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요구 문서는? 이사장은 이미 결재?...이유 있었던 '엇갈린 답변'
지난해 6월 공모했던 제주4.3평화재단의 직원 특별임용시험의 전형결과가 '8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전형결과를 담은 인사위원회 공문서의 결재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사위원장이 이미 결재를 한 인사위원회의 '면접시행 결과 및 후보자 등록안내' 제목의 공문서에 대해 재단이 두번에 걸쳐 폐기토록 주문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미 꼬일대로 꼬여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직원채용 전형결과 논란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확산되면서 내부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신임 이사장 결재여부...상임이사 "안했다" VS 사무처장 "했다"
'이사장 결재' 논란의 시작은 지난 21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위성곤)가 4.3평화재단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표출됐다.
업무보고에서는 4.3평화재단의 이성찬 상임이사와 김익수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이 상임이사는 이번 직원채용 전형의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춘광 의원(민주통합당)이 "인사위원회에서 직원 채용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있었느냐"며 "현재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느냐"고 묻자, 둘은 서로 엇갈린 답변을 했다.
이번 전형의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성찬 상임이사는 "인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면접자 자격기준 등에) 문제가 있어 이사장에게 보고가 됐고, 최종 결론을 도출하는 중에 이사장 임기 만료로 공백사태가 발생했다"며 "(김영훈) 신임 이사장이 선임되고 나서 감사위원회 처분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며 결재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즉, 김영훈 이사장이 올해 1월1일부로 취임해 업무를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는 최종 합격자에 대한 결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이 자리에서 위증을 하면 안된다"며 "그렇다면 인사위를 통과한 것을 이사장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냐"고 묻자, 이어서 답변한 김 사무처장은 "지난해 12월 말에 이사장이 결재를 했다"고 상반된 답변을 했다.
김 사무처장은 "다만,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감사위원회의 감사처분 결과를 참고하고자 해서 합격자 발표를 미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의 답변은 이미 지난 12월 말에 이사장 결재가 이뤄지면서 시험시행 결과(합격자)가 수용이 되었고, 다만, 합격자 발표만 미뤄진 상태라는 것이다.
이처럼 크게 엇갈린 이 상임이사와 김 사무처장의 답변에 위성곤 위원장과 윤 의원은 둘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한 듯, "재단 조직에 문제가 있다"며 거듭 다그쳤다.
그러자 이 상임이사는 "결재가 났으면 당연히 발표되는게 상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라며, 발표가 나지 않아서 결재가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으로 답변을 정정했다.
처음에는 "안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몰랐다"는 입장으로 바꾼 것이다.
4.3재단에 함께 근무하면서도, 이사장 결재를 했는지 안했는지에 대해 2명의 상근자가 전혀 다른 답변을 하면서 의회 내부에서도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김영훈 이사장 "응시현황 등의 문서에만 결재했을 뿐"
도의회에서 한바탕 논란을 빚은 다음날인 22일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이번엔 당사자인 김영훈 재단 이사장이 "합격자를 결정하는 내용의 문서에 결재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올해 1월1일 취임한 김 이사장은 취재진들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응시현황 등 접수사항만 결재했을 뿐, 합격자 여부에 대해서는 승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결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감사위원회에서 이번 직원채용 전형과 관련한 감사처분결과가 나온 후 결재를 할 예정이나, 아직 처분결과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해서 보니 직원 채용과 관련해 인사위원, 사무처장, 상임이사의 말이 다 제각각이었다"며 "합격자 승인을 했으면 바로 채용해야 하지만, 그런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사무처장 "이사장 결재가 이뤄진 것은 분명한 사실"
그러나 결재권을 쥔 당사자인 김 이사장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23일까지 이어졌다.
김익수 사무처장은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사장 결재가 이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전임 이사장(장정언 이사장)이 결재를 보류했던 문서를 조속한 마무리를 하겠다는 말씀과 더불어 서명을 하셨다"며 "정확하게 말하면, 행정안전부가 김영훈 이사장 취임 승낙문서가 도착한 (지난해) 12월30일에 (이사장이 결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재를 한 문서가 뻔히 있는데, 숨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감사처분 결과가 나오면 합격자는 곧 통보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응시현황이 담긴 문서에만 결재를 했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 문서는 7월에 인사위원장(상임이사)이 재단에 통보하였으나 전임 이사장이 결재보류를 하고 있었던 문서로, 제목도 분명하게 '제주4.3평화재단 직원 특별임용시험 시행결과 통보'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20일 인사위원회가 기안해 인사위원장 결재를 거친 후 이사장에게 통보한 문서라고 거듭 밝혔다.
