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항의소동 도청 민원전화에 '쌩'...월요일은 '생뚱'
해군의 서귀포시 강정 멧부리해안 공사와 관련해 환경부서 공무원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원성이 갑자기 커졌다.
해군과 지역주민들간 갈등 속에서 왜 갑자기 환경부서 공무원이 원성의 대상이 된 것일까.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일요일인 12일 낮, 제주해군기지 사업장 경계구역인 강정 멧부리 해안에서 해군의 공사가 진행됐다. H빔을 세워 '가설 방음벽'의 펜스를 설치하기 위한 작업이다.
멧부리 해안 바위 등에 구멍을 뚫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미 정지작업과 사석을 깔아놓는 작업은 거의 끝나고, 이제 H빔의 기둥을 세워 방음벽을 설치하는 일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보통 주중에만 공사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일요일인 이날에도 갑자기 공사가 행해졌다.
황급히 마을주민들이 현장으로 달려가 거세게 항의하면서 또다시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주민들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이곳 멧부리 해안의 공사문제는 해군기지 공사장 입구에서 행해지는 '불법 공사중단 촉구' 항의와는 다른 차원이었다.
공사지점이 강정천을 바로 이웃한 해군기지 공사구역의 경계선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문제는 주민들과 함께 제주도내 환경단체 대표자들이 직접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1일과 9일에 이어 이날 역시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환경절차적인 문제를 제기하기 위함이었다.



#일요일에 전화받은 공무원 "오늘은 일요일인데..."
단순히 "불법이다.", "아니다"를 놓고 해군측과 '말다툼'을 벌이다가는 구멍이 뚫리면서 바위들이 산산조각날 것을 우려한 주민들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제주도청 환경부서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어렵게 담당공무원과 전화연결한 주민들.
현장에 와서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 공사의 소음 등으로 인해 인근의 강정천에 서식하는 은어에는 문제가 없는지, 현재 공사가 이뤄지는 지점이 해군기지 사업구역내가 맞는지에 대한 측량 등을 해달라는 것이다.
환경성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현장에 와서 판단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공무원이 "오늘은 일요일인데..."라며 "개인적인 볼 일이 있어 가기 어렵다. 대신 월요일인 내일 가겠다"는 대답에 주민들의 감정은 크게 격해졌다.
주민들은 "해군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기습적으로 공사를 하고 있으나 제주도청은 일요일이라고 해서 환경민원을 이렇게 묵살해도 되나"라며 "일단 전화를 받았으면 현장에 와서 주민들이 제기하는 문제제기가 일리가 있다, 없다 라도 판단을 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지금 바위에 구멍을 뚫는 작업이 행해지고 있는데, 공사가 다 끝난 후 환경문제를 제기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이 도청과 서귀포시청에 계속해서 전화를 해도 공무원은 현장에 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오후 5시30분쯤까지 현장에서 '외로운 항의'를 하다 당일 공사가 끝나자 되돌아갔다.
#월요일, "환경민원 제기된 장소는 멧부리 해안인데, 공무원은 '생뚱'"
그리고, 다음날인 월요일인 13일.
이날 역시 아침부터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전날 기둥을 세울 바위마다 구멍을 뚫은 해군측은 이날은 공사가 거의 마무리가 됐는지 모레밭 구멍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주민들이 다시 현장에 몰려갔다.
지난 9일 이곳에서 환경문제를 따지다 업무방해혐의로 경찰에 연행돼 이틀간 3일만에 풀려난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와 배기철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등도 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제주도청과 서귀포시청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도청 공무원은 "오전에는 갈 시간이 없고 오후 2시쯤 가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믿은 현장 사람들은 줄곧 기다렸다. 그러나 공무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후 3시30분까지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
멧부리 해안에서 나와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 도로를 지나는 도중 도청 공무원이 환경민원 현장인 멧부리 해안에는 오지 않고 공사장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다 돌아갔다는 말을 뒤늦게 전해들었다.
또다시 주민들과 환경단체 대표자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민원이 제기된 현장은 멧부리 해안인데, 공무원은 민원을 받은 현장에는 오지도 않고 해군기지 공사장쪽에 갔다가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날 직접 담당공무원과 통화를 했던 배기철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민원이 제기된 현장은 멧부리 해안인데 공무원은 일요일이다 뭐다 하면서 늑장을 부리더니만, 결국은 현장에는 오지도 않았다"면 화를 삭이지 못했다.
그는 "한두번도 아니고, 환경부서 직원들이라면 당당하게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대로, 또 제기되는 환경적 문제가 일리가 있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한 후, 현재의 공사가 옳다 아니다를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데도 민원을 회피하려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공무원을 만나지 못하고 이틀연속 '쌩'을 당한 환경단체 대표자와 주민들.
제주도청 환경부서에 대한 이들의 원성이 극에 달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환경민원 '쌩'하는 공무원..."내일 환경문제 따지다 또다시 연행되면 누구 책임인가?"
그런데 이 멧부리 해안의 공사와 관련해 환경단체 대표자들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크게 3가지다.
하나는 멧부리 해안 공사지점이 바로 강정천과 붙어 있어 공사과정의 소음과 방음벽 설치에 따라 은어의 산란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환경성 피해 문제.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해군이 설치한 철조망의 사업경계구역이 실제 측량의 지점과 일치하는가 문제다.
또 이곳의 공사가 실제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맞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사후감시 차원의 문제제기다.
지난 9일에도 이들 대표들은 환경성 문제가 있다고 판단, 이 문제를 따지는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이기도 한 홍영철 대표 일행은 당시 "이 문제에 대해 정확히 짚지 않고 그대로 공사를 강행했다가, 만약 현재 공사가 이뤄지는 지점이 측량과 맞지 않은 '해군기지 사업장 밖'이란 결과가 나온다면 이미 파괴된 바위들은 어떻게 원상회복할 것이냐"고 따져들었다.
강정천 은어산란에 대한 환경성 피해 우려와 함께 '정확한 측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해군측은 자체적으로 측량한 결과라며 경계구역에 철조망을 쳐 놓았는데, 경계지점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해군측과 논의하면서 "나중에 날을 잡아 측량을 해보자"는 결론을 내고는 가버렸다.
그러나 환경단체 대표들은 "이미 공사는 쉴새없이 계속되고 있는데 나중에 날을 잡아 측량을 한다 해도 그때가서 경계가 잘못됐다거나 강정천 은어에 피해가 분명히 있다면 어떻게 하느냐"며 일단 환경성 논란의 검증이 끝날때까지 공사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이뤄졌고, 무방비로 환경성 문제를 따지던 단체 관계자 3명은 경찰에 연행돼 11일 아침까지 유치장에 구금됐다.
하지만 청정환경국장 조차도 그날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단체 대표 등이 공무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환경성 문제를 따졌다는 이유로 해 업무방해라는 혐의가 씌워져 연행됐는데도, 제주도당국은 최소 이들을 조속히 석방하기 위한 노력조차 보이지 않아 눈총을 받았다.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도 속시원한 답 조차 주지 않고 있다.
배기철 대표는 "만약 내일 또다시 현장에서 환경성 문제를 따지다가 또다시 연행자가 발생하면, 그건 누구의 책임인가?"라며 "제주도의 생뚱맞은 태도가 주민들을 범법자로 몰아넣고 있는 것 아닌지,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이런 분들도 모범공무원 상 줘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