앞으로 공사일정을 앞당겨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불법적인 공사방해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공사방해, 현장침입 점거 등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엄정하게 대응하는 한편, 물리적 충돌 예방을 위해 시설.인력 등을 보강해 경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사중단의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한 정부가 무시무시한 '엄포'를 넣고 있는 것이다.

책임전가와 더불어 발표된 '엄포'가 공사강행의 정당성을 포장하기 위한 '여론전환용'이란 의심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경성 논란이나 절차적 문제에 있어서는 어떻게 보완해 나가겠다는 언급도 없다.

#향후 10년 지역발전사업 고작 '5000억원대' 생색내기

세번째,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주변지역발전계획이다. 이는 2008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지원을 약속한 사안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49개 사업 1조3676억원(국비 9962억원)을 요구해 그동안 협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부는 향후 10년간 추진할 37개 지역발전사업으로 1조 771억원 규모의 사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요구한 것보다 전체적인 사업비 규모에 있어서는 3000억원 정도가 모자란 수준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이보다도 훨씬 못한 수준이다. 1조771억원 중에는 지방비 1710 억원, 민자 3274억원이 포함돼 있다. 실제 국비는 국비 5787억원에 불과하다.

제주도가 요청한 국비규모는 9962억원인데 반해, 정부는 고작 5787억원만 반영하며 생색내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 반영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한 이유, '제주 경제발전' 위해?

세번째,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당위성에 있어서는 종전과는 다르게 '국가안보' 보다는 '경제발전'이란 부분이 상당히 부각됐다.

제주해군기지가 우리나라 전체 교역 물동량의 99.8%가 통과하는 남방해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필수적 시설이고, 제주지역의 새로운 관광자원이 되어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등 제주 경제발전에 중요한 국가사업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것이 골자다.

군사적인 전략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설명은 거의 없다. 최초 해군기지 건설은 군사 전략적 차원이었는데, 이제는 무역과 제주 관광산업 내지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국가사업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2015년까지 계획대로 사업을 완공하기 위해 준설 등 본격적인 공사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황식 총리는 그동안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해 제기됐던 문제 등을 '소모적 논란'으로 표현했다.

김 총리는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사업에 대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이나, 소모적인 사회적 갈등을 끝내고, 훌륭한 항만 건설과 제주 지역발전을 위해 민.관.군이 합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날 정부의 제주해군기지 입장은 각각의 논란 사항이나 제기됐던 문제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설명조차 없이 '당위성' 하나로 모든 것을 이해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방자치단체 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이 정부 발표에 국민들은 복종할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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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2012-03-02 02:35:58 | 203.***.***.70
이땅이 언제부터 주민들 허락도 없이 삶의 터를 빼앗는것이 합법이 되었습니까?절차를 무시하고 인권이 무시된다면 독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한라산 2012-02-29 18:16:39 | 112.***.***.11
글이 아주 신랄하고 딱부저린제 속이 다 후련합니다 막잡은 정부에 대해 언론이 이렇게 나가야죠. 이제 우근민 지사만 독한결심하면 제주도민 똘똘 힘 뭉쳥서 정부와 맞설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