결국 합격자 결정 결재가 이뤄졌다는 부분에 있어서 김 이사장은 "결재를 안했다"는 것이고, 인사위원장인 이 상임이사는 "모른다"는 입장, 그리고 김 사무처장은 "결재가 이뤄졌다"는 주장인 것이다.
▲합격자 결정 공문서 이미 '결재'...어떻게 된 일?
그런데, 이 논란과 관련해 다시 새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도의회 윤춘광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따라 4.3재단이 제출한 관련 공문서 사본을 확인한 결과, 이사장의 결재란에 사인이 돼 있었다.
결재공문서는 지난해 7월20일 인사위원장(이성찬 상임이사)이 이사장 앞으로 올린 것으로, 제목은 '제주4.3평화재단 직원 특별임용시험 시행결과 통보'로 돼 있었다.

붙임자료에는 면접시험결과의 점수와 함께 직급별 1명씩 4명에 대해 '합격'이라는 굵은 글씨가 돼 있었다. 사실상 합격자 결정 공문서인 것이다.
김익수 사무처장은 "지난번 결재가 최종 합격자 통보 결정공문이었다"며 "이제 남은 것은 감사위원회 처분결과에서 전형과정에 적법성 문제만 없다면 이미 7월 20일 결재됐으나 시행 보류되어 있는 ‘합격자 통보와 임용후보자 등록공고'를 시행하고, 그리고 이사장이 임용권을 행사하는 절차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형절차는 모두 끝났고, 공고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결재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공문 발신자인 인사위원장, 그리고 최종 결재자로 돼 있는 김 이사장은 왜 다르게 답변했던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김 이사장은 명확하게 설명은 하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 7월 기안된 문서여서 그동안 진행됐던 상황 자료로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공문에 결재를 하면서도 이 내용이 마지막 합격자 결정통보에 따른 최종 결재가 아니라, 한단계 전인 응시현황 및 면접시험 결과로 이해했을 가능성이다.
최종적으로 합격자 결정통보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앞으로 결재를 한번 더 해야 하는 상황으로 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이 그동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종 결정 사인은 안했다"고 설명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 새롭게 확인된 2번의 행정지시...'문서 즉시 폐기하라'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인사위원회 명의로 올린 이 공문임에도 불구하고 인사위원장인 이성찬 상임이사가 왜 "안했다" 내지는 "모른다"로 일관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는 도의회 답변에서 말미에는 발표가 나지 않아서 결재가 안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정말 몰랐던 것일까.
하지만, 사무처가 도의회에 제출한 자료를 확인하던 중 그 이유를 짐작케 하는 2개의 새로운 공문이 추가로 확인됐다.


첫번째 '행정지시' 공문은 지난해 9월29일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직원 특별채용 경력기준 심의를 안건으로 해 인사위원회를 10월4일 개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공문에는 인사위원회 개최 뿐만 아니라, '등록 문서 폐기'를 주문하는 행정지시가 이뤄졌다. "인사위원장이 결재한 재단직원 특별임용 후보자 등록문서는 잘못되었으므로 즉시 폐기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7월20일자로 인사위원장의 결재가 이미 거쳐져 이사장에게 제출됐다가 보류된 기안 공문을 폐기하라는 주문이다.
그리고 두번째 '행정 추가 지시' 역시 같은 내용이다. 종전 1차 행정지시의 인사위원회 개최 지시에도 불구하고 실제 개최되지 않은데다, 공문이 폐기되지 않으면서 추가지시를 내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공문에는 "인사위원회 소집은 위원회의 권한 사항임"이라는 말이 명시돼 있다. 그리고 거듭 종전 공문서 폐기를 하라는 주문이 실려있다.
"결재문서는 시행이전에 결재권자가 변경, 수정, 폐기 등을 할 수 있으므로 직원 임용후보자 등록문서는 결재권자가 시행을 보류한 문서이므로 즉시 폐기 조치할 것"을 주문했다.
또 "본 지시를 이행치 않을 시 재단 복무규정에 의한 상급자의 직무상 명령지시 불복종으로 처리 등 징계대상임"이라고 명시까지 했다.
이 부분만 보더라도 재단내 갈등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인사위원회를 다시 개최해 1차 서류심사의 경력기준 심사를 하라는 주문이 이행되지 않은데다, 폐기하라는 공문서가 실제 폐기되지 않으면서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김익수 사무처장은 "장정언 전 이사장과 이성찬 상임이사는 문서 파기를 요구했고, 현재에도 결재를 취소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찬 상임이사가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 때문이다.
