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마주한 그들...올겨울은 얼마나 추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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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 마주한 그들...올겨울은 얼마나 추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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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남의 청소년과 함께하는 이야기] <6>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무심코 달력을 넘기다 이제 마지막 한 장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떠오르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거리,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캐롤송, 잔뜩 기대에 부푼 사람들의 모습들.

비록 몇 년 전부터 어려워진 경제상황 때문인지 과거에 비해 많이 위축된 분위기지만 그래도 여전히 연말이 되면 설레임 가득한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설레임의 한 켠에는 절망감이 있기도 합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 홀로 살던 홀로사는노인이 사망한 지 한참 후에 이웃주민들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사실. 처음 듣는 내용도 아닌데 매번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홀로사는노인이 100만명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외롭게 혼자 추위와 배고픔에 떨다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의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물론 연말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필자입장에서 그 중에서도 가장 걱정되는 이들이 저소득가정의 부모와 아이들입니다. 자녀의 새 학년 진학을 앞둔 저소득가정의 부모님들은 고민이 많습니다.

학기말 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끼니와 새로 구입해야하는 교재비며 교복. 다른 친구들처럼 학원을 보내고 싶지만 비싼 학원비 때문에 혼자 방안에 앉아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미안함에 한숨이 나옵니다. 올해 연말에는 추운 칼바람을 막아줄 따뜻한 외투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해주고 싶지만 빠듯한 살림에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올해 어린이날에 만났던 형제가 떠오릅니다. 미취학에서부터 초등학생 위탁아동들을 대상으로 ‘어린이날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였는데 먼 지역에 연로하신 할머니와 살고 있어서 한 번도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했던 초등학교 1, 3학년 형제입니다. 올해는 꼭 함께 놀러가고 싶은 마음에 우리 센터에서 전날 가정을 방문하여 제주시로 데리고와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어린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제주시로 오는 차 안에서 졸음에 눈이 반쯤 감기면서도 창 밖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려고 안간힘을 쓰며 졸음을 참고 있는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어린이날에 놀러가니까 좋으냐고. 그때 형제는 어린이날에 놀러가는 게 처음이라서 너무 신난다는 답을 했습니다. 함께 데리고 놀러가 줄 부모님이 옆에 없기에 그 형제는 다른 아이들이 1년 중 가장 기다리는 날이었던 어린이날이 되면 하루 종일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지냈다고 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얼마남지 않아서인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내내 신나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모든 것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그 형제의 빛나던 눈망울이 생각납니다. 올해는 크리스마스에도 그 착한 형제에게 즐거운 추억이 생길까요?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 .<헤드라인제주>
올해는 또 얼마나 길고 추운 겨울이 될까요? 긴긴 겨울밤만큼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낼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의 마음까지 꽁꽁 얼어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설사 그들의 마음이 이미 얼어붙어버렸더라도 우리들의 마음과 우리들의 손길로부터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녹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디찬 방안에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한 채 홀로 찬밥을 먹고 계실 할아버지·할머니의 마음에도, 빠듯한 가정형편으로 학원에도 보내지 못하고 혼자 집에 두고 온 아이 걱정에 자꾸 시계만 바라보게 되는 부모님의 마음에도,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어린이날의 신나는 추억을 갖게 된 귀여운 꼬마천사 형제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사랑으로 꽃이 피길 기원해 봅니다. <헤드라인제주>

<강철남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소장. 제주청소년지도사회 회장>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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