2번의 행정지시가 이뤄지면서 해당 공문서가 폐기됐거나, 혹은 폐기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사장 행정지시로 이뤄졌기 때문에 효력이 없는 것으로 봤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즉, 합격자 결정 및 후보자 등록안내 공문이 폐기된 것으로 봤기 때문에 이번 김영훈 이사장 결재를 하려면 다시 인사위원장인 자신의 결재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자신은 결재를 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이사장 역시 결재할 서류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것이 지난 도의회 업무보고에서 빚어진 '엇갈린 답변'의 이유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사무처장은 폐기하라는 행정지시에도 불구하고, 이 공문서를 폐기해서는 안될 사안이고, 그 효력이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
시행되기 전에는 결재권자가 해당 공문서의 폐기를 명할 수 있다는 전임 이사장의 생각, 그리고 인사위원회는 엄연한 독립기관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전임 이사장이 인사위원회 공문에 대해 폐기 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사무처장의 생각.
이러한 엇갈린 생각, 엇갈린 답변 속에 이제 8개월째 표류하고 있는 전형결과의 논란은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전형문제 관련 감사처분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은 취임 후 줄곧 "감사위의 처분결과가 나오면 그 내용을 보고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제 이 논란은 서서히 종점을 향해 가고 있는 분위기다.
전형결과 논란의 최종 결론은 어떻게 내려질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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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평화재단 직원채용 전형결과, 왜 논란 생겼나?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해 6월 일반직 2급과 4급, 5급, 기능직에서 각 1명씩 모두 4명을 선발키로 하는 내용의 직원특별임용 공모를 했다. 공모결과 모두 18명이 접수했는데, 전형절차를 거쳐 7월12일 응모자 중 2급 3명, 4급 5명, 5급 6명, 기능직 1명이 1차 서류전형 통과자로 결정됐다. 그리고, 7월15일 면접이 시행됐고, 각 면접위원별 평가점수를 합산한 평정결과 일반직 2급의 경우 A씨가 1순위로 정해졌다. 나머지 직급에서도 1순위자가 정해졌다. 그러나 당시 장정언 이사장이 최종 인선결과에 대한 결재를 거부하고 나섰다. '정치적 인선'이라는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해석됐으나, 결정적인 것은 1차 서류 심사과정에서 '경력자 기준'을 잘못 적용됐다는 것이다. 최초 재단이 공고한 2급 직원 자격기준에서는 학위 기준으로 볼 때 A씨는 적격자가 아니나, 서류심사 전형위원이 마지막 '기타 경력'을 '관련직무분야 민간근무 3년이상 경력자'로 정한 것이다. 이 '3년 이상'이란 근거는 제주특별자치도 인사규칙을 준용한 것이라고 재단 사무처측은 설명했다. 채용공고는 재단 자체적으로 한 것이지만, '기타 경력'은 제주도 인사규칙을 준용하면서 결국 전체적으로 자격기준이 크게 완화돼 버린 것이다. A씨의 경우 제주4.3연구소 사무국장을 지낸 기간이 2년10개월에 불과했으나, 서류전형위원들은 '한나라당 4.3특별법 개정안 반대 범도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이란 직책을 2년6월 수행한 것을 더해 '3년 이상'을 충족시킨 것으로 해석해 통과시켰다. 김익수 사무처장은 "서류심사 과정에서 또다른 경쟁자인 B씨에 대해서도 A씨와 유사한 '기타 경력'이 인정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장 전 이사장은 이러한 자격기준 문제 등을 들며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순간까지 결재를 거부하며 전형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퇴임 후에도 "4.3이 정치적 외압에 의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사무처장은 "지난해 7월5일 서류전형 시험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인사위원장은 물론 이사장까지 결재를 받아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와 동시에 면접시행계획 공고를 했는데, 7월20일 면접시험 결과가 나오고서야 1차 서류전형의 자격시비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류전형 결과에 대해 인사위원장과 당시 이사장이 모두 결재까지 해놓고, 면접시험 결과가 나오면서 합격자가 정해진 후에야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제주도감사위원회로 넘어갔다. 신규임용 합격자 발표지연에 따른 문제에 대한 감사인데, 인사위원회의 전형과정이 제반 법규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단측은 감사위가 서류전형 자격기준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재단은 전형절차를 다시 가져갈 수 밖에 없고, 문제가 없다고 하면 기존의 전형결과를 그대로 해 합격자를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이미 감사위원회는 감사처분결과서를 작성해 통보과정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직원채용 논란은 어떻게 매듭될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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